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이 넘어야 할 산은 대구 팔공산 아닌 국힘 당원의 거부감 [배종찬의 민심풍향계]
  •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10.22 14:05
  • 호수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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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당 대표 지지율 37.1%로 1위지만 與 지지층에선 한 자릿수 그쳐
현행 룰대로 진행돼도 당선 가능성 높지 않아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 자리를 놓고 벌써부터 당내 전운이 감지되고 있다. 아직까지 정확한 일정이 잡히지 않고 있지만 이르면 내년 초에, 조금 더 비대위가 오래 유지된다면 내년 4~6월경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가 열릴 전망이다. 차기 당 대표의 권한은 막강하다. 2024년 4월에 있을 국회의원 선거를 진두지휘하고 공천권에 유형 또는 무형의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 내후년 총선은 윤석열 정부의 중간평가 성격을 갖게 되는 무게감에다 2026년 지방선거와 그 이듬해 대통령선거의 전초전이므로 여야 모두 절대로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승부를 펼치게 된다.

원래대로라면 이준석 전 당 대표의 임기가 마무리되는 내년 6월경 전당대회가 실시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 전 대표가 지난 7월 ‘당원권 6개월 정지’에 이어 10월 당 중앙윤리위원회에서 당을 모독했다는 이유로 추가로 1년 당원권 정지의 중징계를 받았다. 사실상 이 전 대표의 전당대회 출마는 물 건너간 셈이다.

국회부의장인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끌고 있는 당 지도부 역시 한 고비를 넘었다. 이준석 전 대표가 재판부에 신청한 비대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3, 4, 5호가 기각되면서 정진석 비대위는 기사회생했다. 그렇지만 비대위는 말 그대로 임시 조직이므로 2024년 총선을 대비할 지도부 구성은 필요한 사정이고 그래서 차기 전당대회 당 대표를 노리는 인물들의 발언이 가시화되고 자천타천으로 후보들이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지지율 1, 2위를 기록 중인 유승민 전 의원(왼쪽 사진)과 나경원 전 의원 ⓒ시사저널 이종현·연합뉴스

野 지지층에서 59.7% 압도적…역선택 결과

김기현 의원과 안철수 의원은 당 대표 출마를 거의 기정사실화하는 수준이고, 연일 강성 발언을 이어가는 정진석 비대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도 당 대표 후보감으로 거론된다. 수도권 중진인 윤상현 의원과 나경원 전 의원도 거론되고 있다. 물론 나 전 의원의 경우 부총리급인 저출산고령화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임명되었기 때문에 당권 출마 여부는 교통정리되었다는 분석이 일각에서 흘러나온다.

그 외에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가장 호흡을 잘 맞추었던 권영세 통일부 장관의 당 대표 출마설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윤 대통령의 의중인 ‘윤심’을 제대로 받으면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나온다. 심지어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나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당 대표 차출설까지 나오고 있으나 부동산, 검찰 수사라는 막중한 역할이 있어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출마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 중에서 현시점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은 누구일까. 바로 유승민 전 의원이다. 윤핵관도 아니고 윤심과 연결되는 정치인이 아니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 후보로 가장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 유 전 의원이 부각되는 여론조사의 진실은 무엇인가.

유승민 전 의원이 부각되는 여론조사 결과의 첫 번째 진실은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의 집중 지지’다. 미디어토마토가 뉴스토마토의 의뢰를 받아 10월11~12일 실시한 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 물어보았다. 전체 결과로 유 전 의원이 37.1%로 가장 높았고 나경원 전 의원 16.2%, 안철수 의원 10.8%, 김기현 의원 6.3%, 윤상현 의원 0.9%로 나타났다. 유 전 의원이 가장 경쟁력 있다는 결과다.

이런 결과가 나온 가장 큰 이유는 민주당 지지층의 집중 지지 때문이다. 유 전 의원은 민주당 지지층에서 59.7%로 압도적이다(그림①). 말하자면 민주당 지지층이 가장 지지하는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다. 일종의 ‘반윤 현상’이다. 유 전 의원의 이준석 전 대표와의 관계 그리고 지원 사격으로 반윤 성격이 강해지면서 민주당 지지층과 진보층이 압도적으로 결집해 지지한 결과다. 나 전 의원 등이 이를 ‘역선택’이라고 주장하는 배경이다. 그렇다. 따지고 보면 역선택이다.

TK 1위지만, 여당 지지층에선 9.6% 불과

두 번째로 유승민 전 의원이 부각되는 배경은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 보수층 결집’이다. 여러 명의 당 대표 후보자가 보기에 들어간 여론조사에서 다른 후보자들과 달리 윤 대통령과 대립각에 놓여 있는 인물은 유 전 의원이 유일하다. 낮은 대통령 지지율 상황에서 대구·경북과 보수층에서도 적지 않은 비율로 윤 대통령과 윤핵관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다. 그렇다고 윤 대통령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대구·경북이나 보수층이 압도적 다수 비율은 아니다.

미디어토마토 조사를 보면, 대구·경북에서 유 전 의원의 차기 당 대표 지지율은 34%로 다른 후보자에 비해 가장 높다.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으면서 친윤 당 대표 후보에 대해 선호하지 않고, 유 전 의원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고향의 지지율로 이해된다. 아무리 박근혜 정부부터 이어져온 ‘배신자’ 꼬리표가 있다고 하더라도 대구·경북은 유 전 의원의 정치적 근간이다. 지역 연고가 없는 안철수 의원은 15.1%, 나경원 전 의원은 13.2%로 나타났다(그림②). 유 전 의원의 지지율이 TK에서 가장 높지만 압도적이지 않다. 더 부담스러운 사실은 홍준표 대구시장까지 유 전 의원을 강력하게 견제하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세 번째로 유 전 의원의 차기 당 대표 도전에서 가장 중요한 지표는 국민의힘 지지층이다. 당원 투표 비율이 현재 전당대회 규정에서 70%나 되는 점을 감안하면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최소 50%가 넘는 지지를 받고 있어야 될 정도다. 과연 그 정도일까.

미디어토마토의 차기 당 대표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층의 결과를 비교해 보았다. 나경원 전 의원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39.1%로 가장 높았다. 안철수 의원이 18.3%로 그다음이었다. 전체 응답자에서 지지율이 가장 높았던 유승민 전 의원은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9.6%로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그림③). 선거 공학적으로 분석해본 당선 가능 잠정치인 50%에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당원 70%라는 벽을 뚫기 어려운 유 전 의원의 처지를 계산한다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절반 이상이라야 한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유승민 전 의원의 당 대표 가능성을 싹둑 잘라버리기 위해 ‘당원 100%’나 ‘국민의힘 지지층만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등으로 전당대회 룰을 바꾸자는 의견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가뜩이나 당의 내분을 수습하기 쉽지 않은 상태에서 특정인을 원천적으로 배제하기 위해 공정해야 할 ‘룰’을 바꾸게 된다면 대중의 명분을 확보하기 어렵다. 현행 룰대로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민주당 지지층의 지지가 가장 중요한 지지율 기반으로 나타나는 유 전 의원의 당 대표 가능성은 산술적으로 높지 않다. 유 전 의원이 넘어야 할 산은 고향 대구의 팔공산이 아니라 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국민의힘 당원의 거부 심리라는 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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