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이정근 10억원 수수 사건, ‘친문 게이트’로 비화...노영민·박영선·성윤모·이성만·류영진
  • 조해수·공성윤·김현지 기자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22.10.21 10:05
  • 호수 172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에게 금품 건넨 사업가 박씨 “알선수재 혐의 인정…통화·미팅 전 과정 녹음, 이것이 증거”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전 민주당 서초갑 지역위원장)이 각종 청탁의 대가로 사업가 박우식씨(63)로부터 10억여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9월30일 전격 구속됐다. 이어 구속 만료일이던 10월19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알선수재, 9억4000만원 수수)과 정치자금법 위반(21대 총선 선거비용 3억3000만원 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수수금액은 성격이 겹치는 부분을 제외하고 모두 10억원이다.

이 사건은 단순 금품수수 사건이 아닌 ‘친문(친문재인) 게이트’로 비화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 김영철)는 이정근 전 부총장이 문재인 정부 당시 유력 인사들과의 친분을 활용해 각종 청탁을 시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사건의 중대성을 보여주듯, 검찰은 구속된 이정근 전 부총장에 대해 변호인 이외에는 접견을 제한했다. 9월30일 열린 이 전 부총장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는 이례적으로 김영철 반부패수사2부장을 포함해 검사 6명이 출석하기도 했다. 또한, 이 전 부총장이 “분실했다”고 주장한 옛 휴대폰을 검찰이 확보하면서 수사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청탁 대가 명목으로 거액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이 9월30일 서울 서초동 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연합뉴스

이정근 전 부총장 측은 알선수재나 불법 정치자금이 아닌 “단순한 채무관계일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전 부총장이 박씨에게 7억여원을 빌린 뒤 5억여원을 갚았는데, 박씨가 돌연 10억여원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박씨는 청탁 사실을 인정했다. 박씨는 시사저널 기자에게 “알선수재와 관련한 검찰의 기소 내용은 전부 사실이다. 오히려 이정근 전 부총장에게 건넨 돈은 검찰이 기소한 10억원이 아닌 13억~14억원에 이른다”면서 “나는 이 전 부총장과의 전화통화는 물론 직접 만났을 때도 모든 것을 전부 녹음했다. 이것이 바로 ‘증거’다. 모든 사실이 곧 명명백백히 밝혀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전 부총장은 전화통화를 할 때 유력자 이름이나 돈 얘기는 꺼내지 않으려 했다. 내가 녹음을 할까봐 조심했던 것 같다”면서 “그러나 나도 여러 가지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예를 들어, 이 전 부총장에게 100만원의 현금을 주기로 했을 때 일부러 90만원만 준다. 그러면, 이 전 부총장이 나에게 전화를 해 돈과 관련한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때에도 통화 내용을 모두 녹음했다”고 덧붙였다.

시사저널 취재를 종합하면, 이정근 전 부총장 사건에 연루된 인물은 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성윤모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성만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인천 부평구갑), 류영진 전 식품의약품안전처장 등이다. 이 전 부총장은 이들에게 포스코건설의 구룡마을 우선수익권 인수, 회사 인수, 정부지원금 배정, 공공기관 납품과 임직원 승진, 마스크 사업 관련 인허가 등을 청탁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공천헌금, 선거비용 달라”…3억3000만원 수수

이정근 전 부총장과 박씨의 인연은 2020년 4월15일 실시된 21대 국회의원 선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정근 전 부총장은 전북 군산 출신으로 군산여고-원광대 국어교육학과를 거쳐 MBC 《PD수첩》 취재리서처로 활동했다.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 카피라이터로 정치권에 입문한 뒤 2016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부의장, 2017년 대통령선거 문재인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부본부장, 2019년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자문위원, 2021년 민주당 사무부총장을 거쳐 2022년 대선에서는 이재명 후보 선대위 부본부장을 지냈다.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의 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화려한 당직과 달리 선거에서는 연이어 고배를 마셨다. 2016년 20대 총선(서초갑), 2018년 7회 지방선거(서초구청장)까지 낙선했다. 그러다 2020년 21대 총선을 맞이하게 됐다. 선거를 치르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반대로, 박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각종 사업의 ‘뒤’를 봐줄 사람이 필요했다. 이런 식으로 돈과 권력의 부적절한 관계가 시작된다.

검찰은 “이정근 전 부총장이 2019년 말 박씨를 만나 송영길 전 대표 등을 거론하며 ‘21대 총선에서 공천은 떼어놓은 당상이다. 선거자금을 대달라’는 식으로 요구했다”고 보고 있다.

금품수수의 시작은 부동산 거래였다. 이정근 전 부총장은 박씨에게 “가족이 소유한 땅을 ‘다운계약서’를 쓰고 매입한 뒤 실제 대금은 2배를 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그 이후로도 이 전 부총장은 공천헌금, 선거비용 명목으로 박씨에게 3억3000만원을 받아갔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박씨는 “이정근 전 부총장이 ‘좋은 땅이 있는데 싸게 주겠다’고 해서 계약을 했다. 이와 관련한 SNS 대화 내용도 보관하고 있다”면서 “그런데 이 전 부총장이 명의 이전을 해주지 않았다. 돈은 이 전 부총장에게 지불됐지만, 땅은 나에게 넘어오지 않은 상태가 된 것이다. 검찰은 이를 사실상 ‘불법 정치자금이 건네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 류영진 전 식약처장,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성만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왼쪽부터 가다다순)ⓒ시사저널 박은숙·연합뉴스

■“박영선 장관은 친한 언니”

박씨는 2019년 말 ‘S투자파트너스’ 인수를 추진하고 있었다. 이때 S투자파트너스의 김아무개 감사가 인수를 반대하자, 박씨는 김 감사와 이정근 전 부총장이 친분이 있는 것을 알아내 이 전 부총장에게 청탁했다.

그러자 이정근 전 부총장이 박영선 당시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먼저 거론했다고 한다. 한국벤처투자(모태펀드)가 S투자파트너스에 자금을 출자했는데, 한국벤처투자를 관리·감독하는 곳이 중소벤처기업부이기 때문이다.

이정근 전 부총장은 “박영선 장관을 언니라고 부를 정도로 친한 사이”라면서, 박영선 장관과 김 감사에게 “인사할 돈”을 요구했다고 한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4000만원의 돈이 박씨로부터 이 전 부총장에게 전달됐다고 보고 있다. 이후 2020년 1월, S투자파트너스와 관련해 박씨의 요구대로 계약이 체결됐다.

로비가 성공하자 중소벤처기업부의 모태펀드와 관련한 청탁이 이어졌다. 이번에는 “‘M파트너스’가 모태펀드 출자사업에 선정되도록 힘을 써달라”는 것이었다. 박씨는 그 대가로 6000만원을 건넸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사저널은 박영선 전 장관의 입장을 듣고자 수차례 연락했으나, 박 전 장관은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그러나 기사가 나간 후, 박 전 장관은 "청탁을 받은 것도 없고 장관 재직 시 이정근 전 부총장을 만난 적도 없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노영민 비서실장, 비즈니스 관계로 전환”

이정근 전 부총장 측 정철승 변호사는 언론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에서) 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검찰의) 직접 타깃인 것 같다”면서 “(이 전 부총장의) 구속영장을 보면 알선수재가 30여 건이 나오고 각각의 알선수재에 타이틀을 붙였는데, 노영민 전 비서실장의 이름이 타이틀에 올라있다”고 말했다.

노영민 전 비서실장이 연루된 사건은 ‘포스코건설의 서울 강남구 개포동 일대의 우선수익권 인수’ 건이다. 이 지역은 ‘서울의 마지막 판자촌’이라 불리는 구룡마을이다.

포스코건설이 구룡마을에 뛰어든 것은 1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8년 구룡마을 대토지주였던 시행사 ‘중원’은 토지지분 추가 매입과 투자금 상환을 위해 1450억원의 대출을 일으켰다.

이때 포스코건설이 중원의 지급보증을 섰다. 중원으로부터 부동산신탁 우선수익권을 가져오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2011년 서울시가 구룡마을에 대해 수용 방식의 공영개발 방침을 발표하면서 발이 묶이게 됐다. 이렇게 되면 포스코건설은 토지보상비를 받고 사업에서 손을 떼야 한다. 구룡마을 개발시행을 맡은 SH공사(서울주택도시공사) 관계자는 “토지보상 계획 공고는 올 하반기로 예정돼 있다”고 밝혔다.

박씨는 2020년 초 포스코건설의 구룡마을 우선수익권을 사들여 구룡마을 주민자치회에 되팔려 했다. 이 과정에서 박씨는 이정근 전 부총장에게 노영민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의 “도움”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포스코가 2000년 민영화됐지만, 박씨는 여전히 정부가 포스코를 좌지우지한다고 생각했다”고 보고 있다.

이정근 전 부총장은 박씨에게 “노영민 실장과의 만남을 주선하겠다”는 명목으로 조카 전세자금 2억원과 현금 5000만원 등 모두 2억5000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현금 수수의 경우 “노영민 실장님이 도와주시기로 했다. 지금까지 노영민 실장님에게 돈을 주지 않았는데, 이제 비즈니스 관계로 바꾸려고 한다”면서 박씨에게 5000만원을 받아갔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노영민 실장과 청와대에서 함께 찍은 사진을 박씨에게 보내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박씨는 “이정근 전 부총장이 청와대 내부에서 노영민 실장과 손을 잡고 찍은 사진을 보내왔다”면서 “이 전 부총장이 ‘노영민 실장에게 전달한다’며 돈을 받아간 것 역시 팩트(fact)다. 그러나 실제로 돈이 전달됐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시사저널은 노영민 전 실장의 입장을 듣고자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접촉했으나, 끝내 입장을 듣지 못했다.

박씨의 구룡마을 우선수익권 인수는 결국 실패했다. 구룡마을 주민자치회 유귀범 회장은 “포스코건설은 우선수익권을 팔 수 있다는 입장이라 토지 점유자인 우리(구룡마을 주민자치회)가 매입해 보자는 얘기가 있었다. 수익권 매입 제안은 처음부터 내가 했고, 박씨는 개입한 적이 없다”면서 “그러나 돈을 못 구해 포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박씨가 수시로 전화해서 ‘돈을 구해줄 테니 수익권을 사라’고 떠들어댔는데 그 사람은 구룡마을 토지주도, 관계자도 아니다”며 “여기서 20년 넘게 주민자치회 회장을 하는 동안 이런 식으로 사기 치는 사람을 많이 봤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이정근 전 부총장은 박씨에게 포스코건설 측과의 우선수익권 매각 실무 협의 일정을 알려주며, 이를 위해 변호사를 소개해 주기까지 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포스코건설 측은 “포스코건설 담당 임직원 모두에게 물어봤지만 박우식이란 사람을 만난 적도, 아는 사람도 없다”면서 “우선수익권과 관련해 청와대로부터 청탁 또는 압박을 받은 적도 없다”고 밝혔다.

2월17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서울 성동구 왕십리역에서 열린 유세에서 서울 서초갑 재·보궐선거에 출마한 이정근 후보와 함께 인사하고 있다.ⓒ국회사진취재단

■“성윤모 장관, 장관급이니 1억원”

H사는 수소에너지를 연구하는 회사로, 정부나 기업의 연구용역이 주된 수입원이다. 박씨는 이정근 전 부총장에게 “H사가 산업통상자원부의 연구개발(R&D) 자금과 연구용역을 받게 해달라”고 청탁했다.

이에 이정근 전 부총장은 박씨에게 “장관급이니 1억원을 준비하라”고 말했다고 한다. 박씨는 모두 1억3000만원을 이 전 부총장에게 건넸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후 산업통상자원부 고위 공무원과 H사의 미팅이 실제로 이뤄졌다.

이와 관련해 성윤모 전 장관은 “그런 분(이 전 부총장)을 알지 못한다. 만난 적도, 통화한 적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박씨와 이정근 전 부총장은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기업의 인사 청탁을 위해 청와대 직원을 접촉하려고도 했다. 박씨는 청와대에 파견 나가 있던 경찰 출신 A씨가 산업통상자원부와 관련한 정보를 담당하는 것을 알고 이 전 부총장에게 주선을 요구했고, 이 과정에서 이 전 부총장에게 5000만원을 전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후 박씨는 이 전 부총장으로부터 “A씨와 A씨의 상관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산자위 이성만 의원 통해 공기업 납품 청탁”

D사는 수력발전기, 태양광 발전설비를 제조·판매하는 기업이다. 박씨는 “D사가 공기업에 납품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이정근 전 부총장에게 청탁했다. 검찰은 “이 전 부총장이 노영민 당시 비서실장에게 부탁했으나 실패하자,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이성만 민주당 의원에게 청탁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D사는 관련 공기업 대표를 직접 만나기도 했다. 이 전 부총장은 그 대가로 15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밖에 이정근 전 부총장은 이성만 의원을 내세워 공기업 인사 청탁 명목으로 박씨에게 수백만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이때 이 전 부총장이 명품 구입 비용을 박씨에게 대납시킨 정황이 나오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이성만 의원은 “이정근 전 부총장과는 원외 지역위원장 시절인 3년여 전부터 알고 지내온 사이”라면서도 “이 전 부총장에게 청탁을 받은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마스크 문제, 류영진 전 식약처장 만나 해결”

T사는 마스크를 제조·판매하는 회사다. 그러나 2020년 당시 T사는 마스크 생산과 수출이 금지된 상태였다. 박씨는 이를 해결하고 KF 인증 품목허가를 받아 달라고 이정근 전 부총장에게 청탁했다.

이정근 전 부총장은 “마스크 문제는 민감한 사안이다. 류영진 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을 만나보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류 전 식약처장은 부산 출신으로 10여 년 전부터 문재인 전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던 최측근이다. 박씨는 이때 2억원을 이 전 부총장에게 전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후 류 전 식약처장은 실제로 식약처 고위 공무원과 T사를 연결해 줬다.

10월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식약처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는 ‘뜨거운 감자’였다. 당시 T사 직원을 직접 만났던 김상봉 식약처 바이오생약국장은 국감장에 출석해 “민원 상담이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은 “류영진 전 식약처장은 문재인 정부의 초대 식약처장으로서 민주당의 핵심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2017년 1월 류영진, 이정근 두 분이 민주당 정책위 부의장으로 함께 임명되면서 인연이 두터워졌고, 대선에서도 이재명 후보 캠프에서 활약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면서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책임져야 할 식약처에서 도저히 일어나서는 안 될 전무후무한 일이 발생했다. 통상 마스크 관련 허가는 14일 정도가 걸리는데, T사는 평균 하루~이틀 만에 다 승인이 났다. 이게 청탁이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류영진 전 처장은 “T사가 김상봉 국장을 만나 상황을 설명해준 것이 전부”라면서 “이정근 전 부총장이 설령 청탁 자금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정치인이 정치인한테 돈을 전달하는 경우는 없다”고 주장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