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호, 3패 당할 수 있지만 3승 할 수도 있다
  • 김경무 스포츠서울 전문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11.19 15:05
  • 호수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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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조 4개국, 전력차 가장 적어 이변 예고
우루과이·가나, 수비력 약점 노출…호화군단 포르투갈도 이름값 비해 경기력 저하

월드컵 등 큰 대회를 앞두고 내놓는 전문가들의 예상이 자주 빗나가는 건, 축구의 의외성 때문이다. ‘축구공은 둥글다’는 말처럼 이변도 많다. 아무리 약팀이라도 상대팀에 대한 효과적인 전술·전략을 짜내며 예상 밖의 승리를 일궈낼 수 있고, 강팀이라도 주전들의 당일 컨디션 난조가 찾아오면 낭패를 당할 수 있다. 한국이 2018년 러시아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F조 최종 3차전에서 디펜딩 챔피언이자 세계랭킹 1위인 독일을 2대0으로 잡을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과연 얼마나 있었을까?

2022 카타르월드컵 본선 H조에 편성된 4개 팀. 전력 순위를 매겨보면, 포르투갈-우루과이-대한민국-가나 순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FIFA 랭킹을 봐도 포르투갈 9위, 우루과이 14위, 한국 28위, 가나 61위다. 유럽 빅리그에서 뛰는 선수들 면면이나 객관적 전력, 그리고 월드컵 대륙별 예선 성적을 감안해 봐도 대체로 그렇다.

그렇지만 실제 4팀의 전력 차이는 그다지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한국이 자칫 3패를 당하는 게 아니냐고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다. 아프리카 전통의 강호인 가나의 오토 아도 감독이 최근 FIFA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강한 세 팀을 만났다. 3경기에서 모두 지거나, 이길 수도 있다”고 말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한준희 KBS 축구 해설위원은 “4팀 간 차이가 작은 조라서 죽음의 향기가 있다”고 했다. 실제 어느 팀이 조 1, 2위로 16강 토너먼트에 오를지 단언할 수 없다.

한국과 H조 예선에서 상대할 우루과이, 가나, 포르투갈(맨 위 사진부터) 대표팀 선수들이 카타르 도하에 입성해 훈련하고 있다.ⓒAFP 연합·EPA 연합
한국과 H조 예선에서 상대할 우루과이 대표팀 선수들이 카타르 도하에 입성해 훈련하고 있다. ⓒAFP 연합

‘절정의 컨디션’ 과시하는 우루과이…수비 약점도 노출

남미 강호 우루과이는 벤투호에 분명 버거운 상대가 아닐 수 없다. 카타르월드컵 남미 예선에서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에 이어 3위를 차지한 팀이다. 강점은 공격의 핵심들이 2022~23 시즌 유럽 빅리그에서 절정의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공격형 미드필더 페데리코 발베르데(24·레알 마드리드), 스트라이커 다윈 누녜스(23·리버풀), 미드필더 로드리고 벤탄쿠르(25·토트넘 홋스퍼) 등 3인이 특히 그렇다.

누녜스와 벤탄쿠르는 11월14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사무국이 발표한 EPL 16라운드 베스트11에 나란히 선정될 정도로 현재 컨디션이 좋다. 스페인 라리가의 명가 레알 마드리드 공격의 핵으로 등장한 발베르데는 중거리포 득점력까지 갖추고 있어 경계 대상 1호다.

과거 같으면 5월말 한 시즌이 종료된 뒤 월드컵 본선이 열려 선수들이 체력적으로 지쳐 있는 상황이어서 경기력이 들쭉날쭉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엔 유럽리그 시즌 중간에 열려 선수들은 먼 거리 이동 없이 최상의 컨디션으로 자국을 대표해 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때문에 유럽 빅리그의 걸출한 공격수를 다수 보유한 우루과이는 강한 면모를 보여줄 수 있고, 첫 상대인 한국으로선 결연한 자세로 승부를 걸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H조 예선에서 상대할 우루과이, 가나, 포르투갈(맨 위 사진부터) 대표팀 선수들이 카타르 도하에 입성해 훈련하고 있다.ⓒAFP 연합·EPA 연합
한국과 H조 예선에서 상대할 가나 대표팀 선수들의 훈련 모습 ⓒEPA 연합

아프리카 복병이지만 최근 전력 약화 조짐 뚜렷한 가나

우루과이에는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3명이 포진해 있다. 수비수 디에고 고딘(36·벨레스 사르스필드), 골잡이 루이스 수아레스(35·나시오날), 에딘손 카바니(35·발렌시아) 등이다. 이들은 이미 30대 중반을 넘었고 절정기가 지났다. 이들이 제대로 뛸 수 있을지 불투명한 건 단점이기도 하다. FC바르셀로나 소속 로날드 아라우호(23)가 포진한 수비진에도 약점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라우호는 지난 9월 이란과의 A매치에서 오른쪽 허벅지 부상을 당했고 수술까지 했는데 그가 이번에 제대로 뛸 수 있을지 의문이다. 중앙에 비해 좌우 풀백이 약하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남미 예선에서 22골을 넣고 22실점을 한 것은 수비 약점을 확연히 드러내준다.

가나는 카타르월드컵 아프리카 예선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나이지리아와 플레이오프를 치러 천신만고 끝에 카타르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위협적인 전력은 아니라는 얘기다. 올해 초 열린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에서는 조별리그 탈락의 아픔을 맛봤고, 세르비아 출신 밀로반 라예바치 감독이 해임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자국 출신 오토 아도 감독(47)이 지난 2월 수석코치에서 감독으로 승격돼 새롭게 지휘봉을 잡았다. 조별리그 2차전에서 만나는 가나는 한국이 반드시 잡아야 할 팀이다.

최종 엔트리를 보면 라리가의 강호 아틀레틱 빌바오에서 활약 중인 스트라이커 이나키 윌리엄스(28), 그리고 프리미어리그 브라이튼에서 뛰는 수비수 타리크 램프티(22)가 주목할 만한 선수다. 각각 스페인과 잉글랜드 태생으로 이중 국적 선수였는데, 이번에 가나 유니폼을 입고 뛰게 됐다. 가나의 강점은 아프리카 예선에 뛰지 않았던 이나키 윌리엄스와 타리크 램프티, 그리고 수비수인 모하메드 살리수(23·사우샘프턴)의 가세로 포지션별 전력 보강이 제대로 이뤄졌다는 사실이다.

문제는 조직력이다. 애초 조직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는데 귀화선수들의 가세로 더욱 그렇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가장 믿을 만한 수비형 미드필더 이드리수 바바(26·레알 마요르카)의 낙마로 중원 수비력도 다소 약화됐다. 골키퍼가 최대 약점으로 지적된다. 넘버1, 2 수문장이 모두 부상으로 빠지고, 넘버3 로렌스 아티지기(26·장크트갈렌)가 갑자기 주전으로 나서야 하는 상황이 됐다. 가나 현지에서는 만 19세로 A매치 경험이 없는 이브라힘 단라드(아센테 코토코)가 주전 골키퍼를 맡을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한국과 H조 예선에서 상대할 포르투갈 대표팀 선수들의 훈련 모습 ⓒEPA 연합

존재감 큰 호날두, 포르투갈의 강점이자 약점

벤투호가 조별리그 최종 3차전에서 포르투갈을 만난 것은 어쩌면 다행인지 모른다. 주전들 면면만 보면 정말 무시무시한 팀이다. A매치 최다골(117) 기록 보유자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7·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비롯해 프리미어리그 소속이 10명이나 된다. 국내 팬들에게 너무나 익숙한 맨유의 공격형 미드필더 브루노 페르난데스(28)와 오른쪽 풀백 디오고 달롯(23), 맨체스터 시티의 왼쪽 풀백 주앙 칸셀루(28)와 중앙 수비 루벤 디아스(25), 미드필더 베르나르두 실바(28) 등이다.

페르난도 산토스 감독(68)은 최종 엔트리를 발표하면서 “소집된 모든 우리 선수들은 우승에 굶주려 있다. 포르투갈을 세계 챔피언으로 만들려고 한다”며 담대한 목표를 밝혔다. 리버풀 골잡이 디오고 조타(26)가 지난 10월 맨체스터 시티와의 경기 때 종아리 부상을 당해 이번에 제외된 게 포르투갈로서는 아쉽다. 상대 공격을 막기 위해 더티 플레이도 서슴지 않는 39세 베테랑 중앙 수비 페페(FC포르투)가 포함돼 눈길을 끈다.

포르투갈의 강점은 역시 A매치에 강한 호날두의 존재감이다. 자신으로서는 마지막 월드컵 무대이기에 각오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호날두는 최근 맨유에서 벤치 멤버로 밀리고, 감독과의 불화를 일으키는 등 멘털적으로 곤혹스러운 처지에 있다. 최근 포르투갈 훈련에서 동료 선수들로부터 외면을 받는 듯한 모습도 연출됐다. 그런 그가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얼마나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 아리송하다. 또한 핵심 선수들이 최근 들어 대체로 소속팀에서 이름값에 걸맞은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점도 주목된다. 한국 수비의 중심 김민재(26·나폴리)가 호날두를 어떻게 저지할지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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