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은 진짜 ‘수도권‧MZ’ 대표 주자일까?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2.12.06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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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당권 尹心 해석에 불붙은 ‘한동훈 차출설’
한동훈 존재감 압도적이지만 ‘수도권‧MZ’ 요건엔 ‘물음표’  

차기 전당대회 준비에 한창인 국민의힘에서 ‘차출론’에 휩싸인 인물이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얘기다. 차기 당권을 둘러싼 ‘윤심(尹心)’의 향방에 해석이 난무하면서 한 장관에까지 스포트라이트가 뻗쳤다. “윤심은 당내 인사가 아닌 외부에 있다”는 해석까지 나온다.

한 장관이 차출설의 중심에 서게 된 배경은 여당 지도부가 차기 당권 주자의 요건으로 ‘수도권‧MZ’를 내세우면서다. 현재로선 수도권과 MZ세대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당내 주자가 사실상 없기 때문에 한 장관을 염두에 둔 것이란 분석이다. 한 장관은 과연 이 조건을 충족하는 차기 당권주자일까.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1월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마스크를 고쳐 쓰는 모습 ⓒ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1월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마스크를 고쳐 쓰는 모습 ⓒ 연합뉴스

“尹心은 따로 있다”…거세지는 ‘한동훈 차출설’

6일 국민의힘의 초침은 내년 3월 안팎으로 예상되는 전당대회에 맞춰졌다. 주호영 원내대표와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이 연달아 차기 당 대표의 조건을 언급하면서다. 시작은 주 원내대표가 지난 3일 대구·경북 지역 언론인 모임에서 “수도권에서 대처가 되고 MZ세대에 인기 있고 공천에서 휘둘리지 않는 대표”를 언급한 것이다. 이틀 뒤 정 위원장도 “차기 지도부는 MZ세대에 공감해야 한다”고 말을 보탰다. 당 지도부가 공식적으로 차기 당권에 대한 언급을 내놓은 터라, 여권에선 본격적으로 당권 싸움에 불이 붙게 됐다.

여당 투톱이 ‘수도권·MZ’라는 요건을 언급한 배경을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해당 발언이 나온 시점이 윤석열 대통령과 회동을 가진 직후여서다. 기존 당권 구도는 친윤(친윤석열)계 김기현, 중도 안철수, 중진 조경태 의원과 비윤(비윤석열)계 유승민 전 의원 등으로 요약된다. 이 가운데 수도권과 MZ세대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인물은 안철수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 등이지만, 이들의 당내 지지도 면에서 약한 편이다. 두 사람을 밀어주려는 발언일 가능성은 적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윤심은 따로 있다”는 해석이 나온 배경이다.

자연스레 시선은 한동훈 장관에 쏠렸다. 한 장관 ‘차출설’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윤 대통령 취임과 동시에 ‘오른팔’로서 존재감을 굳힌 한 장관은 지난 6월 차기 대권주자 여론조사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린 이후 현재까지 여론의 중심에 섰다. 한국갤럽 기준 9월 조사부터는 보수진영 내 독보적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5월26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위원 임명장 수여식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악수하고 있다.ⓒ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5월26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위원 임명장 수여식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악수하는 모습ⓒ연합뉴스

한동훈 팬덤은 MZ보다 5060…“당권은 시기상조”

다만 한 장관 지지세를 자세히 뜯어보면, 지도부가 강조하는 ‘수도권‧MZ’ 요건과는 거리가 멀다. 2일 발표된 한국갤럽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11월29일~12월1일, 1000명 대상,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에서 한 장관에 대한 20대(18~29세) 선호도는 1%에 불과하다. 30대 선호도 역시 7%로, 전체 선호도 10%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오히려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한 20대 선호도가 8%로 가장 높다. 30대의 선호도는 홍 시장 4%, 안철수 의원 6%, 유승민 전 의원 4% 등으로 고루 분포돼있다.

한 장관에 대한 선호도는 지역별로 대구‧경북(15%)과 부산‧울산‧경남(12%), 연령대별로는 50대(17%)와 60대(17%), 직업별로는 전업주부(15%)에서 높게 나타났다. 특히 한 장관 팬덤의 근간은 5060 가정주부라는 해석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한 장관 특유의 깔끔한 이미지에 윤 대통령 후광효과가 겹쳐 팬덤을 만들어냈다”고 분석했다. 다만 각 계층별 표본 수가 100~200명 내외인 터라, 한국갤럽 측은 해석에 유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 한국갤럽 제공
ⓒ 한국갤럽 제공

한 장관에 대한 여론의 지지세와는 별개로 당내에선 그의 여의도 데뷔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직을 박차고 혜성처럼 등장해 정권 탈환에 성공한 것처럼, 보수진영에 한 장관과 같은 새 인물 수혈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한 장관의 결심만 선다면 당 차원의 지원 사격은 예상된 수순이란 관측이다.

다만 이번 전당대회에서 한 장관이 출마하는 것은 ‘시기상조’란 의견도 있다. 차기 당권주자 중 한 사람으로 거론되는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번 당 대표는 공천에서 대통령실 뜻과 민심을 일치해 가는 어려운 과정이 남아 있다. 대통령이 한 장관에게 그런 험한 자리를 맡기진 않으실 것”이라고 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한동훈 차출설’이 거세지자 전날 “특정인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 아니다”라고 진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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