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양증권과 VIP 고객 제7일 안식교회의 수상한 거래
  • 박창민 기자 (pcm@sisajournal.com)
  • 승인 2022.12.20 07:35
  • 호수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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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년간 2000여억원 거래…스타 임원 차명 투자 자금줄?
금융사 임직원, 직무상 이해 관계자에게 이익 수수 불법
금감원 검사 받고 있는 한양증권, 조사 결과에 이목 집중

한 성도가 종교(교회)재단 돈 수천억원을 굴렸다. 교회는 단순히 그가 성도여서 거액의 돈을 맡긴 게 아니었다. 증권사에 근무하고 있는 이 성도는 교회 돈을 잘 운용해 적지 않은 투자수익을 안길 만큼 ‘능력’ 있는 사람이었다. 무엇보다 그에게는 문제가 발생하면 어떻게든 책임지고 해결하려는 ‘신의’가 있었다. 성도에 대한 교회의 믿음은 확고해졌고, 성도가 운용하는 재단의 돈 규모는 날이 갈수록 불어났다. 

덕분에 이 성도는 나이 마흔에 최연소 증권사 임원 타이틀을 거머쥐었고, 연봉 27억원을 받는 ‘스타 임원’이 됐다. 교회와 성도 그리고 성도가 근무하고 있는 증권사까지 모두 행복했다. 욕심 때문이었을까. 어느 순간 이들은 모두 선을 넘어버렸다. 제7일 안식일예수재림교회(이하 안식교회)와 한양증권, 민은기 S전략CIC 대표의 이야기다.

민은기 대표의 아내가 한양증권 최대 고객인 안식교회로부터 받은 투자금 45억원의 용처가 우선 주목된다. 안식교회 자금으로 민 대표가 사실상 지배하는 자산운용사 최대주주 법인에 차명 투자를 한 정황이 시사저널 취재 과정에서 포착됐기 때문이다(시사저널 1727호 ‘[단독] 한양증권도 쉬쉬한 연봉 27억원 ‘40세 스타 임원’의 수상한 차명 투자’ 기사 참조). 추가 취재 과정에서 안식교회 성도인 민 대표가 한양증권에서 안식교회 돈 수천억원을 운용한 사실도 새롭게 밝혀졌다. 금융권과 법조계에서는 금융사 임직원이 고객에게 사적 투자를 받는 건 불법행위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도 한양증권을 상대로 해당 의혹에 대한 대대적인 검사에 착수한 상태다.

서울시 동대문구에 위치한 제7일 안식일예수재림교 전경과 서울 여의도 한양증권 본사. 오른쪽은 민은기 대표ⓒ시사저널 임준선·시사저널 최준필
서울시 동대문구에 위치한 제7일 안식일예수재림교 전경과 서울 여의도 한양증권 본사. 오른쪽은 민은기 대표ⓒ시사저널 임준선·시사저널 최준필

안식교회, 스타 임원 아내에게 45억원 ‘투자’ 

안식교회는 삼육학원(삼육대·삼육식품·SDA삼육어학원 등)을 설립한 국내 최대 개신교 중 하나다.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미국에서 시작된 안식교회는 1904년 한국에 뿌리내려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2020년도 기준 국내 교회는 699개소, 신도 수는 25만 명에 육박한다. 아울러 삼육대학교를 비롯해 전문대학 2개, 고등학교 2개, 중학교 7개, 초등학교 10개, 병원 6개, 외국어학원 35개, 건강식품 공장 3개 등을 운영하면서 중견기업에 버금가는 사업 규모를 가지고 있다.

안식교회와 민은기 대표 부부의 관계가 석연치 않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트리온파트너스의 아너스자산운용 인수 프로젝트(IM)에 따르면, 안식교회는 SPC(특수목적회사)에 신탁한 70억원 중 45억원을 민은기 대표 아내 회사 리버스톤에 대여했다. 리버스톤은 이 자금으로 트리온이 발행한 45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인수(투자)했다. 안식교회가 SPC에 신탁한 나머지 25억원은 트리온 유상증자 자금으로 사용됐다.

안식교회 자금 70억원이 전부 트리온으로 흘러들어간 것이다. 트리온은 이렇게 끌어모은 70억원으로 아너스자산운용 지분 100%를 인수했다. 민은기 대표의 차명 투자 자금 흐름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안식교회(70억원 사채 신탁)→SPC(70억원 사채 대여)→리버스톤(CB 투자 45억원)·유상증자(25억원)→트리온(100%)→아너스자산운용 인수 등으로 이어진다. 민 대표가 차명으로 실소유한 의혹이 있는 트리온은 사실상 안식교회 자금으로 아너스자산운용을 인수한 것이다.

트리온이 안식교회 ‘수익 구조’를 설계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아너스자산운용 인수 프로젝트의 ‘금융조건 및 원금·수익 회수 방안’에 따르면, 70억원의 자금을 대출해준 안식교회에 연 10%로 이자를 지급하기로 했다. 또 대상 회사(아너스자산운용)에서 배당 가능한 재원의 10%에 상당하는 금액을 매년 안식교회에 기부금 또는 후원금으로 지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식교회가 민 대표 아내에게 이 같은 거액의 돈을 투자한 까닭은 무엇일까. 주목되는 사실은 안식교회가 한양증권 최대 고객이라는 점이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한양증권 내부 자료에 따르면, 2017~21년까지 한양증권은 1961억원에 달하는 안식교회 재단 자금을 운용했다. 한양증권이 운용한 안식교회 돈은 해마다 증가했다. △2017~18년 263억원 △2019년 457억원 △2020년 607억원 △2021년 634억원 등이다. 한양증권은 지난 5년간 교회 측에 총 92억원에 달하는 금융투자 수익을 지급했다. 해당 자료가 2021년 9월에 작성됐고, 올해 추가 수익이 있을 것으로 가정하면, 한양증권에서 발생한 안식교회의 금융투자 수익은 최소 100억원 이상 될 것으로 추정된다.

한양증권, 안식교회 자금 1961억원 운용

그 중심에는 민은기 대표가 있다. 그가 총괄하고 있는 한양증권 S전략CIC에서 안식교회 자금을 직접 운용·관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 대표는 직원을 통해 투자 현황과 투자 잔액, 투자일, 총 지급액 등을 해마다 정리하면서 안식교회 돈을 꼼꼼히 관리했다. 시의적절한 투자처에 안식교회 자금을 투입하기 위해서였다. 이렇게 민 대표는 지난 5년 동안 한양증권에서 63건에 달하는 투자처에 안식교회 돈을 투입했다. 안식교회 자금이 투자된 곳은 대부분 한양증권이 주선한 부동산 PF 인수금융 자산이었다. 한양증권 안팎에서는 민 대표가 최근 몇 년 동안 부동산 PF 인수금융 시장에서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것도 안식교회 자금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민은기 대표가 자신이 관리하는 한양증권 최대 고객인 안식교회로부터 45억원에 달하는 자금 투자를 아내 회사를 통해 차명으로 받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증권사 임원이 자신의 최대 고객에게 ‘사적 투자’를 받은 것은 위법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자본시장법(제84조)에서 정하고 있는 이해상충에 대한 관리 규정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금융사 임직원은 애초에 이해관계자와 이런 거래를 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법조계에서도 현직 금융사 임직원이 고객에게 사적으로 투자받는 건 불법행위가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수재 등의 죄)에 따르면, 금융회사 등의 임직원이 그 직무에 관해 금품이나 그 밖의 이익을 수수, 요구 또는 약속했을 때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 자격정지에 처한다고 명시했다. 증권범죄 사건에 정통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금융사 임직원이 자신의 고객에게 개인적으로 투자를 받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 관건은 직무 연관성이다”면서 “본인이 직접 수수하지 않았더라도 가족이나 제3자에게 금품이나 그 밖의 이익을 공여한 것도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민은기 대표가 거액의 안식교회 돈을 투자받고 운용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그가 안식교회의 교인이라는 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민 대표는 안식교회의 오랜 성도로 교단 내에서 집사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민 대표 가족이 2020년 7월 안식교회가 발간하는 월간지 ‘가족과 건강’ 표지모델로 등장한 적도 있다. 아울러 그는 안식교회가 설립한 삼육초·중·고를 졸업하면서, 교단 내에서 일명 ‘성골’로 통한다.

민 대표 투자금 수수, 직무 연관성이 관건

다만, 민 대표가 안식교회 돈을 운용할 수 있었던 데는 그의 ‘능력’도 한몫했다. 민은기 대표를 잘 알고 있는 한 인사는 시사저널과 만나 “단순히 민 대표가 교인이어서 교회 돈을 굴린 건 아니다. 민 대표는 한양증권에서 교회 돈을 안정적으로 운용하면서 적지 않은 돈을 벌어줬다”며 “그는 단 한 번도 교회에 피해를 준 적이 없다. 설령 사고가 나더라도 민 대표는 자신이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면서, 교회와 오랜 기간 신뢰 관계를 쌓았다”고 설명했다.

한양증권 안팎에서는 민 대표의 아너스자산운용 차명 인수설 실체가 드러난 것 아니냐는 얘기마저 나온다. 한양증권 측은 “단순한 CB 투자”라고 민 대표 의혹을 일축했지만, 이는 표면적인 이유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민 대표가 자신의 최대 고객이자 성도로 있는 교단의 자금 지원을 받아 자산운용사를 차명 인수한 게 이번 사건의 본질이라는 시각이다.

실제로 그게 아니라면 아너스자산운용과 트리온 임직원들이 민 대표에게 경영상황을 보고하고, 지시받은 이유를 설명할 길이 없다. 민 대표가 사업 실적이 좋은 덕에 한양증권 내부에서도 이 같은 사실을 쉬쉬하고, 회사 차원에서 민 대표의 차명 회사 경영에 협조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나온다(시사저널 1728호 ‘[단독] 한양증권, 스타 임원 차명 투자 의혹 내부 조사 착수’ 기사 참조).

이와 관련해 한양증권 측은 “민 대표의 투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행된 것일 뿐 불법성은 없다”고 밝혔다. 한양증권 관계자는 “재단(안식교회)이 한양증권의 최대 고객인 건 맞다. 민은기 대표 아내 회사가 재단으로부터 자금 투자를 받은 것도 알고 있었다”면서 “내부에서는 정상적인 투자라고 판단하고 있지만, 금감원의 검사 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답했다. 

 

한양증권 측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행”

반면, 민 대표와 안식교회는 관련 의혹에 대해 수차례 문의했지만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민 대표 지인을 통해 인터뷰도 추진했으나 이뤄지지 않았다. 안식교회 역시 12월5일 질의서를 보내고 기다렸지만, 기사 마감날인 12월15일까지 답변이 오지 않았다.

한양증권을 상대로 한 금융감독원의 검사 결과가 주목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금감원은 시사저널 보도 이후인 11월23~29일 한양증권과 아너스자산운용에 대한 현장 검사를 진행했다. 이번 금감원 검사는 정기 검사가 아닌 특정 현안을 대상으로 하는 ‘수시 검사’였다. 현재 민 대표의 차명 투자 자금 출처를 조사 중이며, 회사 내부 정보를 이용해 트리온과 아너스자산운용 등에 한양증권 관련 거래를 밀어줬는지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횡령, 차명 거래 등 금융권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수준인데, 금융기관의 내부 통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며 “금융 당국은 철저한 검사와 동시에 내부 통제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양증권-트리온-아너스자산운용 상호 투자한 까닭
한양증권 측 “민 대표와 무관하게 거래”


한양증권이 현직 임원인 민은기 S전략CIC 대표가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회사들(트리온파트너스·아너스자산운용)의 투자상품에 투자한 점도 의문점이다. 한양증권이 현직 임원의 차명 회사에 투자를 몰아준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금융권에서는 이 같은 행위 역시 자본시장법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시사저널 취재에 따르면, 한양증권은 아너스자산운용의 여러 투자상품에 투자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표적인 사례가 상장기업인 A사 전환사채(CB) 투자다. 지난해 8월 아너스자산운용은 A사 CB 투자를 위해 ‘아너스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 제25호’라는 이름으로 50억원의 펀드를 조성했다. 당시 한양증권은 이 펀드에 투자하기 위해 10억원을 출자했다.

한양증권은 트리온과도 여러 부동산 PF 대출 주선 업무를 주관했다. 트리온 내부 자료에 따르면, 한양증권과 트리온은 지난해 4월 안산 성곡동 물류창고 개발사업 브리지대출(170억원)에 대출 주관사로 함께 참여했다. 이 외에 트리온이 회사 홈페이지에 공개한 자금 조달 사례 8건 중 5건은 모두 한양증권에서 진행한 부동산 개발사업인 것으로 파악된다.

금융권에서는 아너스자산운용과 트리온이 한양증권과 관련된 투자사업에 함께 참여할 수 있었던 배경에 민 대표의 입김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민 대표가 회사 내부 정보를 이용하거나 한양증권을 동원해 차명 회사에 일감과 투자를 몰아줘 사익을 추구했다는 것이다. 한양증권이 현직 임원과 얽히고설킨 회사들과 이 같은 투자사업을 하는 건 이해충돌에 대한 관리를 규정한 자본시장법(44조) 위반이라는 지적도 있다.

민은기 대표와 한양증권을 상대로 검사를 진행하고 있는 금융감독원 역시 이들 회사의 투자사업 배경에  불법성이 있는지를 들여다보고 있다. 현행법상 금융회사 임직원에게는 법적으로 ‘이해충돌 방지 의무’가 있다. 금감원은 그동안 금융사 임직원의 배우자나 직계혈족 등 이해관계자 거래를 ‘내부 통제 기준 마련 의무 위반’ 등으로 철퇴를 가해 왔다. 최근 아내 명의로 차명 투자 의혹이 불거져 금감원 조사를 받는 존리 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가 단적인 예다.

물론 한양증권 측은 이 같은 의혹에 대해서도 “정상적인 투자”라고 밝혔다. 한양증권 관계자는 “한양증권이 아너스자산운용과 트리온과 관련된 투자사업에 참여한 사실은 있다”면서도 “하지만 민 대표와 무관하게 자체적으로 진행된 거래고, 불법성은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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