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부자 6위’ 조정호 메리츠금융그룹 회장의 남다른 행보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22.11.24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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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 경영 분리, 승계도 하지 않기로…전통적 재벌 관행과 차이
조정호 메리츠금융그룹 회장의 보유 지분 가치가 지난 23일 3조4139억원으로 증가하며 주식 부호 6위에 올랐다. ⓒ메리츠금융그룹 제공
조정호 메리츠금융그룹 회장이 주식 부호 6위에 올랐다. 보유 지분 가치가 지난 23일 3조4139억원으로 증가한 덕분이다. ⓒ메리츠금융그룹 제공

조정호 메리츠금융그룹 회장이 재계 주식 부호 6위에 올랐다. 2020년 말 1조원 미만이던 조 회장의 주식 가치는 2년이 채 되지 않아 3배 이상 급증했다. 이런 급성장의 배경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조 회장이 전통적인 재벌들과 다른 경영방식을 펼쳐왔다는 점을 성장 배경과 연결 짓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1일 종가 기준 2조5871억원이던 조 회장의 보유 주식 가치는 이틀 만인 23일 3조4139억원으로 약 8268억원 증가했다. 이로써 조 회장은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등을 제치고 재벌 주식 부호 순위 9위에서 6위로 3단계 뛰어올랐다.

보유 주식 가치 상승은 메리츠금융지주가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 핵심 계열사인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을 완전 자회사로 편입한다고 발표한 이후 이틀 연속 주가가 급등한 결과다. 조 회장은 메리츠금융지주 지분의 75.81%와 메리츠증권 지분의 1.00%를 보유하고 있다.

고(故)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의 4남인 조 회장은 2005년 한진그룹 내 비주류이던 한진투자증권(현 메리츠증권)과 동양화재(현 메리츠화재) 등 금융계열사를 중심으로 독립했다. 이후 업계 5위이던 메리츠화재를 1위로, 10위권 밖이던 메리츠증권을 6위에 올려놨다.

업계에서는 메리츠금융그룹 성장의 배경을 조 회장이 전통적인 재벌들과 다른 경영방식을 펼쳐왔다는 점과 연관 짓는 시선이 적지 않다.

조 회장은 우선 소유와 경영을 분리했다. 이를 위해 ‘사람이 전부’라는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인재 영입에 노력과 재원을 아끼지 않았다. “인재의 몸값은 절대 흥정하지 않는다”는 조 회장은 말은 업계에서도 유명하다.

전문경영인을 영입한 뒤에는 소신경영을 할 수 있도록 경영 전권을 맡겼다. 메리츠금융그룹은 현재 지주와 보험은 김용범 메리츠화재 및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이, 증권은 최희문 메리츠증권 부회장이 각각 전담하는 구조다. 조 회장은 빅딜 외에는 경영에 일체 관여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철저한 성과보상주의 원칙도 도입했다. 실제 메리츠증권은 성과에 따라 수익의 절반을 인센티브로 되돌려주는 임금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또 성과에 따라 승진 기회도 제공했다. 이 때문에 메리츠금융그룹 내에서는 40대 부사장이 등장하는 등 파격적인 승진 사례가 적지 않았다.

이번 계열사 통합이라는 결정 역시 자녀들에게 경영권 승계를 하지 않겠다는 조 회장의 경영철학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계열사 통합이 마무리되면 75% 이상인 조 회장의 메리츠금융지주 지분율이 50% 이하로 낮아지게 된다. 그러나 조 회장은 기업을 승계할 생각이 없기 때문에 지분율 하락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조 회장은 메리츠금융지주의 경영 효율과 주주가치를 위해 계열사 통합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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