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사법리스크 확대에 꿈틀대는 비명계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2.11.17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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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단일대오에 균열 시그널…“왜 당 대표 측근까지 당이 엄호하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국회 대표실에서 열린 지역화폐 예산확보를 위한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국회 대표실에서 열린 지역화폐 예산확보를 위한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대항한 민주당의 ‘단일대오’ 기조에 균열이 생기는 조짐이다. 이 대표를 향한 검찰 수사가 전방위로 좁혀 들어오자, 비명(비이재명)계를 중심으로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여기에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 공개 논란 등을 두고 지도부 책임론이 불거졌다. 비명계의 불만이 표출될 경우 민주당 내 계파 갈등이 다시 고개를 들 것으로 보인다.

17일 민주당 인사들의 말을 종합하면, 전날 검찰이 청구한 정진상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의 구속영장 처리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 실장은 대장동 일당과 이 대표 간 연결고리로 꼽히는 인물이다. 구속될 경우 이 대표에 대한 직접 수사 위험성이 높아진다.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에 이어 정 실장마저 구속되면 검찰 수사의 칼날이 이 대표를 정조준하게 되는 셈이다.

지도부는 일단 ‘엄호’를 공식화했다. 이 대표 측근을 향한 검찰의 수사는 정치 탄압이라는 메시지를 꾸준히 내고 있다. “명백한 물증 하나 없이 죄인으로 몰아가지 말라”는 게 민주당의 공식 논평이다. 

9일 오후 검찰 관계자가 국회 본청에 있는 정진상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정무조정실장 사무실 앞에 도착해 압수수색을 앞두고 있다. ⓒ 연합뉴스
9일 오후 검찰 관계자가 국회 본청에 있는 정진상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정무조정실장 사무실 앞에 도착해 압수수색을 앞두고 있다. ⓒ 연합뉴스

그러나 당내에선 “왜 이 대표의 측근까지 엄호를 해야 하느냐”는 불만이 고조됐다. 박용진 의원은 이날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에 출연해 “정 실장을 둘러싼 뇌물이나 부패방지법 위반혐의는 시기나 내용 모두 당과는 무관하다.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논평을 낸 것인가”라며 “일개 당직자의 개인비리에 왜 당이 과민하게 반응하느냐”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대표적인 비명계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또 다른 비명계로 꼽히는 이상민 의원도 전날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요즘 김용이나 정진상에 대해 당이 총력을 들여 방어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는데, 이는 리스크를 당도 떠안는 게 된다”며 “개인의 영역에 속하는 비리 의혹을 지도부가 엄호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당이 정 실장이나 김 부원장을 엄호하는 것은 오히려 이 대표를 향한 대중의 의심을 키우는 꼴이라는 게 이 의원의 주장이다.

최근 민주당 내에선 지도부에 직접 반기를 드는 목소리도 심심찮게 나온다. 지난 15일 민주당 정책의원총회에서 지도부 일부가 이 대표의 대장동 사건 등을 장황하게 설명하자, “다 알고 있는 사실을 왜 그렇게 길게 설명하느냐” “왜 이런 것까지 알아야 하느냐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는 후문이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 공개 논란을 두고서도 파열음이 나왔다. 희생자 명단 공개는 이 대표가 직접 요청해왔던 사안인 만큼 책임론을 비껴갈 수 없다는 취지다. 비명계인 이원욱 의원은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민주당은 자유로울 수 없는 처지이다. 민주당 지도부와 대변인은 유가족의 고통에 깊이 공감하고 진상규명과 함께 슬픔에 책임지는 태도로 임해야 한다”고 했다.

당초 비명계는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관련해 ‘로우키’를 유지해왔다. 당 대표 경선 과정에선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공개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지만, 이후에는 잠잠해졌다. 단일대오를 유지해야 한다는 지도부의 압박과 더불어 2024년 총선에서의 공천권을 의식한 결과라는 해석이다. 또 이 대표 측 주장대로 검찰의 과잉 수사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도 비명계가 공개 의사 표현을 자제한 배경으로 꼽힌다.

다만 물밑에선 비명계 사이 불만이 꾸준히 감지됐다. 비공개 오찬 자리 등에서 비명계 의원들의 불만이 상당히 고조됐다는 게 여의도 정치권의 대체적인 평가다. 비명계 뿐만 아니라 계파색 옅은 민주당 초선 의원은 시사저널에 “이러다 다 같이 망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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