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 끝나도 인하까지는 시간 걸릴 듯
  • 이종우 이코노미스트(전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12.06 10:05
  • 호수 172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0년 넘게 이어져온 저금리…국내 경제, 고금리 시대 적응할까

금리 인상이 막바지 국면에 도달했다. 12월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고, 내년에 0.25%포인트씩 한두 번 더 올리고 나면 이번 인상 사이클이 마무리될 것이다. 그러면 최종 금리는 5.25~5.5%가 된다. 우리는 더 빠르다. 앞으로 한두 번 더 0.25%포인트씩 금리를 올리고 나면 인상이 마무리될 것이다. 최종 금리는 4%를 약간 밑도는 수준이 될 것이다.

그동안 금리 인상이 자산시장의 발목을 잡았으니 인상이 끝난 후에 자산 가격이 다시 상승할까? 시장에서는 금리 인상 사이클이 마무리된 후 곧바로 인하가 시작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국내외 경제 상황이 만만치 않아 경기를 끌어올리기 위한 작업에 착수할 수밖에 없는데, 그러자면 금리를 인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타당성 있는 얘기지만 연준 혼자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정책 기조를 바꾸려면 많은 사람이 중앙은행에 경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뭐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요구를 해야 한다.

제1금융권 금리 인상 랠리가 지속되면서 마침내 시중은행의 연 5% 예금 금리 시대가 열렸다. 그동안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이나 일부 지방은행에서 연 5% 이상 이자를 주는 상품은 있었지만 전국적인 점포망을 갖춘 시중은행에서는 연 4%대가 가장 높았다. 사진은 11월14일 서울 시내 한 은행의 정기예금 금리 안내문ⓒ연합뉴스

인상 멈춰도 금리의 영향은 계속된다

2000년대에 있었던 금리 인하가 미국 금융위기의 단초가 됐고, 2010년대 금리 인하가 높은 물가를 초래해 연준을 곤란하게 만든 만큼 중앙은행이 자발적으로 나서기 힘들다. 그래서 이번에는 금리 인상이 끝난 후에도 상당 기간 높은 금리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연준이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그 가능성을 일단 내비쳤다. 이제 금리 인상 속도보다 금리의 높이와 유지 여부가 더 중요하다고 얘기한 것이다. 내년 상반기에 금리 인상이 끝난 후 상당 기간 높은 수준의 금리를 유지할 테니 이에 대비하라는 신호다. 연준의 정책 방향을 감안하면 특별한 상황 변화가 없는 한 내년에 금리 인하는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도 사정이 비슷하다.

앞으로 금리는 어떻게 될까? 2000년 이후 20년간 미국의 10년물 국채 수익률 평균이 3.24%였다. 2009년까지 10년간 평균은 4.41%이고, 2010년 이후 평균은 2.2%였다. 2010년대가 비정상적으로 금리가 낮았던 기간임을 감안하면, 앞으로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미국의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2.2% 밑으로 내려오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합리적으로 볼 때 3%대 중반~4%대 초반에서 균형점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우리 금리도 비슷하다. 2001년부터 2022년 상반기까지 우리나라 3년 만기 국채 수익률의 평균이 3.7%였다. 2010년 이전 평균이 5.1%이고, 2011년 이후 평균은 2.4%였다. 최근에 3년물 수익률이 4%를 중심으로 오르락내리락을 거듭하고 있다. 우리 시장금리도 장기 평균 수준에서 균형점을 만들어가고 있다. 금리 인상이 마무리된 후에도 주식시장은 한동안 금리의 영향을 받을 것이다. 저금리 때 만들어진 경제구조가 금리 인상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금융위기 이전에 금리는 지금보다 훨씬 높았다. 2007년 미국의 10년물 국채 수익률 평균이 4.7%였고, 기준금리는 5.1%였다. 지금 보면 높지만 당시에는 평범한 수준이었다. 금리가 한두 해 높았던 게 아니라 이전부터 줄곧 높은 상태여서 가계나 기업 모두 5%대 금리를 당연한 걸로 생각했었다. 그래서 금융위기로 하락했던 금리가 2010~11년 다시 3%대로 올라와도 사람들이 부담을 느끼지 않았다. 흔히 겪던 금리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최저금리에 머문 시간이 길어지면서 금리에 대한 시장의 적응력이 약해졌다. 금융위기 이후 낮은 금리를 유지했던 13년4개월 중에서 8년6개월 동안 미국의 기준금리는 0.25%였다. 유럽은 대부분 기간의 기준금리가 -0.25%였고, 시장금리도 마이너스였다. 저금리가 오래 지속된 영향으로 경제구조가 그에 맞게 변해, 금리가 조금만 올라도 경제가 흔들리는 상황이 됐다. 경제가 오른 금리에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한데 아무리 짧게 잡아도 내년 상반기에는 경제와 주식시장이 금리의 영향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올해 금리가 올라간 이유도 좋지 않다. 경기가 좋아서 금리가 오르면 시장에 부담이 되지 않는다. 기업이 높은 금리로 돈을 빌리더라도, 비용보다 더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기가 좋을 때 금리와 주가가 동시에 상승하게 된다. 올해 금리 상승은 경기와 상관없이 인플레를 막기 위한 고육책이었다. 중간에 금리 상승의 영향을 희석시킬 장치가 없기 때문에 영향이 오래 지속될 수밖에 없다.

내년에 금리 인상이 마무리되더라도 주식시장은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짧으면 내년 상반기까지, 길면 내년 한 해 내내 그런 모습일 것이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10월28일 기자회견에서 발언 하고 있다.ⓒEPA 연합

대형주보다 중소형주 ‘주목’

주가가 박스권 밑으로 떨어지지 않는 건 주가가 낮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의 영향으로 주가가 작년 8월 고점에서 35% 가까이 떨어졌다. 앞으로 여러 선진국에서 위기가 발생하거나, 아니면 내년 국내외 경제성장률이 -3%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 한 주가가 더 이상 내려가기 힘든 지점에 도달한 것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코스피 2100이 박스권 하단이 될 가능성이 높다. 가격이 낮아지면 다른 어떤 악재도 힘을 쓰지 못한다. 주가 하락 와중에 가격에 반영됐기 때문인데 이런 상태에서는 주가가 박스권 밑으로 쉽게 내려가지 않는다.

주가가 올라가는 데도 한계가 있다. 인상이 멈췄을 뿐 금리 수준이 여전히 높고, 경기 둔화가 계속되는 상황이어서 주가가 오를 힘이 없다. 내년에 코스피가 2500 위로 올라갈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주가가 박스권에 갇히면서 대형주보다 중소형주가 각광받을 것이다. 시장으로 돈이 들어오지 않는 상태에서는 대형주를 끌어올릴 만큼 에너지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중소형 테마주가 성행할 가능성이 높다. 올해는 금리 인상의 영향으로 성장주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 이미 많은 돈을 벌어 기업 내용이 안정적인 가치주와 달리 성장주는 필요한 자금의 상당 부분을 차입을 통해 조달하는데, 금리가 오르면서 치러야 하는 비용이 늘었기 때문이다. 금리로 인해 하락한 주가는 금리가 안정된 후에 어느 정도 복구되는데 그 주역이 성장주가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