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일발 네카오, 프런티어 정신이 필요하다 [권상집의 논전(論戰)]
  • 권상집 한성대 사회과학부 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10.21 14:10
  • 호수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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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아이콘’에서 ‘국민 밉상’ 전락한 이해진과 김범수
창업 당시의 프런티어 정신 진지하게 재성찰해야

네카라쿠배. 젊은 구직자들이 가장 입사하고 싶어 하는 IT 기업(네이버, 카카오, 라인, 쿠팡, 배달의 민족)을 의미한다. 이 중에서도 네이버와 카카오는 좀 더 특별하다. 올해 초 구직 플랫폼 사람인은 성인 남녀 2264명을 대상으로 입사하고 싶은 기업 순위를 도출했다. 카카오와 네이버는 삼성전자에 이어 각각 2위와 3위를 차지했다. 모든 산업 분야를 망라했을 때도 네카오(네이버+카카오)는 다른 포지션에 있는 셈이다.

대중이 이른바 네카오에 열광하게 된 시점은 카카오의 시가총액이 네이버의 시가총액을 넘겼던 지난해 6월15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코스피 시총 순위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이어 두 기업이 나란히 3위와 4위를 차지하면서 두 기업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모든 언론을 통해 소개됐다.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보다 네카오로 대표되는 디지털 플랫폼이 한국 경제의 신성장동력으로 점쳐지기 시작한 것도 그 시점부터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다양한 영역에서 대립 구도를 지니면서 두 기업의 역량을 비교·분석한 기사와 서적도 함께 쏟아져 나왔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사업을 비교·검토한 기사는 지난해 여름에만 줄잡아 수십 곳의 언론에 보도됐으며, 두 기업의 플랫폼 리더십을 강조한 서적도 같은 시기에 10권 이상 출간됐다. 커머스, 핀테크, 모빌리티, 콘텐츠 분야로 사업이 확대되면서 네카오는 투자자에게 찬사와 환호의 아이콘이 됐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왼쪽 사진)와 이해진 네이버 의장 겸 라인주식회사 회장ⓒ시사저널 사진자료·뉴시스

네카오에 대한 첫 번째 실망, 인간성을 잃다

네카오가 당시 수많은 사람으로부터 찬사와 환호를 받았던 이유는 다른 기업보다 프런티어 정신이 뛰어났기 때문이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는 PC에서 모바일로 시대 흐름이 전환되는 변곡점을 포착, 사업 기획회의 중 거론된 무료 문자 서비스를 발전시켜 카카오톡으로 모바일을 장악했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역시 2011년 동일본 대지진 후 일본 내 통신망 마비를 경험한 후 라인 서비스를 구상, 일본의 메신저 시장을 석권했다.

문제는 불과 6개월도 안 된 지난해 하반기부터 두 기업에 대한 찬사가 비판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사업적 효율성에 지나치게 관심을 두다 기업이 가져야 할 사회적 책임, 윤리경영 등을 놓치고 말았기 때문이다. 이른바 네카오에 대한 첫 번째 비난은 인간성을 잃어버린 바로 그 지점에서 비롯된다. 네이버는 권위주의적 리더에 의해 조직 내 평판에 치명상을 입었으며, 카카오는 무분별한 확장으로 소상공인의 비난에 직면했다.

2014년 직급제 폐지, 2017년 임원제 폐지 등 수평적인 기업으로 알려진 네이버의 겉과 달리 속은 곪아있었다. 경영진의 갑질 행태로 네이버는 결국 지난해 C레벨의 핵심 경영진(CEO, CFO)을 모두 교체했다. 카카오 역시 중소기업, 소상공인 영역까지 무차별하게 침투했다가 문어발 기업의 갑질이라는 오명을 얻은 후 컨트롤타워 설립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2021년 네카오는 인간성을 잃었다.

지난해 네이버는 조직 내에서 구성원의 마음을 손상시켰고, 카카오는 조직 밖에서 소상공인의 마음을 손상시키고 일부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로 투자자의 마음까지 손상시켰다. 올해 두 기업은 혁신성까지 놓치게 될 위기에 처했다. 네이버는 최근 진행한 M&A 건으로, 카카오는 카카오 먹통 대란으로 기업의 혁신 능력을 현재 의심받고 있다. 인간성을 잃어버린 시즌1에 이어 혁신성을 토대로 리스크 시즌2를 맞이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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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창규 KT 회장(앞줄 오른쪽)과 김범수 카카오 의장 등 증인들이 2018년 10월10일 오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청사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에서 선서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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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진 네이버 GIO(글로벌투자책임자·왼쪽)와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이 2018년 10월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네카오에 대한 두 번째 실망, 혁신성을 잃다

네이버는 패션 중고거래 플랫폼 포쉬마크 인수에 성공해 경영진이 직접 호재를 외쳤으나 시장은 악재라는 반론을 펴고 있다. M&A는 주가 상승의 호재라는 공식이 뒤집어진 셈이다. 미래 혁신에 올인하기보단 중고거래 플랫폼에 투자, 과감한 혁신이 아닌 안정적 성공에 안주하겠다는 의지로 시장은 읽었다. 메타버스 등 미래 시장 선점과 핀테크를 넘어 테크핀을 외치던 네이버의 프런티어 정신이 이번 M&A에선 보이지 않았다.

카카오는 창사 이래 가장 큰 곤욕을 치르고 있다. 지난해까지 데이터센터의 혁신을 거듭 강조했던 카카오가 정작 데이터센터 화재로 전 국민에게 2G 시대를 다시 경험하게 하는 아이러니를 보여줬다. 카카오톡은 끊어졌고 카카오택시,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는 사실상 정지되며 전 국민은 혼란과 고통을 겪었다. 플랫폼 기업으로서 고민해야 할 혁신의 안전판 설치, 투명하고 합리적인 리스크 관리에는 소홀한 모습이었다.

카카오의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과 네이버의 이해진 GIO(글로벌투자책임자)는 지난 20년간 국내 스타트업과 기업가 정신의 롤모델이자 살아있는 신화로 평가받아온 인물이다. 척박했던 인터넷 환경을 개척해 검색포털, 게임, 모바일 등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굴하고 다양한 이종산업으로 진출, 기존 전통산업의 경계선을 허물었다. 네카오의 미래에 대한 장밋빛 전망은 창업자의 프런티어 정신에서 비롯됐다.

이젠 두 창업자 모두 과거에 본인들이 발휘했던 프런티어 정신을 재정비하고 무엇을 보완해야 할지 진지하게 성찰해야 한다. 쇼핑, 금융, 모빌리티, 콘텐츠 등 오프라인의 모든 영역을 플랫폼으로 흡수하며 네카오는 환호를 받았고 이해진과 김범수는 기업가의 상징이 됐지만 네이버는 플랫폼 이상을 보여주지 못했고, 카카오는 플랫폼의 기본 관리마저 부실하다는 점을 여과 없이 보여줬다. 찬사와 비난은 늘 종이 한 장 차이다.

네카오에 대한 찬사가 이어지던 시기부터 필자는 두 기업에 대한 과도한 호평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네카오는 아직까지 우리에게 뚜렷한 사업적 방향성과 기업가적 성찰 능력을 명확히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업적 방향성이 불분명하면 무분별한 확장 또는 안정적 성장에 머무르게 되고, 기업가적 성찰 능력이 불분명하면 내·외부 구성원들에게 혼란과 상처를 줄 수 있다. 그 결과, 인간성과 혁신성은 천천히 무뎌진다.

네카오가 경계해야 할 대상은 네카오 그 자체에 있다. 내부 구성원을 존중하고 외부 공동체와의 상생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성찰해야 네카오는 도약할 수 있다. 이른바 인간성을 회복해야 혁신성도 추구할 수 있고 되살아난 혁신성이 인간성을 보호하는 선순환 메커니즘을 만들 수 있다. 이해진과 김범수 모두 인간성과 혁신성을 놓치지 않는 프런티어 정신을 회복해야 한다. 우리 모두 네카오에 세 번 실망하고 싶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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