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 닥친다…변화보다 안정에 방점 찍는 기업들
  • 허인회 기자 (underdog@sisajournal.com)
  • 승인 2022.12.01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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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재계 인사 코드는…사장단 인사 폭 줄이고 미래 먹거리 주력
서울 종로 일대 빌딩숲 ⓒ연합뉴스
서울 종로 일대 빌딩숲 ⓒ연합뉴스

대기업 정기 임원 인사가 속속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대다수 기업들이 예년보다 작은 폭의 인사를 단행하고 있다. 경기침체 국면에 들어가면서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승진 요인이 적어진 것이 주된 이유로 꼽힌다. 아울러 내년도 경기 전망을 다소 어둡게 보는 경우가 높아 경영을 보수적으로 펼쳐나갈 공산이 커지면서 조직 변화보다는 안정에 방점을 찍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30일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예년보다 보름 이상 빠른 인사다. 4대 그룹 중 가장 늦게 인사를 진행해온 현대차그룹이 이번엔 사장과 임원을 분리해 11월에 발표했다. 이 같은 배경에는 선제적으로 전략을 마련해 경영 불확실성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장단 인사에서 변화의 폭은 크게 줄었다. 정의선 회장 취임 이후 2번의 인사를 통해 세대교체가 대대적으로 이뤄지면서 인적 쇄신의 여지가 줄어든 영향이다. 눈에 띄는 인사는 정 회장이 직접 영입한 벤틀리의 수석 디자이너 출신 루크 동커볼케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한 점이다. 정 회장 체제 하에서 디자인 경영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이규복 현대차 프로세스혁신사업부 전무가 현대글로비스 대표로 내정된 것도 눈길을 끈다. 이 신임 대표는 유럽 지역 판매 법인장, 미주 생산법인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지낸 재무·전략기획통이다. 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중요한 부분을 맡고 있는 현대글로비스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현대차는 미래모빌리티 분야 컨트롤 타워인 ‘글로벌 전략 오피스’(GSO·Global Strategy Office)‘를 신설하기로 했다. 자율주행,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미래모빌리티 사업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각 사업 본부에 퍼져있는 관련 기능을 한 곳으로 통합하겠다는 취지다.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미래모빌리티 사업 진행에 한층 속도를 붙을 것으로 보인다.

루크 동커볼케 신임 사장(좌)과 이규복 현대글로비스 대표 내정자 ⓒ현대차그룹
루크 동커볼케 신임 사장(좌)과 이규복 현대글로비스 대표 내정자 ⓒ현대차그룹

지난달 24일 정기 임원인사를 발표한 LG그룹도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조주완 LG전자 사장, 정철동 LG이노텍 사장, 황현식 LG유플러스 사장 등 주요 계열사 핵심 임원의 유임을 결정했다. 다만 2005년부터 LG생활건강 대표를 맡아온 차석용 부회장과 2015년 이후 LG CNS를 이끈 김영섭 사장은 ‘용퇴’ 결단을 내렸다. LG그룹 관계자는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을 감안해 사업 경험이 풍부한 최고경영자(CEO)를 대부분 재신임하고 미래 준비를 더욱 가속화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안정 속에서 차세대 리더 육성 기조는 유지했다. 신규 임원의 92%가 1970년 이후 출생자로 성한 것이다. 아울러 그룹의 미래사업을 담당하는 LG에너지솔루션과 전장사업을 맡고 있는 LG전자 VS사업본부 등에서 신규 임원과 승진자가 대거 나왔다.

1일 사장단 인사를 발표하는 SK 역시 안정에 방점을 둔 소폭 인사가 예상된다. 재계에서는 장동현 SK㈜ 부회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유정준 SK E&S 부회장 등 주요 계열사 CEO가 대부분 유임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다만 박성하 SK C&C 대표가 투자 전문 회사인 SK스퀘어 대표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회장 취임 후 첫 정기 사장단 인사를 앞둔 삼성그룹도 사장단 인사 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에서는 1년 밖에 지나지 않은 한종희·경계현 CEO 체제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미래전략실과 같은 ‘컨트롤타워’ 복원도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다. 다만 워킹맘 임직원들을 만나는 등 여성 친화적 행보를 보여 왔던 이 회장이 여성 CEO를 발탁할 가능성은 전보다 높아졌다는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2023년은 경기침체 등 대외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도 높아질 것”이라며 “상황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CEO들을 유임시키며 위기 극복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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