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가깝게 중국과는 멀리’…尹정부 외교에 엇갈린 與野 평가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2.11.14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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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대북 경고’ 최고조에 담긴 ‘중국 견제’ 메시지
“확실한 미국편이란 의미, 중국과 외교에 바람직하지 않아”

4박6일 일정으로 동남아를 순방 중인 윤석열 대통령의 다자 외교전을 두고 엇갈린 평가가 나온다.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일 3각 공조를 강화한 것을 두고서는 대체적으로 긍정적 반응이지만, 동시에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가 틀어질 것을 우려하는 반응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14일 페이스북을 통해 전날까지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아세안(ASEAN) 정상회의 관련 성과를 직접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1일 프놈펜에 도착한 이후 한‧아세안 정상회의, 아세안+3 정상회의, 캄보디아‧태국‧필리핀 정상과 양자회담, 한‧미, 한‧미‧일, 한‧일 정상회담 등 릴레이 외교전을 소화한 뒤 G20이 열리는 인도네시아 발리로 이동한 상태다.

윤석열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 한 호텔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 한 호텔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미‧일 첫 포괄적 공동성명…“동북아 평화에 강력한 보루될 것”

윤 대통령은 “북한의 전례 없는 도발로 인해 우려하는 국민들이 많다. 한‧미 양국은 빈틈없는 한‧미 공조로 굳건한 연합방위태세를 유지할 것”이라며 “확장억제 강화 방안에 대해서도 긴밀히 협의해나갈 것이며 북한이 어떤 형태로든 핵을 사용한다면 압도적 힘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미‧일 정상회의에서도 저와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일본 총리는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이루기 위한 한‧미‧일 협력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인식을 함께했다”며 “이러한 논의 결과를 바탕으로 한‧미‧일 정상 공동성명을 발표했는데 이는 처음으로 포괄적 성격의 공동성명을 채택한 것으로서 의미가 남다르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언급한 한‧미‧일 정상 공동성명은 이른바 ‘프놈펜 성명’으로 불리고 있으며,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강력히 규탄하는 것과 동시에 대북 확장억제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3국 정상은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연대 의지를 확인하는가 하면, 중국 이슈에는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재확인한다”고 했다.

이를 두고 여권에서는 긍정적 반응이 나왔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한‧미‧일 정상회담에 대해 “가장 눈에 띄는 성과는 사상 처음으로 포괄적 공동성명을 채택한 것”이라며 “3국 경제안보 대화 신설 등 선명한 대중국 메시지를 담고 있다. 정부가 이런 공동성명에 참여한 것은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꼭 필요한 조치”라고 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통해 “이번 정상회담은 미국의 강력한 확장억제 공약을 재확인함과 동시에, 북한 미사일 정보 실시간 등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를 위한 적극적인 의지를 담았다”며 “이는 한반도와 나아가 동북아 평화를 이루기 위한 강력한 보루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13일(현지 시각) 인도네시아 발리 응우라 라이 국제공항에 도착, 환영공연을 지켜보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13일(현지 시각) 인도네시아 발리 응우라 라이 국제공항에 도착, 환영공연을 지켜보고 있다. ⓒ 연합뉴스

“확실한 미국편? 중국이 가장 싫어하는 것” 

그러나 야권에선 회의적인 시각도 나온다. 한‧미‧일 공조가 강화됨과 동시에 중국 및 러시아와의 관계는 멀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김준형 전 국립외교원장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번 한‧미‧일 정상회담을 통해 한국은 미중 패권경쟁 속에서 확실한 미국 편이라고 공식 선언한 셈”이라며 “자유, 인권,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사람은 없지만 너무 강조하다 보면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 국가를 다 배제하게 된다. 이슈별로 조심스럽게 들어가야 한다”고 평가했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윤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과 만나 인도태평양 전략에 상당히 깊숙이 들어갔는데 이는 중국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라며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 외교를 잘해야 한다. 만약 한‧중 정상회담을 못하고 온다면 절반의 실패”라고 평가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정상회담 내용보다는 순방길에서의 각종 논란에 화력을 집중하는 분위기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대통령의 순방 출발 전 MBC 취재진의 전용기 탑승 불허부터 일정 비공개, 취재 제한, 김건희 여사의 빈곤 아동 촬영 논란 등을 두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경태 최고위원은 “김 여사의 빈곤 포르노 화보 촬영이 논란되고 있다”면서 “가난과 고통은 절대 구경거리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고민정 최고위원은 다수 순방 일정이 비공개로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지금 윤 대통령이 하는 행태를 보면 언론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 같다. 언론 탄압이다”라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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