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럽’ 김건희 여사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2.11.15 16:0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 여사, 인권·동물·환경 관련해 목소리…與 ‘선한 영향력’에 주목
野, “비공개 행보 멈춰라” 질타에 “제2 부속실 부활해야” 주장도

“대통령 부인은 그냥 가족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22일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자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영부인이라는 말을 쓰지 말자”며 이같이 말했다. 그리고 나흘 뒤인 12월26일, 김건희 여사는 자신의 허위 이력 논란을 해명하는 기자회견에서 “남편이 대통령이 돼도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다”며 ‘조용한 내조’를 약속했다.

윤 대통령이 취임한 지 6개월, 과연 대통령 부부의 공언은 지켜지고 있을까. 대통령 부인은 단지 가족에 불과하고, 김 여사는 아내의 역할에만 집중하고 있는 것일까. 정치권의 중론은 ‘아니다’에 찍힌 모습이다. 실제 김 여사는 윤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에서 활발한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김 여사의 존재감과 영향력이 확대되는 가운데 이에 대한 평가는 두 갈래로 갈리는 모습이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12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의 한 선천성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환아의 집을 찾아 건강 상태를 살피고 있다. 김 여사는 지난 11일 헤브론 의료원을 방문했을 때 심장병 수술을 받은 아동들을 만나는 자리에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참석하지 못했던 이 환아의 집을 이날 방문했다.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12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의 한 선천성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환아의 집을 찾아 건강 상태를 살피고 있다. 김 여사는 지난 11일 헤브론 의료원을 방문했을 때 심장병 수술을 받은 아동들을 만나는 자리에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참석하지 못했던 이 환아의 집을 이날 방문했다. ⓒ대통령실

선한 영향력? 인권·동물·환경에 집중된 행보

김 여사 행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이들도 있다. 주로 여권의 시각이다. 이들은 김 여사의 ‘선한 영향력’을 강조한다. 김 여사가 영부인의 영향력을 ‘사익’이 아닌 ‘공익’을 위해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김 여사는 인권·동물·환경에 관심을 갖고 있다. 윤 대통령 당선 이후 김 여사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진행한 언론 인터뷰도 ‘동물 보호’와 ‘아동 학대’에 대한 얘기였다. 김 여사가 가장 최근 올린 인스타그램 게시물의 주제도 ‘유기견 거리 입양제’다. 여권에 따르면, 김 여사가 그간 임시보호한 유기동물만 30마리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여사는 윤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에 동행해서도 유사한 행보를 보였다. 김 여사는 13일 캄보디아 프놈펜의 한 의료원을 찾아 심장질환을 앓는 현지 소년의 치료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14일에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비닐봉지 소비 반대’ 운동으로 유명한 환경운동가 자매를 만났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김 여사는 발리 유스토피아에서 멜라티·이사벨 위즌 자매를 만나 “핵전쟁 못지않게 중요한 문제가 기후환경”이라며 “쓰레기로부터 발리를 구한 위즌 자매가 한국 젊은이들과 대화할 기회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여권 인사들은 일제히 김 여사의 행보를 칭찬했다. 특히 국민의힘 당권 주자들이 김 여사를 적극 두둔하고 나섰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전화 인터뷰에서 김 여사의 순방 일정을 비난한 야권을 향해 “김 여사에 대한 공격이 도를 넘었다. 완전 스토킹”이라고 비판했다.

윤 의원은 “앙코르와트 사원에 가는 것 대신에 제가 알아보니까 김 여사께서 안타까운 사연을 듣고 (심장병 환자에게) 가셨다”며 “과거 영부인들의 행보를 보라. 심장병 어린이를 돕는 등 사회 봉사활동을 많이 하시지 않았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선한 영향력을 발산하는 건 얘기하지 않고 이런 식으로 스토킹 때리기만 하고 있나”라고 덧붙였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세계 최고의 관광지를 쏘다닌 ‘관광객 영부인’보다 오드리 헵번처럼 어려운 이웃과 함께하며 봉사활동을 하는 ‘선행 영부인’이 백배 천배 더 좋다”고 적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를 저격한 것으로 보인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김 여사의) 수많은 봉사와 사랑의 손길이 민주당에겐 빈곤 포르노입니까”라고 반문했다.

김건희 여사가 14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 한 호텔에서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의장국인 인도네시아의 조코 위도도 대통령의 부인 이리아나 여사와 환담과 전시관 방문 등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건희 여사가 14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 한 호텔에서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의장국인 인도네시아의 조코 위도도 대통령의 부인 이리아나 여사와 환담과 전시관 방문 등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내 넘어선 정치인? 여권 일각에서도 우려

다만 김 여사 행보에 대한 부정적 기류도 읽힌다. 이들은 김 여사의 ‘영향력’ 자체에 집중한다. 앞서 윤 대통령이 공언한대로 대통령의 가족에 불과한 김 여사가, 대통령실과 별개의 메시지를 내고 ‘자기 정치’를 하는 게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윤 대통령의 순방 성과를 김 여사가 가린다는 비판도 나온다. 실제 ‘네이버 데이터랩’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 간(8~14일) ‘윤석열’ 검색량은 ▲8일 33 ▲9일 31 ▲10일 39 ▲11일 55 ▲12일 36 ▲13일 33 ▲14일 37로 조사됐다. 같은 기간 ‘김건희’ 검색량은 각각 ▲8일 12 ▲9일 12 ▲10일 20 ▲11일 31 ▲12일 29 ▲13일 61 ▲14일 100으로 조사됐다. 숫자는 조회 기간 내 최다 검색량을 100으로 설정했을 때 상대적 변화를 보여준다. 이를 고려하면 13~14일에는 김 여사의 행보가 윤 대통령보다 더 높은 주목을 받은 셈이다.

야권에선 김 여사가 ‘이미지 메이킹’을 시도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김 여사가 대중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만 취사선택해 공개하고, 그밖에 개인 일정은 ‘사생활’이란 이유로 비공개방침을 고수하는 것을 비판한 것이다. 실제 지난 11일부터 이어진 동남아 순방일정에서 김 여사의 일정은 모두 비공개로 이뤄졌다. 대통령실은 순방 기자단의 현장 취재를 허용하지 않았다.

장경태 민주당 최고위원은 1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세계적으로 빈곤 포르노에 대한 비판과 규제가 강력해지고 있다”면서 “김 여사의 이번 행동은 엄청난 외교적 결례일 뿐 아니라 윤리적으로도 규탄받기 충분하다”고 비판했다. 장 최고위원은 “대통령실은 김 여사의 배우자 공적활동 관리감독을 투명하게 공개하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고민정 민주당 최고위원도 같은 자리에서 “김 여사가 간혹 비공개 일정을 진행할 수도 있지만, 지금까지 몇 개월 동안 김 여사가 일정을 하면서 공개적으로 했던 게 몇 건이나 있었는지 모르겠다”며 “뭘 그렇게 숨기고 싶어서 그런지 모르겠다”고 거들었다.

야권뿐 아니라 여권 일각에서도 김 여사의 광폭 행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영부인을 지원하는 제2부속실이 폐지된 상황에서, 김 여사가 개인 일정을 소화하는 것은 불필요한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조용한 내조’를 하지 않을 것이라면 활동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국민의힘 한 초선의원은 “선한 영향력도 통제받지 않는 이상 언제든 변질된 위험이 있다”며 “김 여사가 영부인의 자격으로 활동하는 이상 부속실의 관리를 받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김 여사가 대통령에 미치는 영향력이 어느 정치인보다 큰 상황”이라며 “불필요한 오해를 없애려면 공개 활동은 최대한 자제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