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MBC 전용기 불허’ 결정…트럼프와 판박이?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2.11.10 10:4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통령실, ‘편파 보도’ 이유로 MBC에 전용기 배제 통보
美트럼프, ‘편파 질문’ 이유로 CNN 백악관 출입금지 시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왼쪽)과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왼쪽)과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대통령실이 오는 11일부터 예정된 아세안(ASEANㆍ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순방에서 MBC 취재진을 전용기에 탑승시키지 않기로 결정했다. MBC의 왜곡‧편파 보도가 반복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야권을 중심으로 반발이 이는 가운데, 일각에선 윤석열 정부의 언론 정책이 미국 트럼프 정부를 상기시킨다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은 9일 오후 대통령실에 출입하는 MBC 기자에게 문자 메시지를 통해 “대통령실은 이번 순방에 MBC 기자들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허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통보했다.

대통령실은 “대통령 전용기 탑승은 외교·안보 이슈와 관련해 취재 편의를 제공하던 것으로, 최근 MBC의 외교 관련 왜곡, 편파 보도가 반복돼온 점을 고려해 취재 편의를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또 “MBC는 자막 조작, 우방국과의 갈등 조장 시도, 대역임을 고지하지 않은 왜곡, 편파 방송 등 일련의 사태에 대해 어떠한 시정조치도 하지 않은 상태”라며 “이번 탑승 불허 조치는 이와 같은 왜곡·편파 방송을 방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도 같은 입장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MBC에 대한 탑승 불허 통보와 관련한 질문에 “대통령이 국민들의 많은 세금을 써가며 해외순방을 하는 것은 중요한 국익이 걸려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어 “기자 여러분께도 외교안보 이슈에 대해 취재 편의를 제공한 것이고 그런 차원에서 받아들여 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즉, 전용기에 기자를 태우는 것은 국익을 위한 것으로, MBC가 국익을 훼손할 염려가 있어 탑승을 불허했다는 얘기다.

일각에선 윤 대통령과 MBC의 관계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CNN의 ‘악연’을 떠올리게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기간 진보성향 방송사인 CNN과 사사건건 충돌했다. CNN 출입기자인 짐 아코스타는 2018년 11월7일 중간선거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민자 정책 문제 등을 두고 트럼프 전 대통령과 언쟁을 벌였고, 이후 백악관 출입을 정지당했다. 백악관은 CNN의 편파성과 기자의 질문태도 등을 출입금지 이유로 밝혔다.

기자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2018년 11월9일 백악관 대변인이 전날 아코스타 CNN 기자를 비난하며 올린 동영상이 조작됐다는 기자들의 지적에 “클로즈업이지 조작은 아니다”라고 반박하면서 “출입금지 조치를 당할 기자들이 더 있다”고 엄포를 놓았다. 이어 주변에 모인 기자들을 향해 “바보 같은 질문”이라고 비하하기도 했다.

미국 언론인들은 집단 반발했다. 백악관 기자협회와 NBC, AP, 블룸버그, 뉴욕타임스, 폴리티코, USA투데이, 워싱턴포스트 등은 잇따라 CNN 지지 의사를 밝혔다. 보수성향 매체인 폭스뉴스도 성명을 내고 백악관이 기자들에 대한 취재 허가증을 무기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결국 상황은 반전됐다. 미국 연방법원이 2018년 11월16일 백악관에 CNN 기자에 대한 출입정지 조치를 즉각 해제하라고 명령하면서다. 미 워싱턴 DC 연방지방법원의 티모시 켈리 판사는 백악관이 아코스타 기자의 출입을 합법적으로 정지하기 위한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끝까지 트럼프 전 대통령은 본인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 법원 판결 직후 트럼프 전 대통령은 “법원의 판결대로 하겠지만 아코스타가 앞으로도 못되게 군다면 새로 만들 규정에 따라 쫓아낼 것”이라며 “기자회견을 중단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나는 그 누구보다도 언론과 출판, 집회의 자유를 명시한 수정헌법 1조를 믿고 존중한다”고 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