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反이준석’ 전선 사라지자…‘친윤-비윤’ 또 갈등?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2.11.14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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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영 리더십’ 두고 친윤계 반발…조강특위‧비대위 활동 두고도 당내 이견 확산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 ⓒ연합뉴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 ⓒ연합뉴스

‘이준석만 없으면.’

지난 9~10월, 국회에서 만난 국민의힘 관계자들은 ‘당의 불안정’을 지적하는 질문에 공통적으로 이 전제를 붙여 답했다. “이준석 전 대표의 가처분만 없었어도 대통령 지지율은 올랐다”(대구‧경북 지역구 국민의힘 의원), “이준석 전 대표가 당에 균열을 가져왔다”(국민의힘 보좌관)는 식이었다. 이후 이들의 바람대로 ‘비대위 가처분’ 소송이 기각되며 ‘이준석 리스크’는 사실상 사라졌다.

그러나 최근 국민의힘 내 친윤석열계와 비윤석열계간 불협화음이 다시금 감지되고 있다. 이른바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을 앞세운 친윤계가 ▲이태원 참사 대응 수위 ▲비상대책위원회 활동 폭 ▲당협위원장 배정 문제 등을 두고 비윤계와 이견을 빚으면서다. 정치권 일각에선 총선이 임박할수록 여당 내 계파 갈등이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섞인 전망도 나온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4일 중진 의원들과 회의를 열고 야당의 ‘이태원 압사 참사’ 국정조사 요구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는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의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요구 관련, 주 원내대표가 당내 중진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소집된 것으로 전해졌다.

취재 결과, 주 원내대표는 이날 이태원 참사뿐 아니라 김은혜 홍보수석과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을 퇴장시킨 배경에 대해서도 재차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8일 운영위 국감에서 김·강 수석이 ‘웃기고 있네’라는 필담을 주고받은 게 언론에 포착돼 논란이 일자 운영위원장인 주 원내대표는 이들을 퇴장시켰다.

이 조처를 두고 당내 일각에서는 거센 비판이 제기됐다.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 장제원 의원은 10일 국회에서 만난 기자들에게 “의원들 사이에서 부글부글하다”며 “(두 수석을) 두 번을 일으켜 세워서 사과시키고 퇴장시키는 게 맞나”라고 주 원내대표를 직격했다. 윤 대통령 대선 후보 시절 수행팀장을 맡았던 이용 의원도 11일 의원총회에서 “문재인 정부 때 강기정 정무수석은 운영위에서 더하지 않았느냐”고 비판에 가세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서 ‘친윤계-비윤계’ 간의 당권 쟁투가 시작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이에 주 원내대표가 중진 의원들과 회동에 나서며 진화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장제원 의원을 비롯한 중진 의원들에게 ‘하나된 당’의 모습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중진회의 후 기자들과 만난 장제원 의원은 주 원내대표와의 갈등설을 일축했다. 그는 “일부 언론에서 ‘갈등을 야기했다’(고 하는 것은) 이해 못하겠다”며 “당내 분열은 유승민 전 의원의 애정 없는 비난이 당내 갈등을 유발하는 거지, 제가 주 원내대표에 대해 언급한 게 어떻게 갈등 야기인가”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갈등이 더 가시화될 수 있단 당내 우려도 팽배하다. 친윤계와 비윤계 간의 갈등 전선이 생각보다 넓게 형성되어 있다는 시각이다. 실제 국민의힘 조직강화특별위원회(조강특위)를 두고도 친윤계와 비윤계 간 내홍이 재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친윤계 맏형’으로 불리는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이 주도하는 조강특위는 당 조직 재정비를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비윤계를 중심으로 ‘친윤 줄 세우기’란 의심의 눈초리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이준석 전 대표 체제에서 당협위원장에 내정된 지역이 재공고 대상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정미경 전 최고위원(경기 성남 분당을)과 수석대변인을 지낸 허은아 의원(서울 동대문을) 등이다.

비윤계로 분류되는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된 당 대표 때 내정된 당협위원장들을 박수로 낙점된 비상대책위원장이 무효화시킨다면 우리는 민주적 정당성을 갖출 이유가 없다”고 반발했다. 이어 “현수막도 못 걸 정도로 급박한 당협 사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당협 정비를 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그렇게 급하다면 이미 내정된 당협위원장들을 서둘러 임명하는 것이 상식적”이라고 덧붙였다.

정치권 일각에선 여당 내 분란의 배경으로 ‘투 톱 체제’를 지목하는 분위기도 읽힌다. 주호영 원내대표와 정진석 비대위원장의 색(色)이 너무 다르다는 지적이다. 두 사람이 사안에 따라 줄곧 이견을 보이면서 당내 계파 갈등이 확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 원내대표와 정 비대위원장의 불화설은 정 비대위원장의 현장 비대위 행보를 놓고 불거진 바 있다. 정 비대위원장이 사전 비대위 회의에서 매주 지방에서 현장 비대위를 열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자, 주 원내대표가 국정감사 기간 중이라는 것을 이유로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내면서다.

두 사람은 ‘이상민 책임론’에 대해서도 상반된 입장을 내기도 했다. 정 위원장은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이 장관의 해명 등에 대해 “추궁의 시간이라기보단 추모의 시간이라고 생각한다”며 답을 피했다. 반면 주 원내대표는 같은 날 이 장관과 박희영 용산구청장의 해명을 두고 “적절한 발언이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여당 내부 갈등이 윤석열 정부의 낮은 지지율에서 기반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정부에 대한 국민의 높은 불만과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 탓에 이대로면 차기 총선 (승리)도 어렵다고 보는 비윤계 의원들이 늘어가고 있다”며 “친윤계가 이런 당내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경고’의 사인을 내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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