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화동인1호’ 주인은 누구? 이재명으로 향하는 대장동·대선자금 수사
  • 조해수 기자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22.11.11 14:05
  • 호수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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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대유·천화동인1~3호 소유주’ 김만배 “절반은 이재명 측의 몫...700억원 주기로 했다”

돌고 돌아 다시 ‘천화동인’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각종 의혹 중 ‘대장동 개발 특혜 사건’이 대선자금으로 비화하더니 결국 천화동인1호 ‘실소유주’ 의혹으로 귀결되고 있다. 천화동인1호는 1억456만원을 투자해 1208억원의 수익을 가져온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실사판이다. 지난해 추석을 맞이해 운수대통하라는 의미로 “천화동인하세요” “화천대유(천화동인1호 소유주)하세요”란 말이 유행했을 정도다.

천화동인(天火同人)은 ‘뜻이 같은 여러 사람에게서 도움을 받아 마음먹은 일을 성취할 수 있는 운’으로 풀이된다. ‘대장동 일당’으로 불리는 언론인 김만배씨(화천대유 대주주), 남욱 변호사(천화동인4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천화동인5호 소유주) 등 뜻이 같은 여러 사람에게서 도움을 받아 마음먹은 대로 ‘돈방석’에 앉은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대선 레이스 과정에서 진행된 지난해 1차 검찰 조사에선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그 주인공으로 지목됐다. 그러나 이재명 대표가 대선에서 석패하고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자 모든 것이 돌변했다. 유동규 전 본부장, 남욱 변호사는 천화동인1호의 주인으로 ‘위’를 가리키고 있다. 이들은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정진상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등 이 대표 측이 대장동 사업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고 폭로했다.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왼쪽)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원 안 사진은 정진상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김용 블로그·연합뉴스

입 닫은 ‘장세동’ 아니면 폭로한 ‘이현우’ 될까

김용 부원장과 정진상 실장은 이재명 대표가 ‘공식’ 인정한 최측근이다. 김 부원장은 구속기소됐고, 정 실장 역시 조만간 구속기소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다음은 당연히 이 대표일 수밖에 없다.

여의도에서는 벌써부터 김용 부원장과 정진상 실장에 대해 ‘전두환의 장세동’이냐 ‘노태우의 이현우’냐를 놓고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고(故) 전두환 전 대통령의 ‘복심’이었던 장세동 전 청와대 경호실장은 끝까지 주군에 대한 의리를 지켰지만,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의 이현우 전 경호실장은 결국 보스의 비자금 내용을 까발렸다.

구속된 김용 부원장은 검찰 조사에서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진상 실장 역시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김 부원장과 정 실장에게 적용된 여러 혐의 중에는 뇌물수수도 포함돼 있는데, 1억원 이상일 경우 특정범죄가중처벌법에 따라 최소 10년에서 최대 무기징역까지 받을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대장동 주범으로 몰려 1년여의 수감생활을 했던 유동규 전 본부장은 “감옥 안에서 사람이 제일 무섭다는 걸 깨달았다. 진짜 형들인 줄 생각하고, 의리 하면 장비(유동규 별명)였는데… 여기는 참 비정한 세상이라는 걸 알게 됐다”고 말한 바 있다.

김용 부원장이나 정진상 실장이 입을 열지 않더라도, 검찰이 이재명 대표를 겨냥할 것은 자명하다. 정 실장 구속 후에는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소환조사가 있을 것이고, 이 대표가 이에 응하든 말든 결국 정기국회 회기 중 체포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현역 의원을 체포하기 위해서는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통과돼야 한다. 체포동의안은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 찬성으로 가결된다. 즉, 169석의 민주당에서 이탈표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이재명 대표의 체포는 불가능하다. 물론 정기국회가 끝나는 12월10일 이후에는 국회의 체포동의안 없이 법원의 허락만 있으면 언제든 구속할 수 있다.

민주당은 10월26일 1200여 명의 당원을 모아 ‘민생파탄·검찰독재 규탄대회’를 열었다. 당 대표에 대한 탄압을 막기 위해 단일대오를 형성했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행사였다. 그러나, 유동규 전 본부장의 말처럼 여의도는 ‘비정한 곳’이다. 2024년 4월10일 차기 총선을 앞두고 있는 의원들은 검찰 수사 결과를 예의주시하며 ‘포스트 이재명’ 체제를 준비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 강백신)는 10월8일 대장동 개발 민간사업자로부터 불법 대선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이미 구속돼 있던 김용 부원장을 전격 기소했다.

공소장에는 “2021년 2월, 김용 부원장이 유동규 전 본부장에게 ‘광주 지역을 돌고 있다. 광주에 돈을 뿌려야 한다. 경선에 필요한 자금 20억여원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는 식의 내용이 적시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법 정치자금이 대선에 사용됐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유동규 전 본부장은 이를 남욱 변호사에게 전달했고, 남 변호사는 유 전 본부장에게 8억4700만원을 건넨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이 중 유 전 본부장이 1억원을 쓰고 1억4700만원을 전달하지 않아 6억여원만 김용 부원장에게 전달됐다는 것이다.

김용 부원장이 광주에 돈을 뿌려야 한다며 20억원을 요구한 지난해 2월로 돌아가보자. 2021년 2월26일, 광주 서구에서 이재명 대표 지지 모임인 ‘희망22포럼’이 창립총회를 갖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이보다 한 달 앞서 광주·전남 지역의 이 대표 지지모임 ‘희망사다리 포럼’이 발족하기도 했다. 이후 돈이 본격적으로 전달되기 시작한 5월에는 전국 단위 지지모임 ‘민주평화광장’과 이재명 대표의 싱크탱크 ‘대한민국 성장과 공정을 위한 국회 포럼’이 문을 열었다.

김용 부원장 공소장에는 이 대표의 이름이 수십 차례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 대표를 공범으로 적시하지는 않았다. 김 부원장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검찰이 나를) 대장동의 공범으로 몰아가려고 창작 소설을 쓰고 있다”며 “창작 소설을 절필시키고 반드시 진실을 밝히겠다”고 주장했다.

“사업비 빼면 이재명 측에 428억원 돌아가”

공소장에서 가장 주목되는 점은, '김만배씨와 친인척 명의로 보유하던 대장동 지분의 24.5%가 김용 부원장, 정진상 실장, 유동규 전 본부장의 몫'이라는 내용이다. 검찰은 ‘김씨와 가족 명의 화천대유·천화동인1~3호 지분(49.2%)의 절반이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측 몫이며, 이에 따라 배당금 700억원을 주기로 약속했다’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유 전 본부장과 남욱 변호사는 최근 검찰 조사에서 “정 실장이 ‘대장동 수익금을 저수지에 담아놓고, 이재명 선거 때 꺼내 쓰자’고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장동 사업 지분은 성남시가 ‘50%+1주’를, 민간사업자들이 7%, 나머지는 금융사 등이 소유하는 구조다. 김만배씨는 화천대유 지분 100%를 가지고 있고, 화천대유가 천화동인1호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이 밖에 천화동인2호와 3호 역시 김씨의 부인과 누나가 소유하고 있다. 천화동인1호의 배당금은 가장 많은 1208억원에 이르고, 2호와 3호는 각각 101억원이다. 즉, 천화동인1~3호 배당금 합계 1410억원 중 절반인 700억여원이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측 몫이며, 세금과 공동 사업비 등을 제하면 실제 수익은 428억원 규모라는 것이다.

지난해 검찰 수사 과정에서 정영학 회계사의 녹취파일에 “천화동인1호의 지분 절반은 ‘그분’ 것”이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엄청난 파장이 일었다. 이정수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정치인 ‘그분(이재명)’은 아니다”며 진화에 나섰다. 유동규 전 본부장은 최근 언론을 통해 “김용 부원장이 (나에게 체포를 피하려면) 병원에 입원하라고 지시했는데, (입원하면 체포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검찰 관계자가) 당시 중앙지검장(이정수)이라고 들었다”고 폭로한 바 있다.

김씨는 지금까지 화천대유 실소유주 논란이 나올 때마다 모든 의혹을 부인해 왔다. 김씨는 지난해 10월11일 검찰 조사 전에 언론과 만나 “천화동인1호의 실소유주는 바로 저”라고 잘라 말했다. 이후 김씨 측 변호인단은 “(김씨가) 그와 같은 말(천화동인 절반은 그분 것)을 한 사실이 전혀 없으며 사실과도 다르다”고 했다가 “(김씨가) 장시간 조사로 정신없는 와중에 잘못 말한 것”이라고 말을 바꾸는 등 천화동인1호 실소유주 의혹을 덮는 데 급급했다. 

ⓒ시사저널 이종현
ⓒ연합뉴스

돌아선 대장동 일당, ‘스모킹건’ 되나

이보다 앞서 남욱 변호사가 먼저 돌아섰다. 남 변호사 역시 지난해 검찰 수사 초기에는 “천화동인1호의 그분은 이재명이 아니다”고 반복해서 주장했다. 심지어 남 변호사는 언론 인터뷰에서 “12년 동안 그 사람(이재명 대표)을 지켜보면서 트라이(시도)를 얼마나 많이 해봤겠나. 씨알도 안 먹혔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이 내용을 결백의 근거로 적극 활용하기도 했다.

그랬던 남욱 변호사는 10월28일 대장동 공판에서 정영학 회계사에게 “2015년 2월 내지 4월 김만배가 내게 ‘(지분) 25%만 받고 빠져라, 본인(김만배)도 12.5%밖에 지분이 안 되고 나머지는 이재명 시장 측 지분이다’라고 말한 것이 기억나느냐”고 질문하며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구속 수감 중인 남 변호사는 11월22일 0시에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된다. 유동규 전 본부장처럼 남 변호사도 폭탄 발언을 이어갈지 주목된다. 유 전 본부장은 대장동 공판에서 정 회계사에게 “대장동 사업의 실질적 결정권자는 성남시장(이재명)이 아니었냐”고 물으며 대장동 일당 중 처음으로 이 대표를 겨냥한 바 있다.

이 밖에 공소장에는 ‘김용 부원장·정진상 실장·유동규 전 본부장이 대장동 개발사업 초창기인 2013~14년부터 호형호제하며 형제처럼 지냈고, 사업 정보를 함께 공유하며 민간사업자에게 특혜를 주는 대가로 금품을 제공받거나 선거 지원을 받았다’는 식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들 세 사람이 대장동 개발사업을 매개로 장기간 정치·경제 공동체를 형성했다’고 보고 있다.

이를 보여주듯 정영학 회계사의 2014년 녹취파일 중에는 남욱 변호사가 “정진상, 김용, 유동규, 김만배 이렇게 네 분이 모여서 일단은 의형제를 맺었으면 좋겠다고 정 실장이 얘기하니 그러자고 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또 남 변호사는 2013년경 “(유 전 본부장이) ‘대장동 사업은 성공을 시켜야 한다. 너(남욱)도 이익을 극대화하고…시장님(이재명) 재선을 위해서 어떤 식의 도움이 되는지 서로 상의해서 조율하자’고 말하더라” “(유 전 본부장이) ‘(대장동 전략을) 포장해 갖고 시장님한테 던져만 주면 된다. 시장님도 나(유동규)한테 그림까지 그려가면서… 이거는 진짜 너(남욱)하고 나하고만 알아야 한다. 1000억만 있으면 되잖아. 그러면 해결돼. 나는 그러면 대장동이든 뭐든 관심 없어. 네가 알아서 해. 그것만 만들어’라고 얘기했다”는 등의 말을 하기도 했다.

향후 재판은 검찰이 증언 외에 얼마나 확실한 물증을 확보했는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돈을 전달한 시기와 장소, 액수 등이 기록된 메모 등을 입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용 부원장 측 변호인은 “검찰이 물증을 제시하고 있지 않다 보니 진술거부권을 계속 행사 중”이라며 “검찰이 가진 증거가 돈 전달과 관련한 메모밖에 없는 듯하다”고 비꼬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 특수통 출신의 한 변호사는 “올해 1월1일부터 시행된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따라,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 조서는 법정에서 피고인이 부인하면 증거로 채택될 수 없다. 실제로 대장동 일당들은 지금까지 이런 수법으로 검찰 수사에 대응해 왔다”면서 “검찰도 굳이 지금 힘을 뺄 필요가 있겠는가. 법정에서 본격적으로 싸우기 위해 호흡을 고르고 있는 중”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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