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감히 슬리퍼를? MBC에 ‘발끈’한 기자출신 與 인사들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2.11.21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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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대통령실 출입기자 슬리퍼 착용 두고 ‘설왕설래’
이용호 “예의부터 배워야” vs 임오경 “언론 자유, 복장보다 중요”
국민의힘 이용호 의원이 10월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종합 국정감사에서 국립현대미술관의 대통령비서실 대여 미술품에 대한 자료 제출과 관련해 의사진행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이용호 의원이 10월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종합 국정감사에서 국립현대미술관의 대통령비서실 대여 미술품에 대한 자료 제출과 관련해 의사진행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어디서 배운 버르장머리인지 모르겠다.”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

“상상할 수 없는 대통령실의 풍경이다.” (김행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

“기자는 깡패가 아니어야 하지 않나.” (김종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

기자 출신 국민의힘 관계자들이 일제히 비난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도어스테핑 직후 MBC 기자가 대통령실 관계자와 언쟁을 벌인 것과 관련, 당시 해당 기자가 슬리퍼를 신었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다만 야권과 언론계 일각에선 여권이 ‘언론의 자유’보다 ‘기자의 태도’에 더 큰 목소리를 내는 게 부적절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김행 국민의힘 비대위원은 2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MBC 기자가 슬리퍼를 신고 있던 것에 대해 “제가 (청와대) 대변인 시절에도 대통령이나 비서실장이 인터뷰를 하는 경우 모든 출입기자가 넥타이도 갖추고 제대로 정자세로 인터뷰를 들었다”며 “대통령 인터뷰가 끝나고 등 뒤에 대고 소리를 지르는 기자, 이건 상상할 수 없는 대통령실의 풍경”이라고 비판했다.

김 비대위원은 “참 부끄러운 일”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청와대 출입기자는 그 언론사의 1호 기자다. 1호 기자는 특히 대통령이 직접 브리핑하는 경우 예의범절을 갖추는 것을 가르쳐서 내보낸다”고 말했다. 김 비대위원은 중앙일보에서 여론조사 관련 전문기자로 활동한 바 있다. 이후 박근혜 정부에서 대통령비서실의 공동 대변인에 임명돼 2013년 12월까지 일했다.

경향신문 기자 출신인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실 출입 모 MBC 기자가 도어스테핑 당시 슬리퍼를 신고 있었다고 한다”며 “아마 평소에도 그런 것 같은데, 대통령실은 시장 뒷골목이 아니다. 대통령뿐 아니라 외빈들의 출입이 잦은 곳”이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어디서 배운 버르장머리인지 모르지만, 기자이기 이전에 예의부터 배울 필요가 있겠다”며 “언론의 자유가 기자에게 무례할 자유까지 허용하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용기에 (MBC를) 안 태우길 잘한 것 같다”며 “(해당 기자가) 전용기에서는 내의만 입고 돌아다녔을지 누가 알겠는가”라고 비꼬았다.

중앙일보 편집국장 출신인 김종혁 국민의힘 비대위원은 지난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도어스테핑 당시 MBC 기자가 슬리퍼를 신고 팔짱을 끼고 있는 사진을 올리며 “모든 공식 자리에는 그에 걸맞은 복장이 있다는 이른바 ‘드레스코드’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이건 너무 무례한 거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김 비대위원은 “팔짱 끼고 슬리퍼 신고 회견장에 서 있는 모습은 기자라기보다는 주총장 망가뜨릴 기회를 찾고 있는 총회꾼 같아 씁쓸하다”며 “기자는 깡패가 아니어야 하지 않나”고 했다.

여권의 ‘MBC 기자 때리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언론계와 야권 일각에선 반발의 목소리도 나온다. 윤 대통령을 둘러싼 ▲MBC 전용기 배제 논란 ▲대통령 전용기 내 기자 2인 소환 논란 등에는 목소리를 내지 않고, 특정 기자의 ‘태도’와 ‘드레스코드’에 더 큰 문제를 제기하는 게 과연 적절하냐는 비판이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도어스테핑에서 MBC 기자가 슬리퍼를 신었다는 집권여당의 응대는 좁쌀 대응”이라며 “대통령님! 이럴 때가 아닙니다. 국민은 갈등을 풀어 가시는 통 큰 대통령을 원합니다”라고 적었다.

같은 날 임오경 민주당 대변인도 언론 브리핑을 통해 “언론 탄압보다 대통령에게 불편한 질문을 계속하는 것이 더 큰 문제인가. 언론 탄압보다 기자가 슬리퍼를 신고 있었던 것이 더 큰 문제인가”라며 “언론의 자유는 기자의 복장보다, 대통령에 대한 예의보다 더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윤석열 정권과 여당은 말 돌리지 말고 언론 탄압과 선택적 언론관이라는 국민 지적에 분명하게 답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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