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들에게 돈 건넸다는 ‘사업가 박씨’의 정체는?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2.11.17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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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野 의원들과 두루 친분 과시…과거 ‘친박계’ 불법 후원 의혹도 불거져
朴, 의원들과 통화 모두 녹취…檢 수사 따라 연루 정치인 늘어날 수도

“‘그 사람’이 또 어떤 녹취를 깔지 누가 아나.”

17일 국민의힘 한 의원은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뇌물 수수의혹’을 두고 이같이 말했다. 의원은 “여야를 떠나 같은 정치인으로서 (의혹이) 아니길 바란다”면서도 “‘그 사람’이 빼도 박도 못할 (돈을 줬다는) 증거를 갖고 있으니 검찰이 의원실까지 수색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원이 말한 ‘그 사람’이란 사업가 박아무개씨(63)다. 검찰은 박씨의 ‘검은 돈’이 노 의원뿐 아니라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에게도 전달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이 혐의를 확신하는 배경에는 박씨가 지닌 다량의 ‘녹취 파일’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박씨는 여야를 막론해 두터운 인맥을 자랑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민주당뿐 아니라 국민의힘 내에서도 긴장감이 감돈다. 박씨의 녹취록에 따라 ‘청탁 파문’이 정치권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어서다.

ⓒ시사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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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씨 녹취록에 쑥대밭 된 민주당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를 둘러싼 ‘사법리스크’ 방어에 총력을 기울여왔다. 그러나 상황이 더 복잡해졌다. 16일 당 중진인 노웅래 의원이 ‘뇌물수수 의혹’에 휘말리면서다.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도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상황에서 ‘겹악재’에 직면한 셈이다.

검찰은 노 의원이 사업가 박씨로부터 불법 청탁을 받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노 의원이 21대 국회의원 선거비용 명목 등으로 5차례에 걸쳐 총 6000만원을 수수했다는 혐의를 압수수색 영장에 적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노 의원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노 의원은 1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을 향한 수사가 “야당 탄압이자 검찰발 쿠데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노 의원은 검찰이 물적 증거도 없이 피의자 진술에만 의존해 압수수색을 단행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검찰이 “돈을 줬다”는 증언 외 구체적인 정황 및 증거 등을 확보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검찰이 공소장에 노 의원이 돈을 받은 시기와 장소, 대상, 목적 등을 특정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박씨가 노 의원 측에게 ▲2020년 2월25일경 현금 2000만원 ▲2020년 3월14일경 현금 1000만원 ▲2020년 7월2일경 현금 1000만원 ▲2020년 11월22일경 현금 1000만원 ▲2020년 12월10일경 1000만원을 건넨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이 같은 정황이 담긴 증거를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시사저널의 취재를 종합하면, 검찰은 사업가 박씨로부터 확보한 진술 및 녹취록 등 물증과 함께 여죄를 수사하던 과정에서 노 의원에게 돈이 흘러간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 박씨는 이 전 부총장에게 청탁과 함께 뒷돈을 건넨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검찰 관계자들이 16일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의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뇌물수수·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 관계자들이 16일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의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뇌물수수·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與의원과도 친하다? 박씨 ‘청탁 의혹’ 빈번

정치권 일각에선 검찰 수사에 따라 정치권 유력인사가 줄줄이 수사선상에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른바 ‘뇌물 게이트’를 촉발시킨 사업가 박씨가 여야를 막론한 인맥을 과시해온 것으로 전해지면서다.

박씨는 2008년 11월 ‘부산자원 특혜 대출 사건’ 핵심 인물로 구속 기소된 바 있다. 부산자원 대표를 지냈던 그는 당시 로비를 통해 은행 등에서 1630억원을 부당 대출받은 혐의를 받았다. 재판 끝에 박씨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러나 당시 박씨가 친노(親盧) 인사들과 가깝게 지냈다는 사실이 알려져 정치권에서 파장이 일기도 했다. 박씨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멘토’로 불렸던 송기인 신부에게 1억원을 건넨 사실이 드러났지만, 대가성이 없다는 이유로 공소 사실에 포함되지 않았다.

구속은 면했지만 이후에도 박씨와 정치권의 유착 의혹은 계속됐다. 특히 박씨와 ‘친박근혜계’ 의원들의 유착 의혹이 시사저널의 단독 보도를 통해 제기되기도 했다. 당시 취재에 따르면, 포스코건설 송도사옥 지분을 갖고 있었던 박씨는 송도사옥이 높은 가격에 팔리길 원했다. 이를 위해 ‘친박’ 실세였던 서청원·이우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수십억원의 불법 자금을 전달한 의혹을 받았다.(2018년 1월22일 <[단독] 서청원 의원, 포스코 회장 만나 이권 청탁> 기사 참조)

박씨의 정치권 인맥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시사저널 취재 과정에서 박씨가 2014년 당시 6·4 지방선거에서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장이었던 정세균 당시 국회의원을 접촉해 포스코건설의 매입업체 상황, 매각 결정 시기 등을 전달받았다는 의혹에 휩싸이기도 했다.(2018년 3월19일 <[단독] 정세균 국회의장, 포스코건설 송도사옥 매각 개입 의혹> 기사 참조)

박씨는 중요 인물을 만나거나 전화통화를 할 때 항상 녹음을 하는 습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사저널의 단독 기사도 박씨가 녹음한 수백 개의 파일을 입수하면서 이뤄졌다. 검찰 역시 박씨의 녹취파일을 입수해 수사망을 벌려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치권 일각에선 박씨 녹취록에 노웅래 의원 외에도 중진급 의원들의 이름이 여럿 등장했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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