이승엽과 이대호의 뒤를 이을 은퇴투어 주인공은 누구일까
  • 김양희 한겨레신문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10.15 15:05
  • 호수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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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은퇴투어를 위한 필요충분조건…뛰어난 개인 성적, 국제대회 기여, 모범적인 선수생활 등 다 갖춰야

이승엽 그리고 이대호. 이들의 공통점은 많다. 각각 삼성 라이온즈, 롯데 자이언츠 프랜차이즈 스타로 KBO리그 역사에 한 획을 그었고, 국제대회에서도 뚜렷한 성적을 남겼다는 것이다. ‘국민타자’(이승엽)와 ‘조선의 4번타자’(이대호) 같은 애칭도 얻었다. 투수로 프로에 입단했다가 타자로 전향한 이력도 같다. 구단 영구결번 선수이기도 하다. 야구계에 선한 영향력도 끼쳤다.

이들은 올해로 마흔 살이 된 KBO리그에서 은퇴투어를 한 ‘유이한’ 선수이기도 하다. 이승엽이 2017년 처음으로 리그에 은퇴투어를 도입했고, 이대호가 올해 두 번째로 은퇴투어를 마쳤다. 그런데 혹자는 “이대호 이후 은퇴투어 대상자가 향후 몇 년간은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왜일까.

10월8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 은퇴식 및 영구결번식에서 롯데 선수단이 이대호를 헹가래 치고 있다.ⓒ연합뉴스
이승엽이 2017년 10월3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은퇴식에서 동료 선수들로부터 헹가래를 받고 있다.ⓒ연합뉴스

유력 후보 오승환의 ‘부족한 2%’…‘국제 원정 도박’ 주홍글씨

은퇴투어에는 여러 조건이 따른다. 일단 성적이 출중해야 한다. 이승엽은 한 시즌 아시아 최다 홈런(56개)을 때려냈고, 통산 최다 홈런(467개), 최다 득점(1355개), 최다 루타(4077개), 최다 타점(1498개) 기록 등도 보유 중이다. 리그 MVP를 5차례나 수상했고, 골든글러브는 10번이나 받았다. 이대호는 사상 최초로 타격 트리플 크라운을 두 차례(2006년, 2010년)나 달성했다. 2010년에는 도루를 제외한 타격 전 부문에서 1위를 기록했다. 전무후무한 7관왕 기록이다.

국제대회 성적도 빼어났다. 이승엽은 필요할 때마다 극적인 홈런을 터뜨리며 2006 WBC 4강,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등을 이끌었다. 이대호 또한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을 비롯해 2009 WBC 준우승,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 금메달의 밑돌을 놨다. 이들은 일본리그에서 똑같이 우승을 경험하기도 했다. 실력으로 국내 밖에서도 절대 밀리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해 냈다. 야구장 안팎에서 별다른 잡음이 없었다는 점도 비슷하다.

이승엽과 이대호를 본보기로 삼으면 ‘박수 받으면서 떠날 수 있는’ 은퇴투어 자격은 얼추 나온다. 첫 번째, KBO리그에서 프랜차이즈 선수로 영구결번이 될 만큼 성적을 낼 것. 두 번째, 국제대회 업적이 있을 것. 세 번째, 야구장 안팎에서 모범을 보일 것. 그리고, 전 구단 선수와 팬에게 존경받을 것 등이다. 물론 전제조건이 있다. 시즌 개막 전에 미리 은퇴 의사를 밝힐 것. 한화 이글스 프랜차이즈 스타인 김태균의 경우 은퇴투어 자격을 갖출 수도 있었으나 시즌 도중 은퇴를 발표해 은퇴투어를 논할 수조차 없었다.

일정 수준 이상의 성적을 낸 베테랑 선수들은 아쉬움 때문에 다음 해 반등한 뒤 박수를 받으며 은퇴하기를 원한다. 이런 의지가 구단과 마찰을 빚으면서 자기 생각과 달리 유니폼을 빨리 벗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기도 한다. 이종범(전 KIA 타이거즈)이 그랬고, 이병규(전 LG 트윈스)가 그랬다. 은퇴 결심은 그만큼 힘들다. 이대호가 은퇴 예고를 안 하고 올 시즌(타율 0.331, 23홈런 101타점)만한 성적을 냈다면 그는 어쩌면 일부 팬이 원하던 바대로 내년에도 그라운드에 있었을지 모른다. 이대호의 작년 시즌 성적은 타율 0.286, 19홈런 81타점이었다.

이승엽, 이대호의 기준에 맞춰 은퇴투어에 가장 가까이 있는 선수는 이대호와 동갑(1982년생)인 오승환(삼성 라이온즈)이다. KBO리그 역사상 최고 소방수로 불리는 오승환은 구원 전문으로 온갖 리그 기록을 갈아치워 왔다. 최다 세이브 기록을 경신(2006년 47세이브)하는 등 6차례나 구원 1위에 올랐다. 현재 KBO리그 통산 370세이브를 기록 중인데 그는 400세이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일본리그(한신 타이거즈)에서 한국인 첫 구원왕에 올랐고,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꽤 괜찮은 성적을 남겼다. 2006 WBC, 2008 베이징올림픽, 2009 WBC에서도 활약했다. 다만 2020 도쿄올림픽 때는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누구나 인정하는 ‘끝판왕’이기는 하지만 문제가 있다. 야구장 밖에서 잡음이 있었다. 그는 2015년 국외 원정 도박 문제 때문에 국내 리그 72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받았다. 이후 장애인체육회에 기부를 하는 등 모범적인 모습을 보이기는 하지만 주홍글씨를 지우기는 어렵다. 더불어 올해 성적이 좋지 않다. 7차례나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오승환과 같은 나이인 추신수(SSG 랜더스)도 있지만 추신수는 국내 리그 활약 기간이 짧았다.

 

‘빅리그’ 경험한 국대 에이스 김광현·류현진 등 가능성 커

김현수(LG 트윈스), 김광현(SSG 랜더스), 그리고 양현종(KIA 타이거즈) 등도 은퇴투어 ‘후보’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김현수는 프랜차이즈 스타가 아니다. 두산에서 LG로 팀을 옮겼다. 같은 팀의 박용택이 통산 최다 안타 기록을 세우고도 은퇴투어를 하지 못했다는 점 또한 고려해야 한다.

김광현은 통산 성적(149승 80패)이 아직은 크게 도드라지지 않지만 국내외에서 큰 활약을 했다는 점에서 은퇴투어에 가장 가깝다. 김광현의 경우는 SSG뿐만 아니라 나머지 9개 구단 팬들에게도 인정받고 있다. 2008년·2010년 다승 1위, 2009년 평균자책점 1위 등에 올랐다. 국제대회에서는 일본 킬러로 활약했다. 양현종은 기아 팬들에게는 ‘대투수’로 불리지만 다른 9개 팀 팬들이 과연 ‘대투수’로 평가할지는 물음표로 남아있다. 하지만 그는 KBO리그 최초 8년 연속 170이닝 투구 등의 대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타이거즈 프랜차이즈 투수 최다승 기록(159승) 또한 진행 중이다. 김광현, 양현종 모두 영구결번이 될 가능성이 짙다.

대상을 더 확장하면 토미존 수술 이후에 재활 중인 류현진(36·토론토 블루제이스)이 있다. 류현진이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다가 향후 한화 이글스로 복귀해 현역을 마칠 즈음에는 은퇴투어 대상이 될 수도 있다. 투수 트리플 크라운 등 류현진의 국내 리그 업적을 무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지금과 같은 ‘은퇴투어’가 메이저리그에 자리 잡은 것은 2001년 칼 립켄 주니어가 처음이었다. 그는 시즌 중 은퇴를 발표했는데 여러 면에서 존경을 받았던 그를 위해 타 구단들은 그의 마지막 방문 경기 때 선물을 준비하는 등의 예우를 갖췄다. 치퍼 존스, 마리아노 리베라, 데릭 지터, 데이비드 오티스 등이 이후 은퇴투어를 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드물게 이뤄지는 게 은퇴투어다. 그만큼 조건도 까다롭다.

꽤 많은 선수가 훌륭한 기록을 보유하지만 그들 중 소수만이 야구 역사에 기억된다. 그리고 그들 중 10개 전 구단의 선수와 팬에게 인정받는 선수는 극히 적다. 야구는 지극히 지역적인 스포츠라서 전국적으로 인기를 얻는 것도 아주 힘들다. ‘우리 팀’의 에이스, 4번 타자가 ‘다른 팀’의 에이스, 4번 타자는 아니기 때문이다. 여러 조건을 꼽아보면, 이승엽과 이대호가 대단한 선수였다는 점을 더욱 부인할 수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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