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상식 순위 정상화가 그렇게 힘든 일인가
  • 하재근 문화 평론가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11.19 11:05
  • 호수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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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지니뮤직 어워드’ NCT 드림의 2관왕에 의문 증폭

세계 대중문화를 주도하는 미국에선 차트와 시상식의 신뢰도가 높다. 빌보드 차트 순위와 미국의 각종 대중문화 시상식을 세계가 주목하는 이유다. 물론 미국의 시상식도 과도한 보수성, 백인 중심주의 등으로 비판받긴 하지만, 타국에 비해 신뢰도가 높은 것이 사실이고 그래서 권위가 있다. 

신상필벌의 원칙은 중요하다. 이런 시스템이 투명하게 잘 돌아가야 그 판이 성장하게 된다. 그 신상필벌의 한 축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시상식이다. 투명한 시상식이 해당 분야 발전의 밑바탕이 되는 이유다. 저신뢰·저발전 사회에선 시상식이나 순위의 공정성도 떨어진다. 그런 의미에서 시상식이나 순위는 해당 분야의 발전 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 시금석이라고 할 수 있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

미국 차트와 시상식이 신뢰받는 이유 

그런데 한국 대중음악계 시상식은 신뢰도가 매우 낮다는 게 문제다. 그동안 많은 비판이 있었고 개선 노력도 있었다.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이 먼 것으로 보인다. 최근 지니뮤직의 ‘2022 지니뮤직 어워드’가 펼쳐졌다. 이 시상식엔 총 3개의 대상이 있는데 그중에서 올해의 가수상과 올해의 앨범상을 NCT 드림이 받아 대상 2관왕에 올랐다. 나머지 대상인 올해의 음원상은 임영웅에게 돌아갔다. 

그러자 누리꾼들이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문제를 제기했다. NCT 드림의 대상 2관왕이 의아하다는 것이다. 음원 성적이 문제였다. 지니뮤직은 음원 플랫폼이기 때문에 해당 플랫폼에서의 음원 성적이 시상 기준이 된다. NCT 드림이 앨범 수백만 장을 판매한 국제적 한류 스타이긴 하지만 지니뮤직에서 최고의 음원 성적을 낸 팀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대상 2관왕으로 시상식의 주인공이 된 점에 의문이 나온 것이다. 

올해의 주인공은 임영웅이 유력했다. 현재 그는 국내에서 방탄소년단과 쌍벽을 이루는데, 특히 지니뮤직 차트에서의 위상이 압도적이었다. 앨범 발매 직후에 수록곡 몇 곡 정도를 10위권 안에 진입시켜도 줄 세우기라며 스타라고들 한다. 임영웅은 그 정도 줄 세우기가 아니라 1위부터 14위, 15위 정도까지 몽땅 차지하는 그야말로 싹쓸이를 보여줬다. 기간도 놀라웠다. 앨범 발매 직후만이 아니라 최근까지 장기간에 이런 일들이 종종 나타났다. 이런 정도의 싹쓸이는 정말 보기 힘든 일이다. 

ⓒ물고기컴퍼니

인터넷에선 올해 지니뮤직 어워드에서 임영웅이 대상을 놓치는 건 심사위원이 마이너스 점수를 줘야만 가능한 일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음원 성적이 워낙 압도적이어서 심사위원 점수가 설사 0점이어도 임영웅에게 대상이 간다는 것이다. 마이너스 점수란 건 없기 때문에 임영웅의 대상 석권이 예측됐었는데 NCT 드림이 대상 2관왕에 오르자 많은 이가 놀랐다. NCT 드림이 한류 스타이긴 하지만 국내에서의 인지도는 임영웅에 비해 매우 낮은 편이어서 더욱 의아한 일이었다. 

NCT 드림의 소속사는 SM엔터테인먼트다. 이렇다 보니 SM이라는 대형 기획사의 영향력이 이번 시상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SM 측에서 직접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았다고 해도 시상식 주최 측에서 SM의 위상을 인식하고 알아서 배려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SM과 관련해선 2018년과 2019년에도 큰 논란이 있었다. 과거 우리나라에서 방송사 연말 가요 시상식은 국민적 관심사였다. 하지만 공정성 논란이 잇따르고, 특히 2000년대 이후 아이돌 독식 현상이 심화되면서 결국 방송사 가요 시상식이 폐지됐다. 일반 국민이 모르는 아이돌의 노래가 대상을 받으니 국민이 등을 돌린 것이다. 그 후 방송사들은 가요 결산 프로그램을 대축제 형식으로 치렀다. 그런 결산 프로그램에선 사실상 엔딩 무대의 주인공이 그해의 가수왕으로 지목되는 구도였다. 그런데 SM엔터테인먼트의 엑소가 2018년과 2019년에 연달아 주요 결산 프로그램의 엔딩 무대 주인공이 됐다. 문제는 그때 한민족 역사상 최대 스타인 방탄소년단이 있었다는 점이다. 방탄소년단마저 밀어낸 SM 아이돌의 위력에 대해 당시 논란이 크게 일었다. 

‘2022 지니뮤직 어워드’ 포스터ⓒ지니 뮤직 제공

잇단 의혹에 누리꾼 공분도 커져 

이런 과거사가 있기 때문에 지니뮤직 어워드에서 SM 아이돌이 두 개의 대상을 석권한 일에 대해서도 뭔가 개운치 않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다. 마침 올해 주인공으로 유력했던 가수가 국내에서 방탄소년단과 쌍벽을 이루는 임영웅이기 때문에 더욱 의혹이 커졌다. 방송사 시상식의 권위가 추락한 이후 그나마 신뢰를 받았던 곳이 수치를 기반으로 한 시상식들이었다. 음원 성적이나 음반 판매량이 바탕이 된 시상식의 신망이 올라갔는데 지니뮤직이 바로 음원 플랫폼이다. 그런데 이런 데서도 납득하기 힘든 결과가 나오자 사람들이 더욱 실망했다. 

순위의 불투명성 문제도 심각하다. 과거 우리나라에서 가요 순위 프로그램도 국민적인 관심사였는데, 2000년대 이후 그 위상이 극적으로 추락했다. 공정성 논란이 반복되면서 순위제 자체가 폐지되기도 했다. 요즘엔 각 방송사가 순위 산정 기준을 공개하며 나름으로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올해 이해하기 힘든 사건이 터졌는데 여기서도 임영웅이 등장한다. 《뮤직뱅크》에서 대형 기획사 하이브의 신인 걸그룹이 임영웅을 제치고 1위에 오른 사건이다.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일이어서 바로 논란이 터졌고 급기야 경찰에 고발까지 됐다. 경찰은 몇 개월간 내사한 끝에 현재 관련자를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프로그램 측은 억울함을 주장한다. 

프로그램 측이 진짜 억울한지는 향후 수사 결과로 밝혀질 것이다. 그것과 상관없이 올해 임영웅이 신인에게 순위에서 밀린 사건은 많은 이를 놀라게 했고, 결국 음악방송 순위의 신뢰성이 더 추락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런 이슈에 임영웅이 계속 등장하는 이유는 그가 압도적인 스타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많은 의혹이 있었지만 판단하기가 애매해 논란이 커지지 않았다. 하지만 임영웅은 경쟁 불가의 스타이기 때문에 그가 밀려났을 때 부조리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그러자 임영웅 팬이 아닌 일반 누리꾼들이 공분하고 경찰 고발까지 한 것이다. 2018년과 2019년에 방탄소년단이 엔딩 무대에서 밀려나자 누리꾼들이 공분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지금은 방탄소년단 소속사가 거대 회사가 됐지만 당시는 작은 회사였다. 임영웅 소속사도 작은 회사다. 이러니 초특급 스타도 대형 기획사 ‘빽’이 없으면 불이익을 당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그렇다면 일반 연예인들은 오죽하겠는가. 이런 의혹이 해소되지 않는 한 국민의 불신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내년엔 달라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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