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거대 양당 중 ‘억지 선택’은 그만…못하는 정당 퇴출돼야”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2.10.17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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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5선 중진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뜨거운 진심’
5개 정당 의원 20명 동의 얻어 ‘정치개혁 4법’ 패키지 발의
“‘정치 업그레이드 좀 하자’ 설득…양당 독과점 혁파할 유일한 해법”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시사저널 이종현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시사저널 이종현

정당도 다양하고 생각도 다양한 스무 명의 국회의원들이 모처럼 뜻을 모았다. 갈등과 파행을 거듭하는 우리 국회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풍경이다. 이상민 더불어민주당이 대표 발의한 ‘정치개혁 패키지 4개 법안(정당법·공직선거법·국회법·정치자금법 개정안)’이 그 주인공이다.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정의당·시대전환·기본소득당 5개 정당 소속 의원들이 공동 발의자로 서명해 지난 4일 정식 발의했다. 정치개혁이라는 이름 아래 각 법안들이 개별적으로 발의된 적은 있었지만, 이처럼 여러 정당들의 동의하에 패키지로 묶여 발의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정치개혁 4법은 한국 정치가 이대로 가면 안 된다는 5선 중진의 절박함에서 탄생했다. 거대 기득권 양당의 폐해를 꾸준히 지적해 온 이상민 의원은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5선에 이르는 동안 고질적인 우리 정치의 해결점이 도대체 무엇일까 고민했다”며 “법을 바꿔 지금의 기득권 양당 동맹을 깨부수는 것밖에 다른 방법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정치개혁 4법은 ①‘정당 설립의 요건을 대폭 완화하는’ 정당법 개정안과 ②‘소선거구제를 중대선거구제로 변경하고 비례대표 비율을 늘리는’ 공직선거법 개정안 ③‘원내교섭단체 기준을 현행 20석 이상에서 10석 이상으로 낮추는’ 정당법 개정안 ④그리고 ‘소수정당일수록 국고보조금을 더 두텁게 지원하는’ 정치자금법 개정안으로 구성돼 있다. 한 마디로 다양한 정당들이 진입해 건강한 경쟁구조를 형성함으로써, 승자독식·양당 독과점 정치 구조를 깨고 유권자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히자는 취지다.

이 의원은 “선거 때마다 유권자들이 양당 후보 중 억지 선택할 수밖에 없는 현재 구조를 깨야 한다”며 “정치에도 경쟁원리를 작동시켜 일 잘하는 정당은 더욱 힘을 얻고 못하는 정당은 자동 퇴출되는 선순환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오랜 고민과 노력 끝에 정치개혁 4법을 발의했다. 정치개혁에 진심인 이유 무엇인가.

“한국정치가 자정기능을 완전히 상실해버렸다. 문제를 해결해야 할 거대 양당이 적대적으로 공생하고,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이 세상 어느 분야에도 경쟁원리가 작동하는데 정치에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지금의 악순환 고리를 끊고 정치를 업그레이드 위해선 이 고질적인 양당 독과점을 혁파하는 길 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새롭고 건강한 정치세력을 많이 등장시켜서 누가 누가 더 잘하나 치열하게 경쟁하도록 만들어야 했다.”

5개 정당 의원 20명이 법안 발의에 서명했다. 계파도 성향도 다양한데.

(※이상민·김종민·박성준·박용진·서동용·어기구·윤영찬·이원욱·장철민·정성호·조승래·조응천·홍영표(이상 민주당) 이명수·이용호(이상 국민의힘) 장혜영(정의당) 용혜인(기본소득당) 조정훈(시대전환) 김홍걸 ·양정숙(이상 무소속))

“소수 정당들은 일찍이 마음을 같이 했다. 하지만 양당 기득권을 깨는 법안을 이들하고만 함께 발의하는 건 의미가 반감된다고 생각했다. 일부러 양당 의원들을 설득해 동참시켰고. 당 안에서도 최대한 계파별로 고루 찾아가 동의를 받았다. 당장 내 기득권부터 내려놓는 일이기 때문에 대부분 선뜻 동의하기 어려워했다. 뜻엔 공감하지만 당에 물어보고 결정해야 한다는 의원들도 있었다. 그래서 국회의원이 소신껏 목소리를 내고 그에 따른 책임을 지면 되는 거지 모든 걸 당론으로 묶어버리려 하느냐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반대나 우려의 목소리도 많았을 것 같다. 어떻게 이들을 설득했나.

“단도직입적으로 ‘우리 정치 좀 업그레이드해보자’고 얘기했다. ‘다들 정치 잘 해보려고 노력하는데 걸림돌 좀 없애야 하지 않느냐’ ’자정기능 없는 양당을 허물어트리고 다양한 정당들과 제대로 경쟁해보자. 그게 우리가 정치하는 이유 아닌가’라고 설득했다. ‘예전처럼 쩨쩨하게 법 하나 고치지 말고 이참에 정치대혁명을 함께 이뤄보자’고도 말했다. 다들 망설이기에 ‘우리 역사에서 항상 중요한 순간마다 목에 칼이 들어와도 할 말 하는 사람들 있었다. 그런데 우리가 기껏 이런 걸로 눈치를 봐야 하느냐’며 거듭 설득했다.”

10월9일 국회 앞에 게시된 거대 양당의 플래카드에 서로를 향한 공세의 언어가 담겨 있다. ⓒ연합뉴스
10월9일 국회 앞에 게시된 거대 양당의 플래카드에 서로를 향한 공세의 언어가 담겨 있다. ⓒ연합뉴스

법 내용을 좀 더 살펴보자. 경쟁 활성화를 위해선 우선 다양한 정당들의 출현이 필요하다고 본 것인가.

“그렇다. 그래서 현행 정당법의 과잉 규제를 폐지시켰다. 지금은 서울 소재에 중앙당, 그리고 지방 5개 이상에 시도당 사무실을 차리고 시도당별로 1000명 이상의 당원을 모아야만 창당이 가능하다. 이런 요건을 이번에 모두 삭제하고 온라인 플랫폼으로 누구든 창당할 수 있도록 했다. 정치적 결사와 활동의 자유는 우리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기본권이다.

이렇게 되면 구체적으로 어떤 긍정적 효과가 나타날 수 있나.

“지금 정당들은 메시지나 목표가 두루뭉술하다. 누구를 위해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 그러나 다양한 정당 출현이 가능하게 되면 플랫폼 노동자들을 위한 정당, 실버 세대를 위한 정당 등 당의 목표가 뚜렷해진다. 또 ‘경주지역발전당’ ‘광주사회주의당’ 등과 같이 특정 지역 발전만을 목적으로 하는 정당들도 다수 생기게 된다. 지방자치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는 길이다.”

‘승자독식’인 지금의 선거제도에 대한 개혁도 법에 담았는데.

“공직선거법 개정을 통해 우선 지역구 의원을 현행 253명에서 127명으로 줄이고, 비례대표를 권역별 비례대표 127명, 전국구 비례대표 46명으로 늘리도록 했다. 전체 비례대표 비율이 대폭 확대되는 것이다. 지역구에서도 기존 소선거구제에서 중대선거구제에 따라 선출된다. 지역구를 합쳐 4~5순위권까지 당선되는 구조다. 이렇게 되면 사표(死票) 방지를 위해 양당 후보 중 억지로 선택하게 되는 경우가 줄어들고, 소수당 후보들의 당선 여지도 매우 커진다. 비로소 득표율에 비례한 의석수 확보가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국회 개혁이 현실화 되려면 결국 여론의 힘이 뒷받침 돼야”

국회 진입해도 원내교섭단체가 되지 않으면 발언권 등 영향력이 적지 않나. 이 부분에 대한 고민도 법안에 담았는데.

“국회 원내교섭단체 기준은 현재 20석 이상이다. 상당히 과잉된 규제이며 인위적으로 정해진 기준이다. 이를 10석 이상으로 낮춰 다양한 정치세력의 원내 진입을 가능토록 했다. 나아가 의석수가 적은 소수 정당일수록 국민의 세금인 국고보조금을 더 많이 지급받도록 추가로 법을 개정했다. 지금은 거대 정당일수록 보조금을 많이 받는, 상당히 불공정한 구조다. 힘 있는 제3당들이 국회에 다수 존재해 균형추 역할을 해주면, 거대 양당이 지금처럼 극단적 지지층만 바라보며 이기적인 정치를 할 순 없을 것이다. 실종된 정책 경쟁도 활발해질 수 있다. 이 법안들은 결국 국민의 삶을 나아지게 할 것이다.”

법안은 통과됐지만 현실화하기까진 갈 길이 멀다. 어떻게 헤쳐 나갈 것인가.

“여전히 ‘되겠어?’ ‘이번에도 그냥 한번 띄워보는 것 아냐?’라고 의심하는 사람들이 많다. 결국 이 법안은 국민 여론의 힘을 받아 커다란 눈덩이로 점점 논의를 굴려 나가는 수밖에 없다. 과거 프랑스대혁명도 그랬고 한국사 속 여러 개혁의 시도들도 다 이렇게 작은 눈송이로 시작됐다. ‘역사의 발전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다고 것들의 무수한 축적의 결과’라는 말이 있다. 이 또한 그 시도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눈덩이를 눈사람으로 완성시켜 줄 힘은 결국 여론이다.”

당장 구체적인 일정 계획하고 있나.

“국정감사가 끝나면 이와 관련해 동료 의원들, 많은 전문가들을 모아 포럼과 토론회 등 활발한 논의의 장을 열 예정이다. 혹여 제가 법안에 담은 구체적인 숫자나 방향에 이견이 있는 의원들이 있다면 그 생각대로 법안을 발의했으면 좋겠다. 기꺼이 협조하고 함께 논의해 나갈 의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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