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종신 집권 위해 대만 침공할 수도
  • 모종혁 중국 통신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10.15 10:05
  • 호수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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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주석, 軍에 2027년 전에 대만 침공할 준비하라고 지시”
센카쿠열도 탈환과 대만 통일을 성과로 내세우려 해

10월10일 대만 수도인 타이베이의 총통부 광장. 대만 건국 111주년을 맞아 쌍십절 경축대회가 성대하게 거행됐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연설에서 줄곧 중국을 겨냥했다. 먼저 “최근 수년간 중국 당국이 군사적 위협과 외교적 압력, 무역 방해 등으로 대만의 주권을 지우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대만해협과 지역 평화를 위협하는 상황이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만은 전 세계에서 민주주의와 자유의 중요한 상징이 됐다”면서 “대만의 민주주의와 자유 파괴는 세계 민주 진영에 큰 좌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설에서 주목할 점은 중국의 군사적 위협에 맞서 대만의 국방력 강화와 전 국민적인 국가 수호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차이 총통은 “현대전의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군사력과 민·군이 통합된 전면적인 방위 동원 능력을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전 국민이 방위의식을 강화하고 국가의 수호자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경축대회에는 전날 타이베이에 도착한 미국, 캐나다, 일본 의회 의원들이 참석해 대만과 차이 총통에게 힘을 실어주었다. 세 나라 의회 의원들이 대만 건국기념일에 함께 참석한 것은 금세기 들어 처음이다.

ⓒEPA 연합
9월30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베이징 천안문광장에서 열린 순교자의 날 기념식에 참석하고 있다. ⓒEPA 연합

CIA 국장부터 대만 여야 인사까지 경고 나서

올해 쌍십절 경축대회는 그 어느 때보다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그 이유는 최근 대만을 둘러싼 정세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10월3일(현지시간) 윌리엄 번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폭탄 발언을 터뜨렸다. 그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군에 2027년이 지나기 전에 대만을 성공적으로 침공할 준비를 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우리는 2020년대 후반으로 갈수록 분쟁이 발생할 위험이 커진다고 본다”고 밝혔다. 또한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큰 관심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CIA는 미국의 안보와 관련된 모든 해외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며, 해외에서 첩보 활동을 벌이는 기관이다. 이런 기관의 책임자가 대중을 상대로 한 방송 인터뷰에서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을 시기까지 확정해 밝힌 것은 처음이다. 물론 이전에 미군 장성이 같은 주장을 펼친 적은 있었다. 2021년 3월 미 의회 상원은 청문회를 열어 중국의 군사적 위협 상황을 다각도로 청취했다. 이 자리에서 필립 데이비슨 전 미군 인도태평양사령관은 “중국이 6년 이내(2027년까지)에 대만을 침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시 데이비슨은 군에서 퇴역한 민간인 신분이었다.

그러나 이번 발언은 현직에 있는 CIA 국장의 주장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와 무게가 다르다. 게다가 ‘우리’라는 표현을 사용해 개인 입장이 아닌 CIA 전체의 시각임을 분명히 했다. 번스 국장의 언급 이후 이에 호응하는 발언이 대만에서 흘러나왔다. 10월6일 쑤치 전 대만 국가안전회의(NSC) 비서장은 타이베이의 안보포럼에서 “2018년에 중국은 대만을 침공할 무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며 “향후 5년부터 10년까지 중국공산당에 기회가 되어 대만을 침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쑤치는 현 대만 집권당인 민주진보당과 무관한 야당인 국민당 인사다.

10월10일에는 리시밍 전 대만군 참모총장이 미국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침공하느냐보다 언제 침공할 것인가가 중요한 시기가 됐다”고 강조했다. 리시밍은 차이잉원 총통 1기 시절에 재임했다. 그런데 향후 중국의 대만 침공을 기정사실화한 것이다. 게다가 “중국의 침공 위협에 맞서 대만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대만 시민의 무장과 국제의용군 창설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만 시민의 무장은 쌍십절 경축대회에서 차이 총통이 강조한 전 국민의 방위의식 강화와 일맥상통하고, 의용군 창설은 미국과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개입을 유도한 것이다.

미국과 대만 인사들의 이런 발언은 대만에 대한 침공 가능성을 앞세워 중국을 압박하는 여론전이라 볼 수 있다. 그렇기에 차이 총통의 쌍십절 연설 이후 중국 당국과 관련 인사들은 오히려 대만에 책임을 뒤집어씌웠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현재 대만해협 긴장 국면의 근원은 민진당 당국이 대만 독립 입장을 견지하고 외세와 결탁해 끊임없이 도발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샤먼대학 대만연구원의 장원성 부원장도 “대만이 계속 차이 총통의 잘못된 길을 따라간다면 곧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만 해상봉쇄 시도할 함정과 전력 갖춰”

이런 중국의 불편한 심기는 국경절 7일간의 연휴 기간에 벌인 무력시위를 통해 나타났다. 중국은 10월1일부터 6일까지 군용기를 연속 출격시켜 대만과의 실질적 경계선인 대만해협 중간선을 넘어 비행했다. 이 기간에 출격한 군용기는 23대에 달했다. 10월7일에는 군용기 8대와 군함 4척이 대만 주변에서 무력시위를 했다. 연휴 직전인 9월26일에는 중국 국영 CCTV에서 항공모함 함재기가 항해 중인 구축함 상공에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근접 비행하는 모습을 방송했다. CCTV는 비행 시기와 화면 속 구축함이 어떤 배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중화권 전문가들은 미국의 알레이버크급 이지스 구축함이라고 추정했다.

중국은 해군력을 부쩍 성장시켰다. 10월6일 새뮤얼 파파로 미 해군 태평양함대 사령관은 일본의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대만에 대한 해상봉쇄를 시도할 충분한 함정과 전력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태평양함대의 한 당국자는 중국이 해상봉쇄엔 실패하더라도 진먼, 마쭈, 타이핑 등 대만에서 멀리 떨어진 작은 섬에 대한 점령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그렇다면 미국과 대만 인사들은 왜 2027년부터 2032년까지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거라고 전망할까. 그 이유는 시진핑 주석의 종신 집권설과 관련 있다. 10월16일 개최되는 중국공산당 20차 전국대표회의(당대회)에서 시 주석의 3연임은 확실하다. 문제는 그 이후다. 최근 중국에서조차 시 주석이 3연임에 만족하지 않고, 마오쩌둥처럼 종신 주석이 되려 한다는 풍문이 떠돌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대의명분이 있어야 하고, 성과가 따라주어야 한다. 대만에서는 무력을 통한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탈환과 대만 통일이 그 전리품이라고 보고 있다.

대만의 국방안보 싱크탱크인 국방안전연구원은 지난 6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중국이 조만간 일본이 실효 지배 중인 센카쿠열도를 무력으로 탈환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았다. 이를 통해 중국인의 애국심을 고양하고, 대만과 일본의 협력을 무너뜨리려 한다고 분석했다. 센카쿠열도는 대만도 중국과 함께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보고서에서는 시 주석 집권 이래 중국군의 전력 강화 양상을 높이 평가하면서, 2027년까지 미군 태평양함대와 맞서는 해군력을 갖출 것으로 전망했다. 그 여세를 몰아 대만에 대한 무력 통일을 획책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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