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요” 국회서 무릎 꿇고 울부짖은 이태원 참사 유족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2.12.01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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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조특위 위원 간담회서 절규…철저한 진상규명·국조 참여 등 요청
12월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유가족 간담회에서 유가족이 무릎을 꿇은 채 절규하고 있다. ⓒ 연합뉴스
12월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유가족 간담회에서 유가족이 무릎을 꿇은 채 절규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진실을 밝혀 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이렇게 사정합니다. 제발 부탁드립니다. 이건 공정과 상식이 아닙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인 배우 고(故) 이지한씨의 부친 이종철씨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무릎을 꿇고 절박한 호소를 쏟아냈다. 

이씨는 이날 참사 유족들과 우상호 국정조사특별위원장 및 야당의 국조 특위 소속 의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철저한 진상규명과 국조 과정에서의 유족 참여 등을 요청하며 수차례 절규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유족들은 허망하게 떠난 가족들을 언급하며 울먹였고, 서로의 손을 잡거나 다독이면서 발언을 이어갔다. 유족들은 일제히 정부와 여당의 무책임한 태도를 강도 높게 질타했다. 

이씨는 이날 국민의힘 위원들이 일제히 불참한 것을 지적하며 "윤석열 대통령 사저를 잘 지어서 거기 집들이는 참석하고 왜 우리는 외면하나"고 분노했다.

12월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유가족 간담회에서 유가족이 는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 연합뉴스
12월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유가족 간담회에서 유가족이 는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 연합뉴스

희생자 고(故) 최민석씨의 어머니는 "왜 위패 사진을 못 걸게 했는지도 궁금하지만 유가족들을 왜 못 만나게 하나. 왜 명단 공개를 안하나"라고 울먹였다. 이어 "슬픔은 나누면 반으로 준다고 하고 기쁨은 합치면 배가 된다고 했다"며 "저는 우리 아이와 이런 식으로 헤어지게 될 줄은 상상도 할 수 없었고 이건 기본이 아니라 기본 이전의 일"이라고 강조했다.

유족들은 구체적으로 ▲국회 내 희생자 추모 공간 마련 ▲국정조사 기간 유가족과의 소통 공간 마련 ▲유가족 추천 전문위원 임명 및 예비조사 실시 ▲국정조사 진행경과 설명 및 조사자료 등의 제공 ▲국정조사 전 과정에 유가족 참여 보장 ▲추모공간, 소통공간 등 준비에 있어 협의 선행 요청 등 6가지 요청사항을 국회에 전달했다.

야당 국조특위 간사인 김교흥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참사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나는데 이 참사에 대해 책임지고 물러나는 사람이 없다"며 "앞으로도 여당과 협의해 국조특위를 함께 하면서 활동을 원활하게 하고 유족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해 철저한 진상규명, 응분의 책임자 처벌, 사후 대책 마련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국조특위 위원장인 우 의원은 여당 의원들이 일제히 불참한 데 대해 "유가족을 만나는 자리만큼은 정쟁과 무관하게 만났어야 하는 자리가 아닌가 하는 점에서 위원장으로서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여당이 간담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설득하려 했지만 결국 실패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오늘 유가족을 뵙는 자리에 꼭 나와 달라고 몇 차례 얘기했고, 앞으로의 국조특위 가동에 있어 일정 협의도 해야되지 않냐고 했는데 잘 안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민주당 위원들은 당 차원에서 발의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해임 건의안을 여당이 정략적으로 이용한다고 비판했다. 우 의원은 "최근 며칠 사이 국회 상황이 아주 심각하다"며 "이상민 장관의 거취를 둘러싸고 국정조사 보이콧 이야기까지 나오는 데 대해 국조특위 위원장으로서 참으로 답답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 생명을 지키지 못했으면서 장관 자리를 지키기 위해 정쟁이 격화되는 문제는 국회가 부끄러워야 할 태도라고 생각한다"며 "지금 당장 물러날 수 없다면 국정조사가 끝나고 나서 사퇴 약속이라도 해야 하는거 아닌가"고 성토했다.

12월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유가족 간담회에서 유가족이 서로 손을 잡고 있다. ⓒ 연합뉴스
12월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유가족 간담회에서 유가족이 서로 손을 잡고 있다. ⓒ 연합뉴스

한편, 유족들은 이날 국회 방문에 앞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참여연대와 서울 마포구 경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역 없는 철저한 수사"를 요구했다. 이들은 "특수본 수사는 대부분 (사고 당시 현장에서 대응했던) 실무진에 집중됐다"며 "이상민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이 참사의 진짜 책임자"라고 주장했다.

이지한씨의 모친 조미은씨는 "조그마한 과실이라도 있는 소방대원이나 경찰관들은 적극 수사하면서, 위험 상황을 미리 인지하고도 아무런 안전 대처 계획을 수립하지 않은 책임자는 아예 수사대상에 올리지도 않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유족들은 이 장관과 윤 청장, 김 청장에게 업무상 과실치사상과 직무유기 등 혐의가 있다며 특수본에 수사 요구서를 전달했다. 이 장관은 재난·안전을 총괄하는 자리에 있는 만큼 책임이 특히 무겁다며 윤석열 대통령에게 경질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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