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때리는 장관…한동훈은 양날의 검?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2.11.08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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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의원들과 대립 격화…“논리로 궤변 압도” 평가 속 국회 모욕 논란도
“입법부 존중해야” 우려 목소리

“의원님은 모든 게 다 저 때문입니까?”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직업적인 음모론자’들이 정치 장사를 하지 않습니까?” (황운하 민주당 의원 빗대)

“괴담 수준의 말씀을 하는 것에 대해 참담합니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에게)

7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종합정책질의 현장은 종일 소란스러웠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야당 의원들이 거친 설전을 주고받으면서다. 야당 의원들은 ‘이태원 참사’ 원인이 검찰이 주도한 마약수사에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한 장관은 특유의 반문(反問) 화법과 거친 수사를 섞어가며 의원들과 맞섰다.

한 장관의 ‘장관답지’ 않은 태도가 연일 화제에 오르고 있다. 의원의 비판을 반박하는 것을 넘어 역공까지 가하는 한 장관의 모습을 두고 여권 지지층에선 ‘사이다’라는 호평이 쏟아진다. 반대의 목소리도 있다. 장관의 ‘거만한 국회 모욕’이라는 비판이 상존한다. 뉴스 1면을 오르내리는 법무부 장관 한동훈, 그는 어떻게 평가받아야 할까.

한동훈 법무부 장관(오른쪽)이 9월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세종청사와 영상으로 연결해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오른쪽)이 9월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세종청사와 영상으로 연결해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저격수’가 한동훈 키웠다?

한 장관은 분명 ‘스타 장관’이 됐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정치권과 언론의 관심이 쏠린다. 지난 5월 게재된 한 장관 취임식 영상은 조회 수가 160만 회를 넘었다. 출판사 투나미스는 최근 그의 주요 발언을 담은 어록집을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책으로 내겠다고 나섰다.

한 장관이 부상한 배경에는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이 있다. 한 장관은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 복구)’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면서 민주당의 ‘검수완박’ 취지를 일부 무력화했다. 급기야 한 장관은 ‘검수완박 권한쟁의심판’ 헌법재판소 공개변론에 나와 민주당과 문재인 정권을 정면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자연스럽게 한 장관은 민주당의 ‘주적’이 됐다. 역설적으로 한 장관은 이때부터 언론의 조명을 받기 시작했다. 민주당의 질문 공세가 한 장관에게 집중되면서 보도 횟수는 계속 증가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꺼낸 ‘공격 카드’가 자충수로 작용하기도 했다는 점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지난 5월 열린 한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한국3M’을 한 장관의 딸로 오해하는가하면, ‘이모(이 아무개)’를 ‘엄마의 동생’으로 오인하는 등 실점을 거듭했다. ‘한동훈 저격수’로 나선 김의겸 의원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김 의원은 한 장관을 겨냥해 ▲대북 코인 게이트 수사 의혹 ▲청담동 술자리 의혹 등을 제기했다. 다만 증언, 정황 외 물증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한 장관에게 ‘역공’을 허용했다.

한 장관은 7일 열린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김 의원을 향해 “청담동 한동훈 술자리라면서 던져놓고, (사실을 부인했음에도) 해결도 못 하시고 사과도 안 하신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이 “제가 그걸 왜 사과해야 되느냐”고 묻자 한 장관은 “그러면 제가 아직도 그 자리에 갔다고 생각하시냐”고 반문했다. 김 의원이 답을 하지 않자 한 장관은 “왜 말씀이 없으시냐”고 재차 쏘아붙였다. 장관이 묻고 의원이 침묵하는 ‘기묘한 장면’이 연출된 것이다.

전문가 일각에선 야당의 계속된 공세가 한 장관의 ‘체급’만 올려주는 발판이 됐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한 장관을 무너뜨리기엔 ‘결정적 한방’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는 “민주당 의원들이 당내 강성 지지층을 의식해 (한 장관을 향해) 공격을 가하고 있다”며 “한 장관을 계속 공격하면서 지지층에게 ‘적장의 상대는 바로 나’라는 인식을 심어주려는 것인데, 결과적으로 자살골만 넣은 셈”이라고 말했다.

9월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 '검수완박' 반대,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응원 등의 메시지가 담긴 화환이 놓여있다. ⓒ연합뉴스
9월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 '검수완박' 반대,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응원 등의 메시지가 담긴 화환이 놓여있다. ⓒ연합뉴스

‘사이다’ 선 넘는 순간 ‘역풍’ 분다?

정치권 일각에선 ‘한동훈 돌풍’이 허상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한 장관의 인기가 민주당 혹은 ‘검수완박’에 대한 반감에서 비롯됐다는 취지다. 즉, 한 장관에게는 ‘민주당 저격수’라는 정치적 이미지만 있을 뿐, 장관으로서의 안정감이나 ‘한동훈표 정책’ 등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 탓에 한 장관의 정치 데뷔는 시기상조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수사 잘 하고, 국회에서 카타르시스를 주는 발언 몇 번 한다고 갑자기 대권주자가 될 수는 없는 일”이라며 “반짝 인기에 영합해서 대선주자로 언급되는 게 한국 정치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 장관은 당에서 지지를 얻고 성장해간 인물이 아니다”라며 “한국 정당정치의 뿌리나 깊이가 그만큼 취약하다는 증거”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한 장관 특유의 ‘사이다 발언’은 정치인의 강점이 될 수 있지만, 법무부 장관의 자질이 될 수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대통령이 임명한 장관이 국민이 뽑은 국회의원을 겁박하거나 몰아붙이는 태도는 대의 민주주의에 어긋나는 태도란 지적에서다. 이에 여권 일각에서도 한 장관의 최근 모습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의 국민의힘 한 의원은 “국무위원이라면 의원들의 의혹 제기에 차분히 설명하고 해명하면 된다”며 “순간적으로 감정이 격해져 반박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의원을 향해 비아냥 거리는 것은 분명 옳지 못한 태도”라고 말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한 장관은 막연한 얘기나 궤변에도 동문서답하지 않는다. 부정확한 질문에도 정확한 어휘를 사용하고, 사실에 근거해 간명하게 논리를 편다는 점이 강점”이라고 했다. 다만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다. 야당 의원이 묻는 말에 지지 않겠다는 자세로 임하는 것은 거만해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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