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은 또 한번 부활할 수 있을까…메이저리거들의 내년 기상도
  • 김형준 SPOTV MLB 해설위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11.13 11:05
  • 호수 172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하성 제외하곤 가장 부진한 한 해 보냈던 코리안 빅리거들의 절치부심
신예 배지환·박효준의 성장, 어디까지 이를지 지켜보는 것도 관전 포인트

1994년 박찬호가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일본인 개척자 노모 히데오보다 1년 빨랐다. 코리안 메이저리거들의 활약은 점점 두드러져 갔고, 2001년에는 절정을 이뤘다. 그해 박찬호는 한국 선수 최초로 올스타에 선정됐고, 두 개의 피홈런이 뼈아프긴 했지만 김병현은 최초로 월드시리즈 우승반지를 손가락에 꼈다.

한국 선수의 메이저리그 도전은 2013년 큰 전기를 맞이한다. KBO리그 선수도 통한다는 걸 류현진이 증명한 것이다. 류현진의 뒤를 이은 2015년 강정호의 성공, 그에 힘입어 2016년에는 가장 많은 8명의 한국 선수가 미국 무대에서 활약했다. 류현진이 한국 선수 최초의 올스타전 선발투수와 평균자책점(ERA) 메이저리그 1위,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2위를 달성한 2019년은 또 하나의 정점이었다.

2022년은 또 다른 의미를 가진 해가 됐다. 일본 선수도 못 해낸 풀타임 유격수 시즌을 김하성이 만들어냈다. 김하성의 신들린 수비는 일본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하지만 한국 팬들의 가슴에는 큰 구멍이 뚫려 있었다. 류현진의 부재 때문이었다.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 ⓒAP 연합

내년 8월 복귀 가능…팀 가을야구 이끈다면 유종의 미 거둘 수도

2020년 류현진은 4년 8000만 달러의 호화 계약으로 토론토 블루제이스에 입단했다. 60경기 단축 시즌이긴 했지만 그해 사이영상 3위에 올라 성공적인 영입으로 평가받았다. 류현진은 토론토 선발진의 중심축이 됐다. 그러나 류현진은 고전하기 시작했다. 투수들이 공의 미끄러움을 줄이기 위해 이물질을 쓰던 게 논란이 된 메이저리그가 지난해 6월부터 규제를 시작했는데, 비슷한 시기에 고전하기 시작한 류현진은 ‘오얏나무 아래서 갓을 고쳐 쓴 선비’ 신세가 됐다. 하지만 부진의 원인은 따로 있었다.

투수의 팔꿈치 인대가 회복 불가능한 손상을 입을 경우 다른 부위의 새로운 인대로 교체하는 토미존 수술은 효과가 뛰어나지만 영구적이지 않다. 토미존 수술을 두 번 받은 선수들은 첫 번째와 두 번째 수술 사이의 기간이 평균 4.97년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동산고 2학년 때인 2004년에 교체한 류현진의 팔꿈치 인대는 무려 17년을 버텼고, 그사이 류현진은 KBO리그를 지배하고 메이저리그에서 성공을 거뒀다.

지난 6월 두 번째 토미존 수술을 받고 6경기 만에 시즌을 마감한 류현진에게는 올해가 메이저리그 진출 후 가장 실망스러운 시즌이었다. 2015년에도 어깨 수술을 받고 2년의 공백이 있었지만, 고액 연봉을 받은 올해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그럼에도 류현진의 재기를 기대하는 건 류현진이 더 위험한 수술을 극복했기 때문이다. 2015년에 받은 어깨 관절와순 수술의 회복률이 7%에 불과했으나, 류현진은 그런 우려를 불식시키고 그로부터 4년 후 최고의 시즌을 만들었다.

토미존 수술의 회복률은 88%에 달한다. 하지만 두 번째 수술의 성공률은 크게 떨어진다. 2015년 류현진은 만 28세였지만 2023년의 류현진은 만 36세다. 그럼에도 류현진을 기대하는 건 7%의 확률을 이겨낸 기적을 이미 연출했기 때문이다.

류현진은 언제 돌아올 수 있을까. 토미존 수술의 회복 기간은 14개월에서 16개월이다. 지난해 9월 수술을 받은 마에다 겐타(미네소타)는 올해 9월 복귀에 도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따라서 류현진이 돌아올 수 있는 가장 빠른 일정은 내년 8월경이다. 내년에도 온전히 몸값을 해내기가 쉽지 않은 셈이다.

류현진에게 긍정적인 점은 소속팀 토론토의 전력이 좋다는 것이다. 류현진의 부재에도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토론토는 첫 번째 관문에서 허무한 2연패를 당하고 탈락했지만, 내년에도 가을야구를 할 가능성이 높다. 내년 토론토에 중요한 시간은 9월과 10월이며, 류현진이 돌아올 수 있는 시간이다.

내년 시즌이 끝나기 전에 복귀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토론토와 맺은 4년 계약이 내년으로 종료되기 때문이다. 오클랜드 시절 잘생긴 외모와 강력한 커브로 주목받았던 배리 지토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7년 계약을 맺었지만 기대에 미쳤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2012년 계약 마지막 시즌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끈 두 번의 포스트시즌 호투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류현진에게도 기회가 남아있다.

배지환(피츠버그 파이리츠) ⓒUPI 연합

빠른 주력과 내·외야 유틸리티 능력 겸비한 배지환 주목

류현진이 코리안 빅리거 최고참으로서 부활을 꿈꾼다면, 비상을 꿈꾸는 막내도 있다. 피츠버그 파이리츠의 배지환(23)이다. 배지환은 9월24일 데뷔에 성공함으로써 26번째 한국인 메이저리거가 됐다. 야수로는 11번째였으며, 아마추어 신분으로 진출한 야수로는 최희섭·추신수·최지만·박효준에 이어 5번째였다. 배지환에게는 선배들과 다른 두 가지가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두 번째로 높은 등급에 해당하는 주력과 내·외야를 모두 맡아볼 수 있는 유틸리티 능력이다.

메이저리그는 변화를 꾀하고 있다. 경기 시간 단축과 더 많은 인플레이 타구를 원한다. 타자들이 홈런에 몰입하자 삼진과 볼넷이 덩달아 늘어나고 역동적인 장면이 사라졌다. 메이저리그는 내년부터 투구 시간과 주자 견제에 제한이 생긴다. 베이스 크기가 커지며 극단적인 수비 시프트도 금지된다. 견제가 줄어들면 도루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수비 시프트가 제한되면 안타를 잃는 사례가 줄어든다. 스피드와 정교한 타격을 추구하는 배지환을 위한 조치나 다름없다.

전보다 더 강하게 던져야 하는 투수들은 많은 공을 던질 수 없다. 투수가 더 많이 필요해지면서 야수 숫자는 줄고 내·외야 경계가 무너졌다.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야수는 팀에 큰 기여를 할 수 있다. 피츠버그가 배지환을 2루수·중견수·좌익수로 출전시킨 이유다.

ⓒAP 연합

피츠버그 박효준(27) 앞에는 배지환과 같으면서도 다른 길이 있다. 박효준의 뉴욕 양키스 선배이자 한국인 입양아 출신이기도 한 롭 레프스나이더(한국명 김정태)는 그동안 여러 팀을 전전했다. 하지만 준수한 파워를 가진 유틸리티 맨으로 성장해 보스턴 레드삭스에 자리를 잡았다. 레프스나이더의 올해 활약은 파워가 좋은 박효준이 본보기 삼아야 할 롤모델이다.

올 시즌이 가장 아쉬운 선수는 최지만(32)이다. 탬파베이에서 5번째 시즌을 보낸 그는 전반기 팀 최고의 타자였으나, 후반기는 가장 실망스러운 타자였다. 탬파베이의 케빈 캐시 감독은 지난 2년 동안 대타로서 21타석 17출루라는 믿을 수 없는 성적을 올렸으며 선구안이 뛰어난 최지만을 각별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올해 320만 달러로 오른 최지만의 연봉은 재정이 좋지 않은 탬파베이에는 부담이다. 이런 이유로 탬파베이는 결국 11일(한국시간) 최지만을 피츠버그로 보내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역시 내년 시즌 450만 달러 정도로 예상되는 최지만의 높은 연봉이 부담이 된 탓이다. 이로써 최지만은 박효준 배지환과 한 팀 소속이 됐다. 높아지는 연봉이 입지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최지만에게는 내년이 가장 중요한 해다.  

김하성을 제외하면 역대 가장 부진한 한 해를 보냈던 한국인 메이저리거들의 내년 전망 또한 현재로선 그리 밝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류현진이 언제쯤 부활투를 선보일지, 신예 박효준·배지환 등이 어디까지 성장할지를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듯하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