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의 심부름꾼” vs “李와 정치공동체”…정진상의 실체는?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2.11.25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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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고위층 만났다는 진중권 “정진상은 이재명과 동급”
‘정치공동체’ 주장에…친명 정성호 “李의 심부름꾼” 반박

“이재명 대표의 심부름꾼이었다.”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민주당 고위층이 말하길 이재명과 일심동체라더라.”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

“이름은 익히 알았지만, 얼굴은 본적도 없다.” (민주당 한 초선의원)

정진상 민주당 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구속된 가운데 그의 실체를 둔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검찰이 정 실장을 ‘이 대표와의 정치적 공동체’라고 표현한 것에 대해 친이재명계에서는 “사실무근”이라며 반박에 나섰다. 검찰이 일명 ‘대장동 일당’과 정 실장, 이 대표 간의 연결고리를 만들기 위해 ‘억지 프레임’을 내세웠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실제 당 일각에서도 이 대표가 대선 주자로 올라선 후 정 실장이 ‘실세’였다는 증언이 나온다. 이 대표 역시 공개석상에서 정 실장을 ‘최측근’이라 인정한 만큼, 정 실장의 뇌물수수 혐의가 드러나면 이 대표가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정진상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18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진상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18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진상은 이재명의 심부름꾼에 불과?

‘당 대표와 심부름꾼’, 친명계에서는 이 대표와 정 실장의 관계를 이같이 정의하는 모습이다. 정 실장은 이 대표의 수많은 참모 중 한 명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이 대표와 정 실장을 ‘정치공동체’라 표현한 검찰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반론이다.

친명계 좌장으로 꼽히는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25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정 실장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에 관해 “김용·정진상은 정치적 공동체라기보다 이 대표의 시장 또는 도지사 때 그 심부름 하던 참모들”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그들과 어떤 정치적 목적을 같이 해오는 지향했던 그런 정치적 관계는 아니다. 소위 말하면 심부름꾼”이라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정치공동체라는 얘기는 사실 제가 의원들 중에서 제일 먼저 했다”며 “이 대표와 정치공동체는 정성호다. 정당이라는 게 정치적 목적과 목표를 같이 하는 그런 사람들의 모임 아닌가. 그러면 민주당의 국회의원들, 민주당의 권리당원들이 이 대표와 정치적 공동체”라고 강조했다. 검찰이 정 실장에 대해 ‘정치적 공동체’라는 표현을 쓴 것에 대해 정 의원은 “정치공동체라는 말을 법률 용어에서 본 적이 없다. 법률가인 검사들이 그런 용어를 쓴다는 것 자체가 너무 정치적이지 않냐”고 반박했다.

정 의원은 또 ‘결국은 정치자금의 궁극적인 도달처와 사용자는 이 대표이고 두 사람(정진상·김용)은 심부름 한 거 아니냐’는 질문에 “지금 어쨌든 두 사람과 관련된 돈들이 이재명 그 당시 후보의 대선자금으로 쓰였지 않냐고 하는데, 일방적 주장이기 때문에 검찰이 노리고 있는 게 그런 거 아니겠냐”며 “그런 프레임을 만들려고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정 실장 언급은 삼가는 모습이다. 다만 검찰 수사를 ‘쇼(show)’에 비유하며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이 대표는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 마무리 발언에서 “제가 웬만하면 이야기하지 않으려 했다”며 “검찰의 창작 능력도 의심되지만, 연기력도 형편없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수사의 목적이 진실을 발견하는 건가, 사실을 조작하는 건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대표 급의 명실상부한 실세?

다만 반대 의견도 있다. 정 실장을 일개 참모로 보기엔 위세가 대단했다는 증언이 당내에서 나온다. 한 민주당 초선의원은 “(정계 입문 후) 정 실장의 얼굴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지만, 그 이름은 알고 있었다”며 “단순한 당직자나 참모 중 한 명으로 보기엔 분명 무리가 있다. ‘실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전했다.

진중권 광운대 교수는 시사저널과 만난 자리에서 정 실장의 ‘실세설’을 주장하기도 했다. 진 교수는 이를 ‘추측’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실제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이 최근 진 교수를 만나 이 같은 사실을 직접 증언했다는 것이다.

진 교수는 “얼마 전 민주당의 높은 의원을 만났다. 그 사람이 직접 ‘정진상은 이재명의 부하가 아닌 일심동체, 같은 급의 사람’이라고 하더라”라며 “정 실장을 그저 참모나 이 대표의 집사, 수족으로 볼 수 없는 정황이 많다”고 주장했다.

진 교수는 그 사례로 정 실장의 부친상을 거론했다. 지난해 10월 정 실장의 부친상 빈소에는 당시 당 대표였던 송영길 전 의원을 비롯해 안민석, 윤호중, 김두관, 김경협, 우원식, 정성호, 백혜련 의원 등 70여 명의 의원들이 보낸 근조화환이 도열했다. 이외 은수미 당시 성남시장과 이화영 당시 킨텍스 대표 등 지자체장들과 단체장들이 보낸 근조기와 근조화환도 자리했다.

진 교수는 이 장면을 거론하며 “정치인의 일개 참모나 집사 부친상에 이런(정치인 화환이 도열하는) 장면이 가능한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이걸 보면 적어도 정 실장은 당에서 대단히 중요한 인물이란 걸 알 수 있다. 실제 이 대표를 대선 후보로 만드는데 정 실장이 ‘킹 메이커’ 역할을 한 셈”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민주당 안팎에서도 ‘이재명 책임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검찰 수사와 별개로 이 대표의 최측근들이 연이어 ‘뇌물 사건’에 연루됐고, 당에 부담을 안긴 것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민주당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2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 대표의 측근(정 실장)과 의형제를 맺었는지 안 맺었는지 모르겠지만 유동규 같은 사람이 저러고 있으니까 많이들 당혹스러워 하는 것도 사실”이라며 “이 대표의 지금 태도에 대해선 의원들이 불만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검찰은 전날 법원이 정 실장의 구속적부심 청구를 기각하자마자 본격 조사에 나섰다. 검찰은 정 실장 구속 기간 동안 그를 상대로 이 대표의 개입 여부를 집중적으로 확인할 계획이다. 정 실장은 ‘대장동 일당’에게서 각종 편의 제공 대가로 1억4000만원의 금품을 받고 대장동 개발 이익 중 428억원 가량을 받기로 약속한 혐의로 19일 구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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