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바지에 이른 성남FC 수사, 이재명·정진상 기소될 듯
  • 조해수 기자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22.10.14 11:05
  • 호수 172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진상 실장, 이재명 대표가 ‘공식 인정’한 최측근…쌍방울 이화영 수사, 이해찬으로 튈지 촉각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제3자 뇌물공여’ 혐의가 적용된 ‘성남FC 후원금 의혹’이 막바지를 향해 치닫고 있다. 검찰은 두산건설 외에도 농협, 알파돔시티, 현대백화점, 네이버, 차병원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압수물 분량이 방대하고 관련자들의 줄소환이 예고되면서 검사 2명이 수사팀(수원지검 성남지청 형사3부)에 충원되기도 했다.

검찰은 이재명 대표가 자신의 ‘정치적 이득’을 고려해 민원 현안이 있는 기업들을 골라 후원금을 내도록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성남FC 전신인 성남 일화를 인수한 직후 성남FC 운영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자, 이 대표 측에서 건축 인허가 등을 대가로 광고비를 유치했다는 것이다.

ⓒ시사저널 박은숙·시사저널 자료

성남FC 입출금 내역에서 수상한 자금 흐름 확인돼

이는 성남FC 계좌 입출금 내역을 보면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시사저널은 ‘2015~17년 성남FC 계좌 입출금 내역’을 회계분석해 보도했다(7월4일자 <[단독]성남FC 광고비 최대 6배 폭증…“대가성 없이 불가능”> 기사 참조). 2015~17년 광고비가 다른 해에 비해 4~6배가량 폭증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두산건설은 2015~18년 광고비로 58억7000만원을 성남FC에 지급했다. 성남시는 2015년 7월, 두산건설이 소유하고 있던 분당구 정자동 161번지 3005평 병원 부지를 상업용지로 용도변경해 줬다. 용적률은 250%에서 670%로, 연면적은 약 1만2000평에서 3만8954평으로, 건축 규모는 지하 2층 지상 7층에서 지하 7층 지상 27층으로 상향조정됐다.

이 직후부터 두산건설의 성남FC 지원이 시작됐다. 2015년 11월30일 3억3000만원, 2016년 3월7일 2000만원, 2016년 4월12일 22억원, 2017년 3월22일 2000만원, 4월3일 22억원, 2018년 3월30일 11억원이 광고비 명목으로 성남FC에 건네졌다. 최근 검찰은 정자동 부지 용도변경에 깊숙이 개입한 두산건설 임원으로부터 “용도변경을 위해 광고비를 지급했다. 액수는 성남시에서 먼저 제시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도 검찰의 집중 수사를 받고 있다. 성남FC 계좌 입출금 내역에 따르면, 네이버는 희망살림(롤링주빌리)을 통해 2015년 6월24일과 10월16일, 각각 9억5000만원씩 모두 19억원을 성남FC에 지급했다. 이 밖에 NHN엔터테인먼트는 2017년 3월 5억5000만원, 2016년 2월 500만원을 성남FC 계좌에 입금했다. 네이버는 이 돈의 대가로 제2사옥 건축허가 등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네이버의 대처는 의혹을 더욱 증폭시킨다. 성남지청 형사3부(유민종 부장검사)는 압수물 중 성남FC 후원과 신사옥 건설 업무를 맡았던 직원의 PC를 분석하던 중 증거인멸 정황을 파악했다.

희망살림도 도마에 올랐다. 10월1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희망살림이 후원금을 설립 목적에 맞지 않게 사용했다는 박성민 국민의힘 의원의 지적이 나왔다. 이에 대해 오세훈 서울시장은 “누가 봐도 정상적으로 보기 어렵다”며 “필요하다면 감사도 할 것”이라고 답했다.

현대백화점은 2015년 8월 오픈했는데, 그 이전인 2015년 4월부터 매달 2000만~3000만원을 꾸준히 성남FC에 지불했다. 총액은 7억1000만원에 이른다. 분당차병원은 3년치 광고비를 단 하루에 모두 지불했다. 2015년 7월31일 33억원이 성남FC 계좌에 송금됐는데, 3년에 걸친 광고비를 미리 내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성남FC 실질적 구단주 ‘정진상’

성남지청 형사3부는 9월30일 두산건설의 분당구 정자동 부지를 상업용지로 용도변경해 주고 두산건설로부터 성남FC에 50억원대 후원금을 받은 혐의로 김아무개 전 성남시 전략추진팀장과 이아무개 전 두산건설 대표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첫 재판은 11월1일 열린다.

그런데 검찰은 두 사람의 공소장에 이재명 대표와 정진상 민주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을 ‘공범’으로 적시했다. 검찰은 당시 성남시 정책실장이었던 정진상 정무조정실장이 성남FC 후원금 유치 과정에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기소된 김 전 성남시 전략추진팀장이 성남FC 후원금과 관련한 사안은 국장-과장을 건너뛰고 정진상 정책실장에게 직보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성남시 과장-국장은 기소되지 않았다. 이들은 검찰 조사 과정에서 성남FC 후원금에 대해 보고받은 적이 없다고 진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검찰은 당시 정진상 성남시 정책실장이 성남FC 대표에게 보낸 이메일을 확보했는데, 여기에도 정 실장이 성남FC 업무를 지시하는 내용이 자세히 담겨 있다고 한다.

이에 따라 검찰은 공소장에서 “정진상 실장이 성남FC를 실질적으로 운영했다”고 밝혔다. 2015년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이 성남FC 대표에게 “구단 운용은 정진상과 합의해 결정하라”는 취지의 말을 직접 했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성남FC 조직 역시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과 정 실장의 측근들로 채워졌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전 성남FC 대표인 곽선우 변호사는 9월24일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해 “정 실장을 구단주 대리인이라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정진상 실장은 이재명 대표가 ‘공식 인정’한 최측근이다. 이 대표가 변호사이던 시절 정 실장은 사무장을 맡았다. 이 대표가 2010년 성남시장에 당선되고 2018년 경기지사에 올랐을 때는 정책비서관-정책실장을 지냈다. 직급상으로는 낮지만 말 그대로 ‘왕비서관’ ‘왕실장’ 역할을 했다. 2010년 제172회 성남시의회 행정기획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최윤길 당시 시의원이 “정진상 정책실장은 별정직 6급으로 아는데, 성남시는 5급 사무관이나 4급 공무원에게 실장이라는 직급을 쓴다”며 “정 실장이 조직표에서는 의전팀장 밑에 있는데, 직위는 ‘정책실장’으로 표기하고 있다. 성남시에 이런 직책이 어디 있고 이렇게 쓰는 경우가 어디에 있나”라고 따져묻는 대목이 나온다. 2011년 제176회 시의회 도시건설위원회 회의록에도, 강한구 당시 도시건설위원장이 “모든 것은 다 거기(정진상)를 거쳐야 하냐. 그래야 시장님(이재명)한테 결심을 받을 수 있나”라고 비판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정진상 실장은 지난 20대 대선에서는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비서실 부실장을 맡았다. 대선 낙선 후 이 대표가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로 부활하자 바로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으로 합류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전 경기지사의 ‘성남FC 후원금 의혹’을 수사해온 경찰이 5월17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성남FC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후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연합뉴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9월28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및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됐다.ⓒ연합뉴스

‘성남FC·대장동’은 정진상, ‘쌍방울’은 이화영…이재명 최측근의 미래는?

정진상 실장은 성남FC뿐만 아니라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에도 등장한다. 고(故)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이 2015년 2월 황무성 전 성남도시공사 사장에게 사퇴를 종용할 때, 이재명 당시 시장과 정진상 실장으로 추측되는 호칭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그러나 검찰은 지난 2월 이 대표와 정 실장이 황 전 사장의 사퇴를 강요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지난 1월 시작된 대장동 재판에서도 정진상 실장은 수차례 언급되고 있다. 지난 5월 열린 26차 공판에서 재생된 2014년 6월29일 정영학 회계사-남욱 변호사 간 통화 녹음파일에서 남욱 변호사는 “정진상, 김용(전 민주당 선대위 조직본부장), 유동규(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김만배(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네 분이 모여서 의형제를 맺었으면 좋겠다고 정 실장이 이야기했다고 (들었다)”라면서 “만배 형이 처음으로 정 실장에게 대장동 얘기를 했대요. (정 실장이) ‘전반기에 다 정리해서 끝내야지요 형님. 무슨 말씀인지 알고 있습니다’ 그렇게 얘기했다고 하더라고요”라고 말했다.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에 정진상 실장이 등장한다면 이재명 대표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 쌍방울그룹 관련 사건에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키맨’이다. 수원지검 형사6부(김영남 부장검사)는 10월11일 이 전 부지사가 세운 동북아평화경제협회를 추가 압수수색했다. 현재 이 단체 이사장은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가 맡고 있다.

이 전 부지사는 2019년 1월과 5월 중국 선양에서 쌍방울과 북측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및 민족경제협력연합회(민경련)가 경제협력 사업 관련 합의서를 작성하는 것을 도와준 대가로 쌍방울로부터 법인카드와 외제차 등 차량 3대를 받는 등 뇌물 2억5000여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지난달 28일 구속됐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