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강한 의지만으로 월드컵 뛸 수 있을까
  • 서호정 축구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11.12 13:05
  • 호수 172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3주면 출전 가능” 긍정론과 “의학적으로 불가능” 부정론 팽팽
일단 카타르에 동행하고 회복 추이 지켜볼 듯

11월2일 새벽, 대한민국에 비보가 날아들었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최종전에 출전한 손흥민이 전반 경기 중 공중볼 경합을 하다 상대팀인 마르세유의 수비수 찬셀 음벰바의 어깨에 안면이 강하게 부딪혔다. 왼쪽 눈가와 광대뼈가 부은 손흥민은 경기를 더 소화하지 못하고 교체됐다. 경기 후 라커룸에서도 손흥민은 얼굴이 부은 상태로 사진이 찍혔다.

하루 뒤 토트넘은 “손흥민이 골절된 왼쪽 눈 부위를 안정시키기 위해 수술을 받을 예정이다. 수술 후 구단 의료진과 함께 재활에 나설 것이다”고 공식 발표했다. 손흥민은 일정을 앞당겨 한국시간으로 11월4일 오후 수술대에 올랐다. 수술 결과를 가장 먼저 전한 건 영국 일간지 텔레그라프였다. 좌측 눈 주위의 네 군데 골절상이라고 수술 내용을 전하며 성공적으로 끝났음을 알렸지만, 정확한 부상 정도와 회복에 소요되는 시간은 추정만 하고 있을 뿐이다.

벤투호에도 비상이 걸렸다. 손흥민의 부상 소식에 한국에서는 11월2일 이른 시간부터 벤투 감독과 코치들이 긴급회의를 열었다. 손흥민이 월드컵에 출전하지 못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한 상황에서 첫 경기인 우루과이전까지는 겨우 3주가량 남은 시점이기 때문이다. 대한축구협회는 “손흥민의 부상에 대한 벤투 감독의 별도 코멘트는 없다. 토트넘 의료진과 대표팀 의료진이 소통하며 계속 정보를 주고받으며 경과를 지켜보겠다”고 발표했다.

토트넘 홋스퍼의 손흥민이 11월1일(현지시간)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열린 2022~23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조별리그 D조 올림피크 마르세유(프랑스)와의 경기에서 공중볼을 다투다가 상대 선수 어깨에 얼굴을 강하게 부딪혀 치료를 받고 있다.ⓒAP 연합

영국 현지 “마스크 낀다면 출전에 문제 없을 것”

대표팀이 월드컵을 앞두고 핵심 선수를 잃은 사례는 이전에도 있었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 때는 출국을 하루 앞두고 치른 중국과의 평가전에서 간판 골잡이 황선홍이 무릎 부상을 당했다. 황선홍은 프랑스까지 동행하며 마지막 희망을 가졌지만, 결국 출전하지 못했다. 2006년 독일월드컵 때는 이동국이 불운의 아이콘이었다. 본선 진출 1등 공신이었고, 월드컵을 앞두고 K리그에서 5경기 연속 득점을 올리는 등 절정의 감각을 자랑했지만, 월드컵을 두 달 앞두고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됐다.

“손흥민은 현재 병원이 아닌 집에 있다.” 토트넘의 안토니오 콘테 감독은 11월7일 리버풀과의 홈 경기를 마친 뒤 손흥민의 상황을 전했다. 콘테 감독은 손흥민이 리버풀전을 포함해 월드컵까지 남은 경기에는 모두 결장한다고 알린 뒤 “수술을 받은 쏘니(손흥민)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이 상황에 대해 매우 실망하고 있을 것이다”고 말한 뒤 “나도 월드컵의 중요성을 안다. 잘 회복해 월드컵에서 뛰길 바란다. 손흥민이 뛸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선수의 심정을 대신 소개했다.

수술 후 병원에서 회복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손흥민은 곧바로 자택으로 이동했다. 안정을 취하면서도 월드컵 출전을 위한 몸 관리 차원의 결단이었다. 실제 수술을 앞당긴 것도 회복일을 하루 더 벌기 위한 이유에서였다. 무릎이나 발목 등의 부상이었다면 불가능하지만 안면과 눈가 쪽 골절이기 때문에 일상적인 생활과 활동은 가능하다. 부친 손웅정 감독의 보살핌 속에 몸 상태를 최대한 유지하기 위한 가벼운 움직임의 운동을 하기 위한 것으로 추측된다.

축구인들은 손흥민의 의지가 강력한 만큼 월드컵 출전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리버풀의 위르겐 클롭 감독도 “(손흥민의 몸 상태가) 괜찮다고 들었다. 마스크를 낀다면 출전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스크는 안면 보호용 마스크를 의미한다. 2002년 한일월드컵 때 대회 중 코뼈 골절상을 입은 수비수 김태영이 특수 제작한 타이거 마스크를 쓰고 경기를 뛰어 국내에도 익숙하다.

맨체스터 시티의 미드필더 케빈 더 브라위너의 사례가 손흥민과 유사하다. 지난해 5월29일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첼시의 수비수 안토니오 뤼디거의 어깨에 부딪히며 코뼈와 왼쪽 눈가가 골절되는 부상을 입었다. 더 브라위너도 하루 뒤 수술을 받았다. 국가대표팀의 핵심인 더 브라위너가 유로2020 개막을 2주 앞두고 수술을 받으면서 벨기에 대표팀에도 초비상이 걸렸다.

하지만 회복 경과가 빨랐다. 더 브라위너는 그해 6월13일 열린 러시아와의 조별리그 첫 경기에는 결장했지만, 17일 열린 덴마크전에 후반 교체 출전해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수술 후 18일 만에 경기에 나선 것이다. 빠른 회복 덕에 더 브라위너는 마스크 없이 경기를 소화했다. 벤투호의 월드컵 첫 경기는 11월24일 열리는데, 손흥민에게는 20일의 회복 시간이 주어진 상황이다. 더 브라위너의 기적을 재현하기 위해 손흥민도 최대한 빠른 수술을 결정했다.

하지만 의학계의 시선은 정반대다. 더 브라위너의 케이스는 특별한 경우이고 실제로는 그 이상의 회복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대다수라는 것이다. 실제 김민재의 팀 동료인 공격수 빅터 오시멘의 사례는 더 브라위너와 대조된다. 지난해 11월 안면 골절상 이후 복귀까지 8주가 걸렸다. 이후에도 후유증으로 인해 한동안 안면 보호 마스크를 끼고 경기에 나서야 했다.

11월3일 경기도 파주 NFC(축구대표팀 트레이닝센터)에서 열린 축구 남자 국가 대표팀 소집훈련에서 파울루 벤투 감독이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연합뉴스

의학계 계산으론 최소 12월1일까지 안정 취해야

대부분 최소 4주의 회복 시간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현재로서는 눈가 주위의 골절상이라는 토트넘의 공식 발표 외에는 정확한 부상 정보가 나오지 않는 것이 변수라고 했다.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을 확인해야 알 수 있다는 것. 확실히 추정되는 것은 현지에서 하루 만에 수술을 결정한 것으로 볼 때 그나마 부상 정도가 심각하지는 않다는 정도라는 게 의료계의 소견이다. 부상 상태가 심각할 경우에는 부기가 빠지는 데만 며칠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서 안와골절로 해석하고 있는 손흥민의 부상 부위는 영문으로 페이셜 프랙처(facial fracture)로 표현되고 있다. 이 역시 안와골절과 안면골절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 안와골절의 경우는 4주, 안면골절의 경우 8주 진단이 나올 수 있다. 의료적 견해로는 최소 12월1일까지 안정을 취해야 한다는 계산이다. 그렇다면 손흥민의 월드컵 출전 가능성은 희박하다.

조별리그 일정상 우루과이와의 1차전은 11월24일, 가나와의 2차전은 11월28일 열리고 최종전인 포르투갈전은 12월3일 치른다. 의학적 견해로는 포르투갈전에는 출전이 가능하지만, 그마저도 몸 상태와 경기 감각 등의 문제와 충돌한다. 결국 더 브라위너의 사례처럼 초인적인 회복과 정신력이 더해져야 의료적인 판단을 넘어선 회복세가 가능한 상황이다.

일단 대표팀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교체 없이 그대로 갈 가능성도 제기된다. 주장이자 정신적 지주인 손흥민이 동행하며 벤치에 앉는 것만으로도 대표팀에는 큰 힘이 되기 때문이다. 코로나 팬데믹 여파로 이번 월드컵은 엔트리가 23명에서 26명으로 늘어난 게 오히려 도움이 됐다. 당초 벤투 감독은 수비와 허리에 추가 옵션을 더하는 방식으로 늘어난 엔트리를 활용하려고 했다. 그러나 손흥민의 부상으로 계획을 틀어 공격진 숫자를 확대했다. 손흥민이 조별리그 막바지라도 출전할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손흥민도 직접 월드컵에 대한 강한 열망을 드러냈다. 11월9일 자신의 SNS를 통해 수술 후 처음 대중에게 메시지를 보낸 손흥민은 “지난 2년여의 시간 동안 여러분들이 참고 견디며 써 오신 마스크를 생각하면 월드컵 경기에서 쓰게 될 저의 마스크는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단 1%의 가능성만 있다면 그 가능성을 보며 얼마 남지 않은 시간 앞만 보며 달려가겠다”며 보호 마스크를 쓰는 한이 있더라도 뛰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