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보다 세다”…이재명 사법리스크 본격화에 野 ‘뒤숭숭’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2.10.20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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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최측근 김용 체포에 전운 감도는 野
‘공동 전선’ 속 꿈틀대는 비명계…내홍 비화하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둘러싼 ‘사법리스크’가 본격적으로 고개를 들 태세다. 검찰이 위례‧대장동 사업부터 성남FC 후원금과 쌍방울 의혹까지 동시다발 수사에 나서면서다. 이 대표의 최측근들이 줄줄이 체포되면서 검찰의 수사망은 전방위에서 이 대표를 향하고 있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는 지난 대선 때부터 정치권 전반에서 “언젠간 터질 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민주당 일각에선 “예상치 못한 수위”라는 반응이 나온다. 전날 검찰의 민주당사 압수수색 시도를 계기로 수사의 칼날이 이 대표의 턱 밑까지 겨누고 있다는 취지에서다. 

민주당은 일단 검찰의 수사를 ‘정치탄압’으로 규정하고 공동대응 전선을 구축한다는 계획이지만, 비명(비이재명)계 사이에선 공개 반발도 터져 나왔다. 검찰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민주당 내홍이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초유의 야당 당사 압수수색

20일 민주당은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전날 검찰의 민주당사 압수수색 시도에 대한 후속책을 논의했다. 당초 민주당은 국정감사를 전면 보이콧한다는 입장이었으나, “민생을 끝까지 지키겠다”며 법제사법위원회를 제외한 상임위는 국감에 복귀하기로 결정했다. 검찰의 압수수색은 윤석열 정부에서 기획된 ‘기획수사’의 일환이며 정치탄압에 불과하다는 게 민주당의 공식 입장이다.

논란의 당사자인 이재명 대표는 거듭 “진실은 명백하다”며 모든 의혹을 부인했다. 이 대표는 전날 압수수색 당시에는 침묵을 유지했으나 하루 만에 긴급 의총에 참석해 “조작으로 야당을 탄압하겠다는 것” “역사의 퇴행을 막자”라고 말했다. 자신의 측근을 둘러싼 검찰의 수사는 조작된 것이란 뜻이다. 

민주당 내에선 불안감도 읽힌다. 특히 전날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긴급 체포를 계기로 이상 기류가 강해졌다. 김 부원장은 이 대표가 직접 ‘최측근’이라고 밝힌 인물이다. 야당 대표의 최측근을 긴급 체포할 정도라면 검찰이 일정 수준의 증거를 확보했다는 뜻으로 읽힐 수 있다. 검찰은 김 부원장이 이재명 캠프 총괄본부장으로 있던 때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 민간 개발사업자들로부터 8억원대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했으며, 이를 이 대표의 대선에 활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당내에선 “이재명 사법리스크가 현실화했다”는 반응도 나온다. 그 배경으로는 유동규 전 본부장의 심경 변화가 꼽힌다. 유 본부장은 지난해 수사가 시작될 때만해도 각종 의혹에 말을 아껴왔지만, 올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심경 변화를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유 전 본부장의 ‘바뀐 증언’을 계기로 수사망을 좁혔다는 해석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의원들이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 앞서 전날 검찰의 여의도 중앙당사 민주연구원 압수수색 시도를 규탄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의원들이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 앞서 전날 검찰의 여의도 중앙당사 민주연구원 압수수색 시도를 규탄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꿈틀대는 비명계…“당 대표 출마 말라고 했잖나”

이 대표의 다른 최측근들이 줄줄이 검찰 수사를 받게 된 점도 ‘사법리스크’를 심화한 계기로 거론된다. 이 대표의 복심으로 꼽히는 정진상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은 성남FC 구단주로 있으면서 후원금을 챙겨 기업에 특혜를 제공했다는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대북 경제협력 사업 지원을 대가로 쌍방울 그룹으로부터 수억원대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특히 성남FC 사건의 경우 공소장에 이 대표가 ‘공모’ 혐의로 적시된 만큼, 이 대표가 검찰 수사망을 피해가긴 어렵다는 데 힘이 실린다.

당내에선 “이 대표가 결자해지하라”는 목소리도 분출하고 있다. 설훈 민주당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김 부원장이 받은 8억원이 대선자금이 된다는 건 검찰의 무리한 주장”이라면서도 “구체적으로 액수가 나오는 걸 보면 터무니없이 체포영장을 발부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설 의원은 “이런 사태를 예견해 ‘당 대표에 출마하지 말라’고 주문했다. 개인의 문제가 당으로 전염되는 것은 막아야 할 것 아니냐”고 했다.

이미 당내에선 이 대표의 주식투자 건을 계기로 한 차례 갈등이 불거진 바 있다. 이 대표가 보궐선거 출마를 저울질 할 때 방산주를 대량 매입했으며, 이는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는 게 논란의 요지다. 전재수 의원이 “실망스럽다”고 운을 떼자 이원욱‧조응천 의원 등이 동조했다.

안민석 의원 등 친명(친이재명)계와 지지층들은 “내부 총질 말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 대표가 당권을 잡은 뒤 불거진 첫 계파 간 신경전 사례로 꼽힌다.

향후 이 대표를 향한 검찰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비명계 목소리에 탄력이 붙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경우 계파 간 갈등이 선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진중권 광운대 교수는 시사저널에 “선거법 위반이면 최소 의원직 상실이고 제3자 뇌물죄가 성립하면 그 길로 구속된다”면서 “이 대표의 정치 생명은 물론 야권 전반에 후폭풍이 상당할 것이기 때문에 민주당은 (재판을) 몇 년이고 끌고 싶어 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19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 앞에서 민주연구원 압수수색에 나선 검찰 관계자들과 대치하고 있다. ⓒ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19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 앞에서 민주연구원 압수수색에 나선 검찰 관계자들과 대치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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