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칼날의 노림수…흔들리는 ‘이재명의 민주당’
  • 송종호 서울경제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10.21 16:05
  • 호수 172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측근 김용·정진상 수사 최종 타깃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
여야, 준내전 상태 들어가…민주당 내부 갈등 재현될 수도

검찰이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전격 체포했다. 10월19일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검사 강백신)는 김 부원장 체포 이후 다시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 내 민주연구원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더불어민주당 의원 50여 명은 ‘윤석열 정권 정치탄압을 규탄한다’는 피켓을 들고 8시간 가까이 대치를 이어갔다. 대치가 길어지면서 이날 오후 10시쯤 이재명 대표도 당사에 도착했고, 민주당 측 철통방어에 검찰은 결국 오후 10시50분쯤 압수수색을 포기하고 일단 철수했다.

정국은 빠르게 경색되고 있다. 민주당은 야당 탄압을 위해 검찰이 수사를 조작했다고 ‘조작 프레임’을 내밀었고,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겨냥해 “부패공모당”이라며 맞불을 놨다. 민주당은 검찰 공세에 더 이상 끌려다니지 않겠다며 장외투쟁도 불사할 방침이다. 김 부원장의 체포와 당사 압수수색으로 사실상 여야는 준내전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검찰과 여당에 대항해 민주당 내부는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똘똘 뭉치는 듯하지만 속사정은 상당히 복잡하다. 일부 비명계는 “이재명 사법 리스크 게이트가 열리는 게 아니냐”며 관망하는 모습도 포착되고 있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정진상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은 제3자 뇌물수수 혐의의 공범으로 이름이 올라있고, 김 부원장까지 체포되자 검찰 칼끝이 이 대표의 턱밑까지 겨눈 모양새. 민주당 내부의 분열이 커질 경우 뜻밖의 정국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경기지사 시절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대변인 등 최측근으로 함께했다. ⓒ김용 페이스북

이재명 “정진상·김용 정도는 돼야 측근이지”

“정진상·김용 정도는 돼야 측근이지.” 김 부원장이 체포되자 과거 이 대표의 발언이 재부각됐다. 이 대표는 지난해 10월 경기지사 재임 당시 기자간담회에서 유동규 전 본부장의 ‘측근설’을 부인하며 “(측근이라면) 정진상·김용 정도는 돼야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실제 김 부원장은 정 실장과 함께 ‘성남라인’으로 분류되는 이 대표의 최측근 인사라는 데 이견이 없다. 성남시의원 출신인 김 부원장은 이 대표가 경기지사 재임 당시 초대 경기도 대변인을 지냈으며, 20대 대선에서는 대선 캠프 총괄을 맡았다. 이 대표 취임 후인 9월30일에는 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부원장으로 임명됐다.

이 대표와의 인연은 그가 거쳐온 자리만 따져도 각별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김 부원장은 경기도주민자치회 자문위원, 성남공유경제포럼 회장, 민주당 성남시의회 대표의원, 성남시의회 6·7대 시의원, 민주당 교육연수원 부원장, 민주당 분당갑 지역위원장 직무대행, 이재명 경기지사 인수위 대변인, 경기도 경제과학진흥원 이사 등을 역임했다. 이 대표는 김 부원장이 2020년 4·15 총선 출마를 위해 2019년 12월 경기도 대변인직을 내려놓자 김 부원장의 출판기념회에 직접 참석해 “뜻을 함께하는 벗이자 분신 같은 사람”이라고도 했다.

정 실장 역시 전 경기도 정책실장을 포함해 이재명 대선 캠프 비서실 부실장을 거치는 등 이 대표의 핵심 측근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이 후보의 변호사 시절 사무장으로 시작해 성남시와 경기도에서 정책을 총괄하며 이 대표의 ‘복심 중의 복심’으로 통한다. 정진상·김용 두 인물에 대한 검찰의 칼날이 결국 이 대표를 향하고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갖는 이유다.

이 대표와 10년 넘게 동고동락한 정 실장에 대해 검찰은 성남FC 후원 의혹으로 수사를 강화하고 있다. 이 의혹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성남FC 구단주로 있으면서 2016∼18년 두산건설에서 55억원 상당의 광고 후원금을 유치하고, 그 대가로 두산그룹이 소유한 분당구 정자동 병원 부지 3000여 평을 상업용지로 용도 변경해 줬다는 것이 골자다. 수원지검 성남지청 형사3부는 지난 9월 전 성남시 전략추진팀장 등을 기소하면서 공소장에 이 대표와 정 실장이 공모했다고 적시했다.

김 부원장도 결국 이 대표를 향한 수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현재까진 김 부원장과 이 대표의 연결고리가 드러나지 않았지만 검찰은 김 부원장이 받은 것으로 보이는 자금이 대선 경선과 본선에서 불법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우선 검찰은 김 부원장에 대한 신병을 확보한 뒤 이 대표의 ‘불법 대선자금 의혹’으로 수사를 본격 확대하겠다는 계산이다.

이 대표를 비롯해 민주당은 격앙돼 있다. 10월20일 긴급 의원총회에서 이 대표는 “국정감사 중에 야당의 중앙당사를 압수수색하는 것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대선자금 의혹에 대해서도 “진실은 명백하다”고 전면 부인했다. 이어 “남욱이 작년 가을쯤 귀국할 때 ‘10년 동안 찔렀는데도 씨알도 안 먹히더라’라고 인터뷰한 것이 있다”면서 자신의 결백함을 재차 호소했다. 특히 민주당은 검찰의 수사를 ‘조작’이라고 규정했다. 이 대표도 “정권이 바뀌고 검찰이 바뀌니까 말이 바뀌었다”며 “이런 조작으로 야당을 탄압하고 정적을 제거하고 정권을 유지하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쏘아붙였다.

 

대통령실·국민의힘, ‘내로남불’ 역공세

민주당이 검찰의 ‘민주연구원 압수수색’ 시도를 정치탄압으로 규정하는 데 대해 대통령실은 “성립하기 어려운 주장”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10월20일 출근길 문답에서 “지금의 야당이 여당이던 시절에 언론사를 상대로 며칠 동안이나 압수수색을 했던 것을 생각해 보면, 야당 탄압이라는 얘기가 과연 정당한 것인지 국민들이 잘 아실 것”이라고 꼬집었다.

국민의힘도 민주당이 부패사범과 한통속이 됐다며 공세 수위를 끌어올렸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법원이 발부한 영장에 따라 정상적으로 진행되는 검찰의 법집행을 민주당이 물리력으로 저지하는 것은 유감”이라며 “공무집행을 의도적으로 막은 것은 또 다른 범법행위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문제는 이번 김 부원장 체포와 압수수색으로 여야의 강대강 대치가 절정으로 치달으면서 정부조직 개편안 등 국정과제 입법과 내년도 예산안 처리가 공전할 가능성이다. 특히 이 대표 관련 각종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낼수록 민주당은 친명·비명 간 내부 분란까지 더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 대표 당선 이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내부 갈등이 재현될 수 있다는 얘기다. 원내 제1당이 민생을 제쳐두고 당 대표 사법 리스크를 위해 총동원된다는 불만까지 터져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당장 설훈 민주당 의원은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 체포 등은 예견된 사태였다”며 “검찰이 밝힌 혐의는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고 각을 세웠다.

‘이재명의 민주당’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민주당이 국감 전면 보이콧을 선언한 지 하루 만에 다시 국감에 참여하기로 한 것도 여론 추이를 보겠다는 내부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 사법 리스크 게이트가 열릴지 안 열릴지는 결국 여론에 달렸다는 분석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 대표 입장에서 민심까지 잃으면 검찰에 가서 할 수 있는 얘기가 없다”며 “민심이 받쳐주면 설사 구속돼도 이기는 싸움이다. 이런 까닭에 민주당은 초강경 대응 기조를 이어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