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너 몰린 김은혜…‘윤심’마저 흔들리나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2.11.09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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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비속어 논란’ 해명 당시 일었던 경질론, ‘필담 논란’에 재발화
與 ‘친윤계’에서도 불만 목소리…“대통령실 기강해이, 책임져야”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10월30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이태원 핼러윈 압사 참사와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10월30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이태원 핼러윈 압사 참사와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웃기고 있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이 다섯 글자 탓에 코너에 몰렸다. 8일 대통령실 국정감사에 현장에서 강승규 시민사회수석 메모장에 해당 내용을 자필로 썼다가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되면서다. 야당 의원들이 반발한 가운데 여당 원내대표인 주호영 운영위원장도 퇴장을 명령했다. 정치권에선 김 수석이 경질은 물론 정치 생명까지 위협받게 됐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김 수석은 적어도 현재까진 대표적인 ‘친윤’ 인사다. 지난 대선 기간 윤석열 캠프 공보단장,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첫 당선자 대변인 등을 거쳤다. 이에 이번 정권에서 ‘꽃길’을 걸을 것으로 전망됐다. 실제 경기도지사 경선에서 ‘당심’을 발판 삼아 유승민 전 의원까지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본선에서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석패하면서 고배를 마셨지만, 두달여 만에 대통령실 홍보수석으로 복귀했다.

그러나 이후 행보는 순탄치 않았다. 윤 대통령을 둘러싼 ‘비속어 논란’이 화근이 됐다. 유엔(UN) 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한 윤 대통령이 9월21일(현지시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만난 뒤 비속어를 쓰는 듯한 장면이 방송 카메라에 포착됐다. 논란이 커지자 김 수석이 나서 “윤 대통령은 ‘국회에서 승인 안 해주고 날리면’이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김 수석 해명대로라면 윤 대통령이 한국 국회, 특히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욕설을 한 것이기에 또 다른 논란을 낳았다.

당시 김 수석의 해명을 두고 대통령실과 여권 내에서도 ‘아쉽다’는 반응이 나왔다는 후문이다. 대통령실 사정에 능통한 한 여권 관계자는 “(비속어 논란에) 윤 대통령은 기억이 안 난다는 게 원래 입장이었다. 그런데 김 수석이 ‘국회에서’라는 워딩을 인정하니 그 뒤 해명들이 줄줄이 꼬이게 된 것”이라며 “대통령 본인보다는 측근들의 (김 수석에 대한) 불만이 상당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후 김 수석 경질론이 정치권 내 ‘지라시’(선전지) 형태로 돌기도 했다. 김대기 비서실장, 강승규 시민사회수석 등과 함께 이른 시일 내 경질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그러나 예측과 달리 윤 대통령이 인사 개편을 단행하지 않았다. ‘김은혜 경질론’은 풍문으로 끝나는 듯 했다.

그러나 잠시였다. 김 수석이 8일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열린 대통령실에 대한 국회 국감에서 강 시민사회수석의 메모지에 ‘웃기고 있네’라는 메시지를 적은 게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되면서다. 김 수석이 해당 메모를 적을 때 야당 의원은 이태원 핼러윈 참사 관련 질의를 하고 있었다.

야당 의원들의 강한 문제 제기에 운영위원장인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두 수석을 연단에 세운 뒤 “의원들 질의에 ‘웃기고 있네’라고 한 것 아니냐”며 해명을 요구했다. 이에 김 수석은 “단연코 의원 질의에 관한 사항이 아니었다”며 “잘못했다. 물의를 빚어 정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강 수석도 “어제 두 사람 간의 해프닝에 대한 사적 대화”라고 해명했다.

야당은 “국회 모독”이라며 반발했다. 고민하던 주 위원장은 결국 두 수석에게 회의장 퇴장을 명령했다. 사안이 가볍지 않다는 판단이었다.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도 김 수석 행동이 이해가 가지 않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고 사과했다.

이에 야권뿐 아니라 여권에서도 김 수석 경질이 불가피하다는 자조 섞인 전망이 나온다. 이태원 참사로 정부에 대한 여론이 악화된 가운데, 대통령을 보좌해야 할 홍보수석이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친윤계로 꼽히는 한 국민의힘 초선의원은 “국감장에서의 필담은 대통령실 기강해이로 비친다”며 “변명할 여지가 없다. 사과로 넘어가기에 사안이 가볍지 않다”고 했다. TK(대구‧경북) 지역구의 다른 국민의힘 의원은 “명백한 김 수석의 실수”라며 “다만 수석이 사과했고 (의원을 향한 필담이) 아니라고 했으니 (경질 등) 섣부른 예견은 어렵다”고 전했다.

정계 원로인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9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웃기고 있네’가 ‘웃겼어’ 그러면 과거니깐 (해명이 맞을지) 모르지만, ‘웃기고 있네’는 현재형”이라며 당시 현장에 있던 국회의원들을 향한 표현이 맞다고 해석했다. 이어 “(대통령실 수석들도) 잘못할 수 있다. 그러면 진심으로 사과하고 반성을 해야한다”고 꼬집었다.

안호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9일 ‘대통령은 국회를 모독한 대통령실 수석들을 파면하라’는 논평을 냈다. 안 대변인은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35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국가적 참사를 질타하는 자리에서 대통령실 수석들이 시시덕거리는 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는 국민 무시”라며 “국민과 국회를 무시한 대통령실 김은혜 홍보수석과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을 즉시 파면하고 이태원 참사에 대해 진정으로 엄중하게 여기고 있음을 증명하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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