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월드컵’은 尹대통령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 있을까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2.11.24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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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 파동’에 주저앉았던 MB지지율, ‘베이징 올림픽’ 후 반등
이태원 참사-MBC 갈등 탓 “정부, 월드컵 특수 못 누릴 것” 전망도

“대한민국! (짝짝짝-짝짝)”

24일 엄숙한 국회에 익숙한 응원구호가 울려 퍼졌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국민의힘 비대위원들이 ‘붉은 악마’를 상징하는 빨간 상의를 맞춰 입고 ‘깜짝 응원 퍼포먼스’를 펼친 것이다. 정 위원장은 “축구 국가대표팀 태극전사의 승리를 응원하기 위해 퍼포먼스를 준비했다”며 ‘대한민국 파이팅’을 외쳤다. 비대위원들은 ‘어게인(again) 2002’ ‘1%의 가능성, 100%의 대한민국’ ‘국민의 힘으로 하나된 국민의힘’ 등 피켓을 들어보였다.

이날 오후 10시, ‘2022 카타르 월드컵’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첫 경기를 앞두고 여당이 나서서 응원 분위기를 고취시키는 모습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정부여당이 ‘월드컵 특수’를 기대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월드컵이나 올림픽 등 국제 스포츠 행사를 계기로 대통령의 지지율이 상승하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 축구대표팀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첫 경기가 예정된 24일 오전 국민의힘 정진석 비대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성일종 정책위의장 등 지도부가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을 응원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축구대표팀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첫 경기가 예정된 24일 오전 국민의힘 정진석 비대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성일종 정책위의장 등 지도부가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을 응원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림픽에 웃은 MB, 한숨 쉰 박근혜

정치권에서 ‘국제 스포츠 행사’는 정부의 호재로 평가된다. 국가 대항전에 온 국민의 관심이 쏠리면 애국심은 고취되고, 정쟁과 갈등은 사그라진다는 분석에서다. 실제 여야 모두 국가대표 대항전이 벌어지는 당일에는 거친 발언이나 비판은 삼가는 모습을 보인다.

스포츠 행사의 수혜를 톡톡히 누린 건 이명박(MB) 정부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파동으로 촛불시위가 3개월 가까이 이어지면서 이명박 전 대통령은 위기에 봉착했다. 그때 ‘구세주’로 등장한 게 그해 8월에 펼쳐진 ‘베이징 올림픽’이었다. 야구·수영·역도 등에서 금메달이 쏟아지면서 여론이 올림픽에 집중됐다. 동시에 정치권에 대한 분노로 가득찼던 거리와 광장이 국가대표팀을 응원하는 축제의 장으로 변모했다.

여론의 변화는 ‘숫자’가 증명했다. 올림픽 직전 조사된 이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16.5%에 머물렀다.(2008년 8월1일 발표된 리얼미터 주간 정례조사 결과, 7월29~30일 조사, 전국 19세 이상 남녀 700명을 대상 전화 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3.7%p)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올림픽 폐막 직전인 8월21일 35.2%까지 치솟았다.(2008년 8월21일 발표된 CBS 의뢰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 8월19~20일 조사, 전국 19세 이상 남녀 700명 대상 전화로 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7%p)

다만 예외도 있다. 국가대표팀의 성적이 기대이하면 대통령 지지율에 ‘불통’이 튀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 2016년 ‘리우 하계올림픽’과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이다. ‘리우 올림픽’은 축구·핸드볼·배구 등 구기종목이 1972년 뮌헨 올림픽 후 44년 만에 노메달에 그쳤다. ‘브라질 월드컵’은 1무 2패로 16강 진출에 실패하면서 대표팀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득세했다. 공교롭게도 두 국제 행사 모두 박근혜 전 대통령 재임 기간에 열렸다. 여론조사 기관별로 차이는 있지만, 폐막 당시 박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개막 전 대비 0.9~5.3% 사이로 하락하는 경향을 보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적 개기일식’이 尹정부 호재 가린다? 

과연 윤 대통령은 ‘월드컵의 수혜’를 누릴 수 있을까. 분명 축구 국가대표팀이 선전한다면, 정부뿐 아니라 ‘이태원 참사’로 침체에 빠진 전 국민의 분위기가 고취될 수 있다. 다만 정치권 일각에선 축구대표팀 성적이 윤 대통령 지지율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 침체가 경제, 정치, 외교, 언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파생됐다는 시각에서다.

여론조사 전문가인 배종찬 인사트케이 소장은 22일 MBC라디오 《표창원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윤석열 정부의 호재는 일종의 ‘정치적 개기일식’(달이 태양을 가리는 현상)에 가려져 있다”며 “첫 번째로는 김건희 여사 논란, 두 번째로는 이태원 참사와 이상민 장관의 거취,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MBC 취재진 배제와 그 이후에 이어진 충돌”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2008년 베이징올림픽이 열렸을 때는 박태환 선수가 금메달을 따면서 (이명박 전 대통령) 지지율이 올라갔다”며 “그런데 지금은 이게(정치적 개기일식) 이어지면 손흥민 선수가 한 골을 넣고, 이강인 선수가 한 골을 넣더라도 (윤 대통령) 지지율이 안 올라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같은 방송에 출연한 데이터 전문가 이은영 휴먼앤데이터 소장은 월드컵 이후에는 윤 대통령의 지지율 반등 계기가 더 줄어들 것이라 전망했다. 이 소장은 “외교 랠리가 이어지고, 월드컵으로 이어지는 이런 (지지율) 반등의 모멘텀은 내년 상반기까지 잡기 힘들다”며 “정말 쉽게 올 수 없는 그런 주간을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했다는 것은 참 안타까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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