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빅데이’였지만 김건희‧MBC에 가려진 尹대통령의 메시지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2.11.16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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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방’ 연관 키워드에 ‘안보’보다 ‘김건희’가 상위권
정치 공방에 주목도 떨어진 尹정부 외교 성과

윤석열 대통령의 세 번째 해외 순방 일정이 공식 마무리됐다. 윤 대통령이 한·미·일 정상회담부터 한·중 정상회담까지 굵직한 외교 일정을 소화한 덕분에 정계에선 일정 내내 ‘빅데이’란 꼬리표를 달았다. 그만큼 이번 일정이 윤석열 정부의 외교 키워드를 확립하는 데 있어 중요한 행사였단 의미다.

그러나 일각에선 “남은 게 없다”는 자조가 나온다. 순방 일정 동안 외교 메시지보다 각종 논란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다. 순방길에 오르기도 전에 MBC 전용기 탑승 배제로 취재 제한 논란이 일었다. 김건희 여사의 비공개 행보는 야권의 거센 공세를 받았다. 통상 해외 순방 일정은 국정운영에 호재로 통하지만, 윤석열 정부에선 ‘무용론’까지 거론된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는 모습. 한·미 정상회담과 한·일 정상회담은 13일(현지 시각)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한·중 정상회담은 15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성사됐다. ⓒ 연합뉴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는 모습. 한·미 정상회담과 한·일 정상회담은 13일(현지 시각)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한·중 정상회담은 15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성사됐다. ⓒ 연합뉴스

‘김건희’와 ‘MBC’에 스포트라이트 뺏긴 尹대통령 외교 성과

16일 정치권은 지난 4박6일간 치러진 윤 대통령의 동남아시아 순방 성과 평가로 들썩였다. 윤 대통령은 지난 11일부터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아세안(ASEAN) 정상회의에 이어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개막한 G20(주요20개국) 정상회의 일정을 소화했다. 이를 두고 여권은 “한국 외교의 동맥경화를 해소한 성과 있는 순방이었다”고 극찬한 반면, 야당은 “굴욕적이고 립서비스로 끝난 초라한 성적표”라고 혹평했다.

외교계의 평가는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편이다. 한·미·일 정상회담과 한·미 회담, 한·일 회담, 한·중 회담까지 외교적 ‘빅이벤트’를 모두 성사시켰다는 점에서다. 중국보다 미국을 가까이하는 윤석열 정부의 외교 기조에 대한 찬반을 차치하고서라도, 과거에 불거졌던 외교 의전상 문제 등은 발생하지 않았다는 게 중론이다. 윤 대통령은 “이번 순방에서 자유와 연대의 정신을 바탕으로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국제사회 평화의 번영은 연대에 의해 보장된다는 확고한 신념을 바탕으로 복합 위기를 극복해 나가겠다”고 자평했다.

문제는 대중의 관심이다. ‘빅데이’라는 꼬리표가 무색하게도 여론의 관심은 윤 대통령의 외교적 메시지에 쏠리지 않았다. 빅데이터 분석 도구인 ‘썸트렌드’에 따르면, 지난 일주일간 네이버블로그와 트위터 등 SNS상에서 ‘순방’의 연관어로 ‘김건희’가 1만8151건 언급됐다. ‘윤석열’ 1만1491건보다 많은 수치다. ‘MBC’도 1만174건으로 상위권이다. 외교 키워드가 될 만한 단어는 ‘안보(6625건)’가 유일했고, 이마저도 후순위에 기록됐다. 윤 대통령의 해외 순방 일정보다 김건희 여사의 행보와 MBC 전용기 탑승 배제 논란이 더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으로 해석된다.

ⓒ 썸트렌드 제공
ⓒ 썸트렌드 제공

尹대통령에 ‘악재’였던 해외 일정들…이번 순방은?

통상 해외 순방은 국정운영에 긍정적으로 작용해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취임 후 2번째 해외 순방인 2013년 6월 중국 방문 후 지지율이 8.8%포인트(한국갤럽 기준) 뛰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경우 첫 해외 순방인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2017년 6월 기준 지지율이 80%였다. 해외 순방에 나가면 외교‧안보 이슈가 부각되기 때문에 여야 지지층을 결집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는 해석이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에선 해외 순방 때마다 곁가지 논란이 불거지면서 오히려 지지율이 떨어졌다. 윤 대통령의 첫 순방 일정이었던 6월5주차 나토(NATO‧북대서양기구) 순방 때는 민간인 동행 논란에 휩싸였고, 이는 대통령실 전반의 사적 채용 의혹으로 확산됐다. 9월5주차 북미 순방길엔 윤 대통령의 ‘이XX’ 비속어 논란 등으로 야권과 극렬한 신경전을 벌였다. 윤 대통령 지지율은 당시 6%포인트, 4%포인트씩 하락했다. (한국갤럽 조사 기준)

여론분석 전문가인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윤석열 정부 입장에선 외교·안보 이슈를 주도해야 여론을 움직일 수 있는데, 정쟁에 휩싸이면서 주목을 못 받는 측면이 있다”며 “각 진영 지지층이 결집할 대로 결집한 상황이라, 적어도 다음 선거 때까지는 유의미한 여론의 움직임이 관측되지 않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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