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단일화 후광? 오리무중 ‘윤심’에 애타는 안철수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2.12.06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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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윤’ 후보 난립에 전당대회 전망 안개 속…‘개국공신’ 安 입지도 ‘흔들’

‘나라는 윤(尹)이, 당은 안(安)이 책임진다.’

지난 20대 대선이 끝난 후 정치권에선 이 같은 전망이 제기됐다. ‘안철수-윤석열 단일화’ 협상 배경에 이 같은 ‘밀약’이 있다는 추측이었다. 당시 안 의원은 부인했다. 다만 당권 욕심은 감추지 않았다. 대권은 양보했지만, 당권은 쟁취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유력한 차기 당권 주자로 거론됐던 ‘개국공신’ 안철수. 그러나 최근 여권 내 기류가 심상치 않다. 이른바 ‘윤심’(윤 대통령의 의중)이 안 의원에게 쏠려있지 않다는 신호가 감지되면서다. 동시에 ‘원조 친윤’(친윤석열)을 자처하는 후보들이 난립하고 있다. 정권 초기와 비교해 안 의원의 당내 입지가 불안하다는 우려 섞인 해석도 나온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3월5일 경기 이천시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함께 공동유세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3월5일 경기 이천시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함께 공동유세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준석 징계로 재부상한 ‘단일화 밀약설’

지난 20대 대선 당시 안철수 의원의 선택은 ‘신의 한 수’와 같았다. 대선의 승패가 단 0.8%포인트 차이로 갈리면서다. 이에 단일화를 택한 안 의원은 윤석열 정부의 ‘개국공신’으로 평가받았다. 정치권 일각에선 안 의원의 입각 가능성이 점쳐졌다.

그러나 안 의원은 입각하지 않았다. 대신 경기 성남시 분당갑 보궐선거에 출마해 뱃지를 달았다. 안 의원이 원내에 진입하자 정치권에선 다시금 ‘안철수-윤석열 밀약설’이 고개를 들었다. 안 의원 측이 ‘여당 강세 지역 공천→여당 대표→차기 대선 출마’라는 청사진을 그렸고, 이를 윤 대통령 측이 지원하기로 합의하면서 단일화가 성사됐다는 추측이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전망은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징계를 받으면서 더 힘을 얻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7월8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 전 대표에게 내려진 당원권 정지 6개월의 중징계에 대해 “왜 이 시점에서 (징계를 하는 것인지) 정치적 의도를 읽어야 한다”며 “결국 (여권이) 선거에서 이 대표를 활용하고 버린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대선 때 윤석열 대통령과 안철수 의원이 단일화를 할 때부터 ‘안 의원이 정부 구성에는 참여하지 않지만 당은 안 의원이 책임지게 해준다’와 같은 밀약이 있었다고 강하게 의심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눈엣가시가 됐던 이 대표를 이런 문제(성 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를 빌미 삼아 ‘팽’하고, 그 후 전당대회에서 안 의원을 (당 대표로) 앉히려는 것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고 추측했다.

당권 도전을 선언한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10월29일 제주벤처마루에서 국민의힘 제주도당 당원 연수 특강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권 도전을 선언한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10월29일 제주벤처마루에서 국민의힘 제주도당 당원 연수 특강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심’도 ‘당심’도 오리무중

유력한 당권 주자로 거론됐던 안 의원. 그러나 최근 정권 초와는 입지가 미묘하게 달라진 모습이다. 당 대표 권한대행을 지낸 권성동 의원부터 ‘친윤’을 자처하는 김기현 의원, ‘신윤핵관’으로 불리는 윤상현 의원까지, 안 의원의 경쟁 후보들이 난립하면서다.

여권 내에선 안 의원이 윤 대통령의 ‘최측근’은 아니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일례로 윤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4인방이라 불리는 권성동·장제원·윤한홍·이철규 의원을 부부동반으로 관저에 초청해 만찬을 했다. 이어 같은 달 25일에는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당 지도부와 관저에서 만찬을 했고, 같은 달 30일 김기현 의원과 관저에서 만찬을 했다. 반면 안 의원이 윤 대통령과 독대했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여권 일각에선 ‘윤심’이 안 의원에게 기울어있지 않다는 후문도 나온다. 이에 안 의원과 윤 대통령의 단일화 다리를 놓은 장제원 의원이 난처한 입장에 놓였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PK(부산·경남) 지역구에서 활동하는 여권 한 관계자는 “장제원 의원으로선 안철수 의원이 (당 대표가) 되지 않으면 빚을 지는 셈”이라며 “장 의원이 아무리 안 의원을 (당 대표로) 밀고 싶어도 ‘통’(윤 대통령)의 뜻이 다르다면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안 의원 측도 이른바 ‘친윤 마케팅’과는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윤심’이 아닌 ‘당심’과 ‘민심’을 앞세워 당권을 잡겠다는 포부다. 안 의원은 지난 11월17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용산(대통령실)의 생각을 100% 그대로 똑같이 한다면 지지층이 확장될 수 없다”며 “난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사람이다. 그러려면 민심을 정확하게 전달해야 한다. 그것이 당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당심’과 ‘민심’도 안 의원에게 유리하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여론조사업체 리서치뷰가 자체 실시, 지난 1일 공표한 월례여론조사 결과(전국 성인 최종 1000명·지난 11월29~30일 이틀간·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무선전화 임의걸기 100% ARS·응답률 4.6%·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차기 여당 대표 적합도’를 설문한 결과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이 전체응답자 31%의 지지로 선두를 달렸다. 이어 나경원 전 원내대표가 15%, 안 의원은 11%를 얻었다. 김기현 의원 5%,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 4%, 조경태 의원·윤상현 의원 2% 동률로 뒤를 이었다.

당대표 경선 여론조사에 당헌상 ‘역선택 방지 룰’을 가상 적용한 ‘국민의힘 지지층+무당층’(479명) 응답 통계에서도 안 의원이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나 전 원내대표가 28%로 선두에 안 의원 15%, 유 전 의원 12%, 김기현 의원 10%, 황교안 전 대표 7% 등으로 조사됐다. 국민의힘 지지층으로 한정할 경우 나 전 원내대표 선호도가 35%로 1강에 안 의원 16%, 김 전 원내대표 13%로 2중(中)을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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