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XX’부터 ‘웃기고 있네’까지…‘협치’ 걷어차는 尹정부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2.11.09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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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출범 6개월…野 관계는 악화일로
지지율은 30%대 늪에 빠져…해법은 ‘통합’?

윤석열 정부 출범 6개월째를 맞은 9일 여야 관계는 ‘파국’ 수준으로 무너졌다. 그 중심엔 대통령실이 있다. 전날 대통령실 수석끼리 주고받은 농담이 야당 의원들을 모욕한 것으로 비쳐지면서다. 윤석열 대통령의 ‘이 XX’ 비속어가 야당 의원을 향했다는 해명에 이어 두 번째다. 야당 모욕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분위기다.

야권에선 “윤석열 정부가 협치를 스스로 걷어차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 정부가 카운터파트너로서 야당을 존중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야권 인사들을 겨냥한 사정 정국의 고조로 야권 지지층 사이에선 벌써 퇴진 요구가 나온다. 윤 대통령의 국정 타깃이 ‘국민 통합’보다는 ‘보수 결집’에 머물러있다는 해석까지 나오는 배경이다.

10월25일 더불어민주당의 초유의 ‘대통령 시정연설 보이콧’ 이후 텅 빈 국회 본회의장 야당 의원석을 지나 퇴장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모습 ⓒ 연합뉴스
10월25일 더불어민주당의 초유의 ‘대통령 시정연설 보이콧’ 이후 텅 빈 국회 본회의장 야당 의원석을 지나 퇴장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모습 ⓒ 연합뉴스

“야당 존중 않는다”…민주당은 尹정부에 ‘부글부글’

9일 더불어민주당은 전날 불거진 “웃기고 있네” 메모 파문과 관련해 강경한 메시지를 쏟아내고 있다. 논란의 당사자인 김은혜 홍보수석과 강승규 시민사회수석 경질까지 요구하는 상태다. 이번 논란은 전날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 자리에서 이태원 참사 관련 야당 의원들의 질의 도중 김 수석이 ‘웃기고 있네’라고 적은 메모를 강 수석과 공유하면서 촉발됐다. 민주당은 이들이 야당은 물론 국민 전체를 모욕했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을 둘러싼 모욕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9월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순방 당시 ‘이 XX’ 비속어 사용 의혹을 해명하면서 “한국 국회를 향한 것이었다”고 한 게 문제가 됐다. 사실상 야당을 향해 욕설을 했다는 황당한 해명이었다. 민주당은 즉각 반발하고 윤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오히려 “가짜뉴스”라고 맞불을 놓았다. 이 같은 태도는 민주당이 초유의 대통령 시정연설 보이콧까지 감행한 배경으로 꼽힌다.

3일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를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의 모습. 뒤편으로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왼)과 김은혜 홍보수석이 동행했다. ⓒ 연합뉴스
3일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를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의 모습. 뒤편으로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왼)과 김은혜 홍보수석이 동행했다. ⓒ 연합뉴스

야권 인사들의 말을 종합하면, 윤석열 정부를 향한 민주당 내 불만은 극에 달한 상태라는 후문이다. 야권을 대하는 윤석열 정부의 태도가 비합리적인 데다, 일부 인사들을 향한 검찰 수사는 정치탄압이라는 게 민주당의 공식 입장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 사정정국이 본격화했다. 문재인 정부 출신 안보라인 인사들은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등으로 줄줄이 구속됐고, 이재명 대표의 측근들도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전날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기소한 데 이어, 이날엔 정진상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의 자택과 민주당사 압수수색을 동시에 시도했다. 

문제는 앞으로도 야권과의 관계를 악화할만한 지뢰가 산적해있다는 점이다. 검찰의 수사에 속도가 붙을수록 야당 반발은 거세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야당은 이태원 참사 관련 국정조사와 더불어 특검까지 요구하는 중이다. 이런 국면에 모욕 논란까지 겹치면서, “여야 관계가 루비콘 강을 건넜다”는 자조도 나온다. 4년6개월 남은 윤석열 정부 임기 동안 여야가 사사건건 대립할 수 있다는 우려다.

11월9일 오전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 내 정진상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의 사무실 압수수색을 하기 위해 검찰관계자들이 도착한 가운데 철제셔터가 내려져 있다. ⓒ 연합뉴스
11월9일 오전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 내 정진상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의 사무실 압수수색을 하기 위해 검찰관계자들이 도착한 가운데 철제셔터가 내려져 있다. ⓒ 연합뉴스

예견된 與野 극한대치…지지율은 정체, 동요 않는 여론

이 같은 야권과의 대립 국면은 윤석열 정부 출범 전부터 예견됐다. 윤 대통령이 반문(反文) 인사의 선봉장으로서 입지를 굳힌 데다, 대선 당시 ‘적폐청산’을 예고한 바 있다.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지지율이 처음으로 30%대로 떨어진 7월께에는 여권 내에서 “야당을 향한 사정 정국 주도로 지지율 반전을 꾀할 것”이란 기대가 공공연하게 나오기도 했다.

이 같은 전략이 효과를 거두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이 5개월 넘게 30%선에 머물러있기 때문이다. 국정운영상 악재로 여겨졌던 이태원 참사에도, 호재로 통하는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에도 오차범위를 넘어설 만큼 유의미한 지지율 변동 폭을 보이지 않고 있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30% 늪에 빠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 한국갤럽 제공
ⓒ 한국갤럽 제공

윤 대통령의 지지율을 자세히 뜯어보면, 보수층에서 긍정평가가 높지만 진보층에선 부정평가 비율이 80%를 상회한다. 캐스팅보터인 중도층에서도 부정평가는 70% 수준이다. (3일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 기준, 1~3일 1001명 대상,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이를 두고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등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윤석열 정부 집권 6개월 동안 보수층은 똘똘 뭉쳤고, 진보층은 분노했으며, 중도층은 외면했다”고 입을 모은다.

정치권에선 윤석열 정부를 향해 ‘협치’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나온다. 진중권 광운대 교수는 시사저널에 “싸움질도 한 두어 번 했으면 됐다. 계속되면 국민 입장에선 다 같은 것들로 보이기 시작한다”면서 “대통령이 극우에 끌려다니며 국정 운영을 해선 안 된다”고 했다. 이어 진 교수는 “중요한 것은 진영에 따라 판단하지 않는 대다수의 국민들”이라며 “그 여론의 행방을 어느 쪽으로 끌고 가느냐가 승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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