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리면 더 커진다?”…민주당의 ‘한동훈 아이러니’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2.10.13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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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때릴수록 진보 결집하지만 한동훈 존재감도 ‘들썩’ 

“윤석열 정부 첫 국정감사의 주요 타깃은 한동훈 장관일 수밖에 없다.” 지난 추석 연휴 직후 시사저널이 만난 더불어민주당 측 인사가 남긴 말이다. 한 달여가 지난 현재, 이 말은 현실화하고 있다. 한 장관이 출석한 국정감사장에서 야당 의원들의 질의가 집중되면서다. 일각에선 한 장관 탄핵까지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여론을 장담할 순 없다”는 반응이다. 야권의 화력이 한 장관에 집중된 것에 비해 민심의 호응이 뒷받침되지 않는 까닭이다. 일각에선 “한 장관 잡으려다 민주당의 실점만 커진다”는 자조도 나온다. 왜 그럴까.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법무부·대한법률구조공단·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질의에 답변하는 모습 ⓒ 국회사진기자단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법무부·대한법률구조공단·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질의에 답변하는 모습 ⓒ 국회사진기자단

“野, 한동훈 잡으려다 자충수 빠졌다”

민주당 공격수의 대표 주자는 김의겸 의원이다. 김 의원은 지난 11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 장관의 7월 미국 출장을 문제 삼으며 ‘표적 수사’ 의혹을 제기한 상태다. 한 장관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고 박원순 서울시장 등이 연루된 이른바 ‘대북 코인 게이트’ 수사를 직접 지휘하기 위해 출장을 간 것이란 게 김 의원 측 주장이다.

최근 김 의원의 공세 화력은 한 장관에 집중된 모양새다. 지난 4주간 SNS상 빅데이터를 분석해보면, ‘김의겸’의 연관어 가운데 ‘한동훈’이 압도적이다. 빅데이터 분석 도구인 ‘썸트렌드’에 따르면, 지난 9월13일부터 10월12일까지 ‘김의겸’의 연관어로 ‘한동훈’이 언급된 사례는 7815건이다.

빅데이터 분석도구 ‘썸트렌드’가 제공한 9월13일부터 10월12일까지 ‘김의겸’ 키워드 연관어(왼쪽)·감성어 분석 결과
빅데이터 분석도구 ‘썸트렌드’가 제공한 9월13일부터 10월12일까지 ‘김의겸’ 키워드 연관어(왼쪽)·감성어 분석 결과

문제는 반응이다. 정치권에선 “김 의원이 자충수에 빠졌다”는 얘기가 나온다. 김 의원이 한 장관을 겨냥하면서 공개한 대북 코인 게이트 관련 내용이 사실상 ‘내부 고발’로 비춰져서다. 대중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의혹이 김 의원의 질의를 계기로 전방위로 확산됐다. 전날(12일) 서울시 국정감사에선 대북 코인 게이트가 주요 안건으로 다뤄지는 등 일파만파로 번졌다.

민심의 반응도 비슷한 것으로 파악된다. ‘김의겸’에 대한 SNS상 감성어를 분석해보면, ‘개망신’(793건), ‘경악’(791건), ‘부끄럽다’(732건)가 상위권이다. ‘잘하다’(398건)와 ‘응원하다’(371건) 등 긍정어는 하위권이다. 김경율 회계사는 “김 의원의 말 대로면 대북 코인 게이트 자체가 어마어마한 사건이 된다”며 “잘 알려지지 않은 사건이 김 의원의 입을 통해 뚜렷하게 드러나게 된 셈”이라고 평가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 대한 공세를 주도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김의겸·최강욱·김남국(왼쪽부터) 의원 ⓒ 시사저널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 대한 공세를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 더불어민주당 김의겸·최강욱·김남국(왼쪽부터) 의원 ⓒ 시사저널

“한동훈 때릴수록 실점” 평가에도 野 지지율은 ‘껑충’

민주당은 지난 5월 열린 한 장관 인사청문회에서도 “헛발질했다”는 평가를 들은 바 있다. ‘한국3M’을 한 장관의 딸로 오해하는가하면, ‘이모(이 아무개)’를 ‘이모(엄마의 동생)’으로 오인하는 등 실점을 거듭해서다. 당시 공격수는 최강욱·김남국 의원이었다. 김의겸 의원을 포함해 모두 민주당 내 초선 모임이자 친이재명계로 분류되는 ‘처럼회’ 소속이다.

그 사이 한 장관의 존재감은 대권주자 급으로 커졌다.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한 장관은 차기 대선 주자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전날 발표된 알앤써치 여론조사(뉴스핌 의뢰, 8~10일 조사, 1021명 대상)에서 한 장관은 이재명 대표에 이은 2위(17.1%)를 기록했다. 정치권에서 “한 장관에 대한 야권 공세가 집중될수록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다만 최근 민주당 지지율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앞선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39.2%를 기록, 34.5%로 나타난 국민의힘을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했다. 이후 지난 10일 발표된 리얼미터 조사(미디어트리뷴 의뢰, 4~7일 조사, 2012명 대상)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3.1%포인트 오른 49.2%로, 50%에 육박했다. 민주당 의원들의 공세에 대한 개별적 평가를 차치하고서라도, 윤 정부 국정감사를 계기로 진보층이 결집한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기사에 언급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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