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진석 “철 지난 친일 타령 그만…이제 극일을 말할 때”
  • 김종일·이원석 기자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22.10.14 10:05
  • 호수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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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터뷰]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전당대회 과열 바람직하지 않아…집권여당 안정이 우선”
“野 친일몰이, 좌파 결집으로 정치생명 연장하겠다는 이재명의 얄팍한 꼼수”

요즘 정치권에서 가장 핫한 인물을 꼽으라면 단연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다. 정 위원장은 10월12일 국회에서 가진 시사저널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최근 현안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신중하면서도 솔직하고 자세히 밝혔다. 당의 수습 방향과 당정 관계, 차기 전당대회에 대한 입장은 물론 자신이 이슈의 중심에 선 ‘친일국방’과 ‘역사관 논란’ 등에 대해서도 솔직한 의견을 피력했다. 

5선 중진 의원으로서 당을 ‘비상한 위기’에서 구해 내야 할 막중한 책무를 맡은 그는 과연 집권여당을 바로 세울 수 있을까. 화이부동(和而不同·조화를 이루되 같아지지 않는다)이 그의 정치 좌우명이다. 그가 쓴 책 제목은 ‘사다리 정치’(나의 정치는 연결)다. 갈등을 조정하고 해결하면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 정치를 그는 집권여당의 수장으로서도 해낼 수 있을까. 모두가 지금 그를 주목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시사저널 이종현

‘정진석 비대위’가 한 달여 만에 ‘이준석 리스크’에서 벗어났다. 어떤 방향으로 당을 수습하고 이끌 예정인가.

“당을 안정화시켜 윤석열 정부를 튼튼하게 뒷받침해 이 정부를 성공시키는 것이 정진석 비대위의 책무다. 지도체제를 확립해 하나 된 힘으로 힘차게 전진하겠다. 지도체제 안정화 이후엔 정부와 협심해 민생경제를 살리는 게 최우선 과제다. 국민의힘은 민생을 위해 모든 걸 바꾼다는 자세로 일하겠다.”

차기 전당대회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전대 출마를 준비하시는 분이 여럿이고 언론도 관심이 많다. 하지만 저는 거기까지 들여다볼 여유가 없었다. 제가 비대위원장으로 선출된 게 9월8일인데, 법원이 한 달 뒤인 10월6일에야 정진석 비대위 출범을 인정했다. 오늘(10월12일)은 정진석 비대위가 정상 출범한 지 겨우 엿새째다. 당의 안정화가 우선이다. 지금으로선 전대에 대해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다. 당 지도부는 물론, 의원님들과 원외 당협위원장님들의 의견을 두루 듣겠다.”

전당대회 로드맵은 구상하고 있는 게 있나.

“아직 마련된 게 없다. 논의를 시작하지 않았다. 당권 도전을 희망하시는 분들이 이런저런 말씀을 하시는 와중이지만, 지금은 굉장히 엄중한 시점이다. 차기 당권 경쟁이 너무 과열되는 것은 국민과 당원도 좋아하시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지금 당원들의 엄중한 명령은 당의 안정화다.”

당의 안정화를 위한 구체적 계획은.

“11월 말까지 전국 시도당을 돌면서 비대위원회나 간담회를 가질 계획이다. 비대위의 첫 숙제는 68개 사고 지구당의 당협위원장을 선정하는 작업이다. 이걸 하려면 조직강화특위를 구성해야 한다. 전 당협에 대한 당무감사도 해야 한다. 매년 한 차례 실시하도록 당헌에 규정돼 있는데 2년 이상 당무감사를 실시하지 못했다. 이 작업이 끝나면 그때서야 전대가 시야에 들어올 것 같다.”

향후 당정 관계는 어떻게 맺어나갈 예정인가.

“당과 정부는 국정운영의 두 개의 엔진이다. 하나가 꺼져서는 윤석열 정부가 이륙할 수 없다. 대통령실의 시스템이 이제 제대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여의도 문법, 현실정치에 익숙하지 않은 대통령에게 정무적 부담을 가중시키고 싶지 않다. 김대기 비서실장, 이진복 정무수석과 긴밀히 국정을 협의하겠다. 윤 대통령과는 아무 때나 스스럼없이 통화할 수 있는 신뢰가 있다.”

현재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율 모두 낮은 수준이다. 원인 진단과 해결책은.

“국민들은 공정과 상식을 위해 현직 대통령과도 싸우는 모습을 보면서 윤석열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택했다. 불의에 맞서 싸우는 윤석열의 이미지와 지금 국민들이 대통령에 바라는 이미지가 상충했다고 생각한다. ‘사자’라서 대통령이 된 분에게 국민들은 ‘여우’ 같은 모습도 원하고 있다.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은 국민의힘 혼란과도 분명히 관련이 있다. 지지율이 언제쯤 어느 수준으로 회복될 것이라 말씀드리기는 힘들지만,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

최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친일국방’ 주장에 대해 직접 ‘죽창가의 변주곡이자 반미투쟁의 전주곡’이라며 강하게 맞받았다.

“민주당은 대안도 없이 반일 감정을 선동하고, 도발 당사국인 북한에 대한 비판보다 일본을 비난하며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한 훈련을 왜곡하고 있다. 민주당이 아무리 죽창가로 선동하며 국민 편가르기를 시도해도 이는 절대 통하지 않을 전략이다. 친일 프레임을 씌워 국민의 안전과 국방조차 정쟁에 사용하고, 본인의 불법 리스크를 감추기 위한 물타기로 이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지금 여야 모두 논의가 생산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좌파들은 내가 태어나기 전에 작고하신 할아버지까지 소환하며 친일몰이를 해대고 있다. 일제 말기와 6·25 때 두 차례 지역 면장을 지내신 할아버지는 친일 인명사전에 등재된 분도 아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 선친도 일제 때 농업계장을 하셨다고 들었다. 친일몰이는 이재명 대표 스스로 좌파 결집을 도모해 정치생명을 연명해 보겠다는 얄팍한 꼼수에서 비롯된 것이다.”

야당을 비판하면서 한 ‘조선은 안에서 썩어 문드러져서 망했다’는 발언으로 ‘식민사관’ 논란이 불거졌다. 

“말도 안 되는 왜곡이고 호도다. 스스로에게 자부심과 긍지를 갖자는 제 얘기를 야당은 정쟁 소재로 사용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세계 10대 경제대국, 세계 6위 군사대국이다. 일본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대한민국은 오히려 일본이 경계하고 두려워하는 나라다. 일본이 왜 수출규제를 했겠나. 턱밑까지 쫓아온 우리에게 굉장한 위협을 느끼는 거다. 삼성전자는 소니를 제쳤다. 현대자동차가 도요타를 제칠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럼에도 ‘조선이 약했기 때문에 나라를 빼앗겼다는 거냐’는 지적이 거듭 나온다. 

“일본 제국주의 침략을 정당화하는 바보가 우리 국민 중에 누가 있겠나. 제 고향이 공주다. 공주의 동학군 10만 명이 일본에 의해 학살됐다. 저는 누구보다 일본의 침탈에 대한 고통을 뼈저리게 느끼는 사람이다. 그런 일은 되풀이돼서도 안 되고, 되풀이되지도 않는다. 대한민국은 세계가 부러워하는 나라가 되고 있다. 이제 극일(克日)을 말할 때다. 이미 우린 극일을 했다. 야당은 극일의 시대에 철 지난 친일 타령, 죽창가 부르는 건 이제 그만해야 한다. 이런 얄팍한 공세에 공감할 국민은 많지 않다. 이제 실종된 국가 이성을 회복해야 한다.”

국가 이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이제 우린 국가 수호냐, 대북 굴종이냐를 결정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엄중한 안보 상황에서 주춤하고, 지난 정권처럼 대북 굴종 저자세로 일관한다면 돌이킬 수 없는 후회를 남기게 된다. 할 수 있는 모든 대비 태세를 세우는 것이야말로 국가 이성의 회복이다. 지금은 국가 이성을 회복해 무엇이 국익인지 선택하고 결단해야 한다.”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강행하면 9·19 군사합의를 파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북한이 핵무력 법제화에 이어 전술핵 운용 훈련까지 벌였다. 지금까지 좌파들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대해 ‘미국과 맞서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북한 김정은의 전술핵이 미국 본토를 겨냥한 것인가? 바로 우리를 겨냥한 것이다. 북한이 전술핵 운용부대의 훈련을 공개하고, 핵실험을 한다면 9·19 군사합의는 사실상 파기된 것이다. 이 합의에 따라 철수했던 비무장지대와 인근 지역을 원상태로 전환해야 한다. 그 지역에서 유보했던 군사훈련을 개시하는 것도 마땅하다.”

북한의 도발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판단인가.

“북한은 이동식 차량과 열차, 잠수함에 이어 저수지까지 활용해 시도 때도 없이 탄도미사일 공격을 자행할 능력을 과시함으로써 대한민국 안보는 더 물러설 곳 없는 벼랑에 서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이 완전히 새로운 국면에 들어간 것이다. 북한은 지난 5년간 문재인 정권의 저자세 외교로 시간을 벌어 핵보유국 지위를 확고히 하고 핵무기를 경량화해 탄도미사일을 적재하는 능력을 확보했다. 우리는 머리에 핵을 짊어지고 살아야 하는 처지가 됐다.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한다면 9·19 군사합의는 사실상 무용지물이 된다. 정부와 이 부분을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다.”

야당과의 협치도 중요하다. 국회 중진협의회 구성은 어떻게 돼가나.

“김진표 국회의장께서 제안해 주셨는데 민주당의 반대로 아직 시동을 걸지 못하고 있다. 하루빨리 협의체가 구성되어 민생을 위한 모든 논의를 하길 바란다. 민생을 위한 협치는 얼마든 이룰 수 있다. 민생을 위한 여·야·정 상설협의체도 언제든지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통령과 야당 대표의 회동 가능성은.

“협치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는 분명하다. 지난 국회의장단 만찬 때도 ‘국정의 중심은 의회에 있다’는 등의 발언이 있었다. 대통령 공관이 열리면 여당 의원뿐만 아니라 야당 의원을 초청해 식사 나누며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가지실 것이다.”

정부조직 개편안에 대해 민주당은 여성가족부 폐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민주당도 지금이 경제와 안보 복합 위기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조직 개편마저 정쟁 대상으로 삼는 건 국민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가 일할 수 있는 기본 환경을 갖추는 것도 협조해 주지 않는다면 얽힌 정국을 풀 수 없다. 정부조직 개편이 협치의 시작점이란 생각으로 민주당에 동의를 구하고 논의를 이어나가겠다.”

야당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전방위 감사에 대해 ‘대감(대통령실-감사원) 게이트’라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은 반인륜적 국가 범죄로 유사한 사건의 재발을 막으려면 성역 없이 진상을 밝히고 책임자를 엄중 처벌해야 한다. 감사원이 이 사건과 관련해 문 전 대통령에게 서면조사를 통보했으나 민주당은 오히려 ‘촛불’ 운운하면서 반발하고 있다. 전직 대통령이라고 초법적 존재로 인정할 수는 없다. 조사를 거부하는 문 전 대통령, 정치보복이라며 반발하는 민주당의 태도는 의혹을 증폭시킬 뿐이다. 민주당의 게이트 주장은 서해 공무원 사건을 소란스러운 정쟁으로 덮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에 대한 수사를 정치보복이라고 주장한다.

“이 대표를 둘러싼 많은 의혹 중 우리 당이 먼저 제기한 것은 하나도 없다. 모두 민주당 당내 경선에서 제기됐다. 검찰이 정치적 목적의 수사를 펼친다면 현명하신 국민들께서 방관하시지 않을 것이다. 정치탄압으로 포장할수록 사법 리스크만 커질 것이다. 169석 공당의 대표로서 거대 야당의 뒤에 숨지 말고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 계속해서「[단독] 정진석 “이준석, 우리 당 중요한 자산이란 생각엔 변함없어”」 기사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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