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주가’ 성과 앞세워 연임 다가선 구현모 KT 대표
  • 허인회 기자 (underdog@sisajournal.com)
  • 승인 2022.11.17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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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후 영업이익 44% 증가…시총도 10조 돌파
구현모 KT 대표가 지난 16일 서울 송파구 소피텔 앰배서더 호텔에서 열린 인공지능(AI) 전략 기자간담회에서 KT가 추진할 AI 서비스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구현모 KT 대표가 지난 16일 서울 송파구 소피텔 앰배서더 호텔에서 열린 인공지능(AI) 전략 기자간담회에서 KT가 추진할 AI 서비스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구현모 KT 대표가 연임 의사를 공식화했다. 탈통신과 디지털 전환 경영 성과를 근거로 대표이사직을 계속 수행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하지만 ‘쪼개기 후원’을 둘러싸고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는 점은 연임 가도의 악재로 꼽힌다.

지난 16일 ‘AI 발전전략 기자간담회’에서 직접 연단 위에 오른 구현모 대표는 초거대 AI 상용화, AI 인프라 혁신, AI 미래인재 양성 등 3대 발전전략을 발표했다. 지난 8일 이사회에 연임의사를 전한 구 대표가 자신의 2기 청사진을 발표한 셈이다. 구 대표는 이 자리에서 “AI 경쟁력이 향후 10년의 대한민국 경쟁력이 될 것”이라며 “KT가 초거대 AI, 인프라 혁신, 인재 양성으로 대한민국이 세계 최고 수준의 디지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구 대표가 자신감 있게 연임을 선언한 배경에는 실적이 자리 잡고 있다. KT의 영업이익은 구 대표 취임 직전 연도인 2019년 1조1596억원에서 지난해 1조6718억원으로 44.2% 증가했다.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1조5387억원으로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에 근접한 상태다.

탈통신 전략도 가속화되고 있다. 올해 3분기까지 KT의 매출은 12조100억원이다. 이 중 비통신 분야 매출은 3조3700억원으로, 전체의 약 28%에 달한다. 구 대표는 연임을 통해 2025년 전체 매출을 20조원까지 늘리고 통신과 비통신 매출 비중을 5대 5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콘텐츠 부문에서 최고시청률 17.5%를 기록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대성공을 거두는 등 유·무선 통신사라는 인식이 강했던 회사를 디지털 플랫폼·콘텐츠 기업으로 체질 개선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적이 뛰자 주가도 덩달아 올랐다. 2020년 3월 1만7250원이었던 KT 주가는 현재 3만6000원선에서 거래 중이다. 지난 8월에는 9년여 만에 시가총액 10조원을 넘기기도 했다. KT 안팎에서는 ‘기업가치홍보팀’을 신설해 자본시장과의 소통을 강화하면서 주가 부양에 주요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현대차의 KT 지분, 구 대표에게 유리하게 작용?

일각에서는 최대 주주(10.74%)인 국민연금의 역할도 거론한다. 정부의 입김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미래 모빌리티 분야 협력을 강화하고자 7500억원대 지분을 맞교환한 현대차그룹의 KT 지분이 7.8%라는 점에서 구 대표에게 유리한 구도라는 분석도 있다.

현재 KT는 구 대표의 연임 적격을 심사하기 위해 대표이사 후보 심사위원회를 구성한 상태다. 위원회는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기 위해 내달 중으로 연임 가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는 점은 연임의 부담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구 대표를 포함해 KT 전·현직 임직원들은 ‘상품권’을 현금으로 바꿔 국회의원 99명에게 ‘쪼개기 후원’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약식 기소로 1500만원 벌금(약식명령) 결정을 받은 구 대표는 무죄를 주장하며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KT와 구 대표는 법인과 단체의 정치자금 기부 행위를 처벌하는 정치자금법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 심판 제청을 신청한 상태다.

지난 14일에는 KT 새노조와 참여연대, 민주노총 등이 구 대표를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하기도 했다. 정치자금법 위반과 관련해 지난 2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으로부터 과징금 및 추징금을 부과받았지만 구 대표 등에게 책임을 묻지 않았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KT는 1999년 뉴욕 증시에 주식예탁증서(DR)를 상장해 SEC의 감독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KT 측은 “정관에 따르면 대표이사 결격 사유는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을 경우”라며 진행 중인 재판이 연임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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