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양증권도 쉬쉬한 연봉 27억원 ‘40세 스타 임원’의 수상한 차명 투자
  • 박창민 기자 (pcm@sisajournal.com)
  • 승인 2022.11.21 07:35
  • 호수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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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은기 대표, 아내 명의로 자산운용사 최대주주에 CB 45억원 투자
측근 통해 최대주주 법인 원격 경영…한양증권 직원도 동원?

매년 수십억원의 연봉을 받는 한양증권 스타 임원이 차명 회사를 통해 자산운용사를 인수한 의혹이 제기된다. 증권사 임직원은 금융 당국 승인 없이 자산운용사를 설립하거나 소유할 수 없다. 더구나 한양증권 내부에서는 이 같은 사실을 사실상 묵인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한양증권 직원이 스타 임원의 차명 회사들을 관리하고 있었다. 금융권에서는 한양증권의 내부통제 기능이 완전히 상실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사실 지금부터 들려줄 이야기는 다툼의 여지가 많다. 얼핏 보기에 문제가 많아 보이지만, 생각보다 간단치 않다. 법적으로 따졌을 때 피해 나갈 수 있는 구멍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어쩌면 한 금융인이 어떻게 법망을 빠져나갔는지에 관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그 주인공은 민은기 한양증권 S전략CIC 대표다. 민 대표와 한양증권 측은 해당 의혹들에 대해 “단순한 투자였을 뿐이다. 이미 내부적으로 문제 없이 정리가 끝난 사안”이라고 밝혔다.

민은기 한양증권 S전략CIC 대표가 2021년 11월24일 아너스자산운용 대표이사실에 있는 모습과 한양증권 사옥. ⓒ시사저널 최준필·민은기 대표 카카오톡 프로필

40세 한양증권 스타 임원의 일탈

이제 갓 마흔인 민은기 대표는 지난해 한양증권에서 2번째로 많은 연봉(27억2700만원)을 받아간 능력자다.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인수금융 전문가인 그는 뛰어난 사업 수완으로 한양증권의 드라마틱한 실적 성장을 견인했다. 민 대표의 고속 승진도 이와 무관치 않다. 2018년 한양증권 IB사업부장으로 합류한 그는 3년 만에 최연소 상무가 됐으며, 올해 한양증권 S전략CIC 대표로 파격 승진했다. 아울러 올해 초 증권가를 뜨겁게 달군 지라시의 주인공으로서 민 상무는 젊음과 능력 그리고 재력까지 겸비한 한양증권 스타 임원으로 통한다.

사실 한양증권 안팎에서 민 대표는 또 다른 직함을 가지고 있다. ‘아너스자산운용 실소유주’. 2016년 설립된 아너스자산운용은 지난해 6월 부동산 PF 투자전문회사 트리온파트너스에 매각됐다. 당시 트리온은 70억원을 조달해 아너스자산운용 지분 전량(100%)을 인수했는데, 트리온의 자금줄이 민 대표라는 이야기가 증권가에서 파다했다.

이 소문의 실체는 시사저널이 입수한 아너스자산운용 인수 프로젝트 제안서(IM)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트리온은 아너스자산운용 인수 자금 70억원을 마련하기 위해 전환사채(CB) 발행과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유상증자 25억원은 트리온 사내이사였던 강아무개 전 아너스자산운용 대표를 통해 이뤄졌다. 45억원 규모의 트리온 전환사채를 인수(투자)한 곳은 부동산 중개업체 리버스톤디앤씨다. 트리온은 이렇게 끌어모은 자금으로 아너스자산운용을 인수했다.

트리온의 자금줄 역할을 한 리버스톤은 사실 민 대표의 가족회사다. 2020년 3월 민은기 대표의 아내 김아무개씨는 리버스톤을 설립했으며, 현재 대표이사로 등재돼 있다. 가정주부로 알려진 김씨는 명의사장일 뿐, 리버스톤 경영과 관련된 모든 일은 남편 민은기 대표가 결정한 것으로 파악된다. 자본금 100만원에 불과한 리버스톤이 45억원 규모의 트리온 전환사채를 인수할 수 있었던 것도 민 대표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리버스톤의 자금 출처에 대한 내용은 후속 보도에서 다루려고 한다).

이런 사실을 종합하면, 민 대표는 트리온을 통해 아너스자산운용을 실질적으로 지배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민 대표의 가족회사 리버스톤은 2020년 10월 자본금 1000만원으로 설립된 트리온 전환사채를 보유했다. 리버스톤이 45억원 규모의 트리온 전환사채를 채권이 아닌 주식으로 전환할 경우 트리온 최대주주는 곧바로 리버스톤으로 바뀐다.

민은기 대표의 아내 김씨(100%)→리버스톤(CB 45억원)→트리온(100%)→아너스자산운용 등으로 이어진다. 아너스자산운용은 자연스럽게 민 대표 아내 회사 리버스톤의 손자회사가 된다.

아내 회사 통해 아너스자산운용 실질적 지배

민 대표는 아너스자산운용 인수 자금을 마련하는 데 그치지 않고, 측근인 심아무개 트리온 대표이사를 통해 경영에도 직접 관여했다. 심 대표는 한양증권 출신 변호사로 2020년 한양증권을 퇴사하고 트리온 이사로 취임했다. 아울러 민 대표 아내와 함께 리버스톤 공동 대표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민 대표와 심 대표가 나눈 텔레그램 대화 내역에 따르면, 심 대표는 트리온과 리버스톤 그리고 아너스자산운용과 관련된 모든 사안을 민 대표에게 보고했다(민 대표가 참여한 ‘트리온 3인방’ 텔레그램 대화방 참조).

해당 텔레그램 대화 내용들을 분석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민 대표 아내 회사 리버스톤이 45억원 규모의 트리온 CB 투자 △민 대표는 트리온·리버스톤의 법인인감과 각종 중요 서류를 통제하며, 실질적인 사주 역할을 함 △트리온과 리버스톤의 경영활동은 민 대표 승인 아래 이뤄졌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민 대표는 트리온과 아너스자산운용 임원 영입과 업무 분장 등을 직접 챙겼으며, 심지어 아너스자산운용의 법인 차량을 자신의 아버지에게 제공한 것으로 파악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민은기 대표가 한양증권에 재직하면서 차명으로 이 같은 사업을 벌인 이유다. 먼저 자산운용사를 설립하거나 인수할 때 대주주·건전경영·이해충돌방지체계 등 갖춰야 할 요건이 많고, 금융위원회의 까다로운 심사도 거쳐야 한다. 또 금융사 임원은 자본시장법상 영리법인에 상시적으로 종사할 수 없다. 금융사 임원은 주식 보유 현황과 투자 내역도 보고하게 돼 있다.

금융권에서는 민 대표가 아내 명의 비상장회사와 자산운용사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면서도 이 같은 법망을 모두 피해 갔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민 대표는 리버스톤과 트리온, 아너스자산운용에 아무런 지분이 없기 때문에 주식 보유 현황도 보고할 필요가 없다. 이 덕분에 금융 당국의 자산운용사 대주주 적격 심사도 비켜갔다. 그저 민 대표는 뒤에서 측근에게 차명 회사 관련 업무지시를 내리고, 보고만 받으면 되는 것이다.

금융사 임직원의 차명 투자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위반이다. 아울러 증권사 임원으로서 이해충돌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한 금융 당국 관계자는 “금융투자사 임원은 이해충돌 문제가 있어 상식적으로 자산운용사 오너가 될 수 없다. 이런 문제를 피하고자 차명 회사를 활용한 것으로 해석된다”면서 “배우자나 특수관계자를 통한 차명 투자도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민 대표가 차명 회사들을 통해 딴 주머니를 찬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민은기 대표는 증권사 임원이 자산운용사를 인수할 수 없다고 답하면서 해당 의혹은 사실무근이라고 답했다. 민 대표는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회사들이다. 회사 내부에서도 이와 관련된 내용을 인지해 이미 다 정리했다”며 “금융사 임직원은 당연히 자산운용사를 인수할 수 없다. 자세한 내용은 회사에 문의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사실 한양증권 내부에서는 민 대표가 아너스자산운용을 실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공연하게 알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민 대표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민 대표는 한양증권 임원들과 아너스자산운용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당시 민 대표는 현직 한양증권 A, B 임원이 향후 아너스자산운용에 합류할 것이며, C 임원은 차기 한양증권 대표라고 소개했다.

심지어 한양증권 직원이 민 대표의 차명 회사를 관리한 것으로 보인다. 트리온과 아너스자산운용 임원들은 법인 서류와 인감 등이 필요할 때 민 대표에게 사전 보고 후 한양증권 D 팀장을 통해 가져갔다. D 팀장은 민 대표의 부하직원인 것으로 파악된다. 민 대표는 ‘트리온 단독업무’라는 텔레그램 방을 만들어 D 팀장을 초대해 차명 회사 관련 업무 지시까지 했다.

민은기 한양증권 S전략CIC 대표는 트리온 임원들과 텔레그램으로 ‘트리온 3인방’이라는 업무방을 개설했다. 민 대표가 트리온의 실질적인 사주로 아너스자산운용 인수에 직접 관여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한양증권 “본인이 직접 안 해서 문제 없다”

일각에서는 한양증권이 내부적으로 민 대표의 일탈을 묵인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한양증권은 올해 초 이와 관련해 내부 조사까지 했지만, 민 대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런 행위 자체가 금융회사 임원으로서 자질 문제가 있는 거다. 한양증권의 도덕적 해이가 도를 넘었다”면서 “내부통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건지 의문스럽다. 금융 당국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한양증권은 ‘민 대표가 직접 한 게 아니어서 위법성이 없다’고 판단하면서 ‘정상적인 일은 아니다’는 모순적인 해명을 내놨다. 한양증권 관계자는 “지난해 민 대표 아내 회사가 트리온 CB 투자를 한 건 맞지만, 현재는 모두 처분한 걸로 알고 있다”면서 “민 대표가 직접 투자한 게 아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문제가 되지 않으면 왜 트리온 CB를 처분했느냐”는 기자 질문에 대해서도 “한양증권 현직 임원이 자산운용사를 인수한 회사에 CB 투자를 하는 건 옳지 않다”고 답했다. 아울러 한양증권 직원이 민 대표의 차명 회사를 관리했다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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