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경찰의 2009년 쌍용차 파업 진압시 헬기 손상, 노조 정당방위”
  • 박선우 디지털팀 기자 (psw92@sisajournal.com)
  • 승인 2022.11.30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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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쌍용차 ‘옥쇄파업’ 관련 손해배상 소송 파기환송
“헬기로 농성 노조원에 하강풍 노출…생명·신체에 위해”
대법원 ⓒ연합뉴스
대법원 ⓒ연합뉴스

대법원이 2009년 쌍용자동차 노조의 공장 점거 농성과 관련해 노조에 11억원대 배상금 지급을 판결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당시 노조 조합원들이 헬기 최루액 분사 등 경찰의 과잉 진압에 저항한 행위를 정당방위로 볼 여지가 있다는 결정이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30일 국가가 전국금속노조합 쌍용차지부(노조) 및 노조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원심이 노조 측에 지운 배상 책임이 과다 책정됐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경찰관이 직무 수행 중 특정한 경찰 장비를 관계 법령에서 정한 통상의 용법과 달리 사용함으로서 타인의 생명·신체에 위해를 가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직무 수행은 위법하다”면서 “상대방(노동자들)이 그로 인한 생명·신체에 대한 위해를 면하기 위해 직접적으로 대항하는 과정에서 경찰 장비를 손상했더라도, 이는 위법한 공무집행으로 인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에서 벗어나기 위한 행위로서 정당방위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1·2심이 인정한 배상액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헬기 수리비에 대해서도 “헬기를 의도적으로 낮은 고도에서 제자리 비행해 농성중인 노조 조합원에게 하강풍을 노출시킨 것은 이들에게 생명·신체에 위해를 주는 행위”라면서 “여기에 대항하는 과정에 조합원들이 헬기를 손상한 것은 정당방위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등에 따르면 노조는 지난 2009년 5월22일 쌍용차 정리 해고 철폐를 촉구하며 경기 평택시 쌍용차 생산 공장에서 77일 간 점거 파업을 벌였다. 당시 쌍용차는 2008년 금융위기의 여파로 2009년 1월 회생절차에 돌입, 회생 과정에서 전체 근로자 37%를 구조조정하는 방안을 마련한 바 있다.

노조는 당시 점거 농성의 이름을 ‘명예나 충절을 위해 깨끗이 죽다’라는 뜻의 ‘옥쇄(玉碎)파업’이라 명명하며 강경 저항 입장을 고수했다. 벽돌, 화염병, 볼트·너트 새총, 각목, 쇠파이프 등이 동원됐다.

경찰도 강경 진압으로 맞대응했다. 경찰은 2009년 8월4~5일 헬기 및 기중기를 동원해 대규모 진압 작전을 실행했다. 헬기에 물탱크를 단 채 노조원들이 있던 공장 옥상으로 다량의 최루액을 살포하고, 헬기의 강한 하강풍이 공장 옥상 노조원들에게 향하게 했으며, 빈 컨테이너를 매단 기중기 3대를 동원해 공장 옥상에 설치된 노조 측 장애물을 부쉈다. 경찰의 진압과 노조의 저항 과정에서 일부 노조원과 사측 경비용역, 경찰관, 전투경찰순경 등이 부상을 입었고 헬기와 기중기 또한 일부 파손됐다.

이후 경찰은 노조에 헬기 등 장비 손상에 따른 손해, 부상 경찰관의 치료비 등 14억6000만원을 배상하라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노조 측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고 노조가 국가에 약 13억7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2심 또한 원심 판단을 유지하면서도 배상액 규모는 약 11억3000만원으로 축소했다. 다만 이날 대법원의 파기환송 결정으로 최종 배상액 규모는 원심의 11억3000만원대에서 더 줄어들 것으로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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