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소 못지않게 중요한 ‘식품 가공 정도’ [강재헌의 생생건강] 
  •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11.08 12:05
  • 호수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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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가공식품 10% 더 섭취하면 당뇨병·심혈관질환 위험도 10% 증가

건강에 좋은 딸기를 먹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생딸기를 먹을 수도 있겠지만, 딸기주스나 딸기잼으로 섭취할 수도 있다. 문제는 식품의 가공 정도에 따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NOVA 분류체계는 식품을 영양소 측면보다는 식품 가공의 정도와 목적에 따라 분류하는 체계다. 브라질의 한 연구진은 가공식품 섭취량이 늘어날수록 비만과 당뇨병 발생이 증가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식품을 가공 정도에 따라 4개 군으로 나누는 NOVA 분류체계를 개발했다. 

제1군은 전혀 가공하지 않았거나 최소한으로 가공한 식품으로 곡류·과일·채소·견과류·소고기·돼지고기·닭고기·달걀·우유 등이 포함된다. 제2군은 압착·정제·도정·건조 등의 가공 방법을 이용해 만들어지며, 요리와 조리에 사용해 음식을 더 맛있게 하는 용도로 사용된다. 소금·설탕·식용유·버터·천연 조미료·식초 등이 포함된다. 

제3군은 제1군 식품에 소금·설탕 또는 식용유를 첨가해 만들어지며, 설탕과 소금이 많이 들어갈수록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과일 통조림, 채소 통조림, 소금이나 기름으로 버무린 채소, 치즈 등이 이에 해당한다. 제4군은 초가공식품이라고 부르는데, 식품 가공을 통해 원재료 식품이 거의 남아있지 않으며, 공장에서 제조되어 포장된 식품이나 즉석식품으로 주로 판매된다. 초가공식품은 가공 과정에서 집에서 음식을 만들 땐 잘 쓰지 않는 화학물질이나 착색제, 감미료, 방부제 등이 들어간 경우가 흔하다. 초가공식품에는 가당 음료·탄산음료·스낵·쿠키·초콜릿·사탕·빵·케이크·시리얼 그리고 다양한 종류의 간편식 등이 포함된다.

ⓒ시사저널 박정훈

한국인, 초가공식품으로 하루 열량 26% 섭취

연세대 의대 연구진이 2016~18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2만여 명을 대상으로 초가공식품 섭취량을 조사한 결과, 하루 총 섭취 열량의 26.2%를 초가공식품으로 섭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초가공식품을 10% 더 섭취하면 비만, 당뇨병, 심혈관질환, 일부 암의 발생 위험이 10%나 증가하며, 초가공식품 섭취는 어린이의 비만과 천식 위험을 키운다.

초가공식품의 또 하나의 문제점은 하루 섭취 열량을 높인다는 점이다. 열량, 설탕, 식이섬유, 지방, 탄수화물 함량을 같게 만든 초가공식품과 가공하지 않은 식품을 각각 2주간 원하는 만큼 먹도록 해 연구한 결과, 초가공식품을 먹었을 때는 가공하지 않은 식품을 먹었을 때에 비해 하루 500kcal나 더 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500kcal 추가 섭취는 월 2kg, 연 24kg의 체중 증가를 초래할 수 있는 요인이 된다.

그렇다면 건강한 식생활을 위해 NOVA 분류체계를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까? 될 수 있으면 제1군과 제2군 식품 위주로 섭취하되 소금·설탕·식용유·버터는 적당량만 섭취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제3군 식품은 섭취량을 정해 적당량을 먹도록 하고, 제4군에 해당하는 초가공식품은 최대한 섭취를 피해야 한다. 이를 쉽게 확인하기 위해서는 가공식품에 붙어있는 영양성분표를 반드시 확인하고 식품을 구매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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