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진석 “이준석, 우리 당 중요한 자산이란 생각엔 변함없어”
  • 김종일·이원석 기자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22.10.14 10:05
  • 호수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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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터뷰]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李 평가? ‘소이부답’…겸허한 마음으로 성찰의 계기로 삼길”

☞ 앞서 보도된 「[단독] 정진석 “철 지난 친일 타령 그만…이제 극일을 말할 때”」에서 이어지는 기사입니다.    

법원은 10월6일 이준석 전 대표가 국민의힘을 상대로 낸 가처분 신청을 모두 기각했다. ‘정진석 비대위’ 지도체제를 인정한다는 결정이었다. 그 과정은 극적이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10월12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제가 소크라테스 될 팔자는 면한 것 같다”며 웃으며 소회를 밝혔다. 

정 위원장은 “9월8일 비대위원장직을 맡으며 ‘독배라 받는다’고 했다. 제 심정은 그 말 그대로였다. ‘주호영 비대위’를 직무 정지시킨 바로 그 재판부에 운명을 맡긴 것 아닌가. 가처분 신청이 인용됐으면 ‘악법도 법’이라며 독배를 마실 뻔했다”고 설명했다. 

ⓒ시사저널 이종현
ⓒ시사저널 이종현

당시 상황은 누구도 예측하기 어려웠다. 그는 “몇몇 분이 ‘이번엔 절차상 하자가 치유돼 각하될 것’이란 희망 섞인 관측을 내놨지만, 법원의 판단이 어떻게 될지 사실 누구도 장담하지 못했다”고 기억했다. 판사 출신 전주혜 비대위원이 법리 공방을 맡아줬는데 큰 힘이 됐다는 이야기도 꺼냈다. 전 위원은 가처분 판단 당일 제일 먼저 소식을 알렸다. “‘위원장님 우리가 이겼습니다’라고 말하는데 그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그만큼 상황이 긴박했다. 

법원이 집권여당의 운명을 쥐고 있어 지도부로서도 어려움이 많았다. 당 대표(비대위원장)가 통상 맡게 되는 여의도연구원 이사장직의 변경도 법원에서 받아주지 않았다. 정 위원장은 김용태 전 의원을 여연 원장으로 임명했으나 이런 이유로 정식 취임은 이뤄지지 못했다.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고 나고서도 10월12일이 돼서야 법원은 정 위원장의 여연 이사장직 등기를 허용했다. 정 위원장은 이런 내용을 시사저널에 이날 처음 공개했다. 

집권여당을 우여곡절 속으로 빠져들게 한 이 전 대표에 대한 감정은 어떨까. 이 전 대표의 우크라이나 방문을 두고 두 사람은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어려운 질문에 정 위원장은 대답 대신 국회 부의장실 벽면에 걸린 액자 앞으로 향했다. 김종필 전 총리가 쓴 ‘소이부답(笑而不答·웃을 뿐 답하지 않는다)’이란 휘호가 담겨 있는 액자였다. 그는 “이 전 대표와 설전을 벌일 때도 마지막에 쓴 말이다. 지금도 그 기조를 지키려 한다”고 속내를 에둘러 표현했다. 

잠시 생각에 빠졌던 그는 마지막으로 이런 말을 덧붙였다. “저는 이 전 대표가 우리 당의 자산이라고 생각해 왔다. 지금도 그 생각엔 변화가 없다. 천재불용(天才不用·재주가 덕을 이겨서는 안 된다)이란 말이 있다. 이런 경험이 처음일 텐데 이 전 대표가 겸허한 마음으로 자기 성찰의 계기로 삼는 게 본인의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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