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사법리스크에 매몰돼 민주당 비전 상실”
“민생제일주의 실천에 매진했다.” “당원이 주인이 되는 민주당 기틀을 마련 중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5일 취임 100일 소회로 밝힌 내용이다. 민생에 집중하고 소통을 강화한 게 ‘이재명 민주당’의 정치적 치적이란 취지다.
당내 일각에선 이 대표의 자평과는 달리 “100일 동안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 대표를 둘러싼 각종 사법 리스크 논의에 매몰돼 민주당이 비전을 잃었다는 자조에 가깝다. 이 같은 평가는 합당한 지적일까.
‘대장동’ 못 벗어난 이재명…취임 100일간 중도 민심 ‘휘청’
7일 한국언론진흥재단 뉴스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 ‘빅카인즈’를 확인한 결과, 이 대표 취임 이후 100일 동안 종합지‧전문지‧방송사 등 54개 언론사에서 ‘이재명’의 연관어로 많이 언급된 단어 3위에 ‘대장동’이 꼽혔다. 이 대표가 치적으로 내세운 민생과 소통 관련 단어는 찾아볼 수 없었다. 같은 기간 ‘민주당’의 연관어 상위 20위권에도 ‘압수수색’과 ‘검찰수사’ ‘대장동’ ‘최측근’ 등이 포함됐다. 이 대표 취임 이후 100일 동안 민주당을 둘러싼 이슈가 ‘이재명 사법리스크’로 쏠린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그사이 여론에도 유의미한 변동이 감지됐다. 이 대표 취임 첫 주(8월5주차)와 100일 후(12월1주차)의 주요 정당 지지도 조사 결과를 비교해보면, 민주당 지지율은 공통적으로 서울과 30대, 중도에서 큰 낙폭이 관측됐다. 대표적인 캐스팅보터로 여겨지는 계층이기에,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중도층 민심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분석이 나온다.
구체적으로 중도층의 경우 한국갤럽 조사 기준(2일 발표, 11월29일~12월1일 조사, 1000명 대상) 4%포인트, 리얼미터 조사 기준(5일 발표, 11월28일~12월2일 조사, 2507명 대상) 1.5%포인트 빠졌다. 같은 기간 민주당 전체 지지율이 각각 1%포인트, 0.4%포인트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큰 낙폭이다. 또 한국갤럽의 경우 서울에서 4%포인트, 30대에서 13%포인트 빠졌다. 리얼미터에선 서울 4.2%포인트, 30대 6.5%포인트 하락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서울과 30대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하락한 것은 부동산 영향을 빼놓을 수 없다”며 “문재인 정부 때부터 누적된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한 불만이 이 대표를 둘러싼 대장동 의혹에 박탈감을 느끼게 했다. 그 심리가 기저에 깔려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배 소장은 “이 대표는 민생 이슈를 성과로 내세우지만, 중도층은 사법 리스크 대응 말고는 한 게 없다고 느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비명계 “이재명 사법리스크 우려 임계점 도달한다”
이 때문에 당내 비명(비이재명)계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이원욱 의원은 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 대표 취임 100일이라는데 국민은 ‘측근들 방탄 빼고 한 게 뭐 있지’ 라고 느끼고 있다. 당내에도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고 했다. 이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우려하는 당내 목소리가 임계점으로 다가오고 있다. 지금 70~80℃까지 올라왔다”고도 했다.
당 안팎에서 “적어도 이 대표가 정치적 책임에 대한 입장 표명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언론과의 인터뷰나 SNS등을 통해 공개적으로 이 대표의 입장 표명을 촉구한 이들은 이 의원을 포함해 원내 박용진‧이상민‧조응천 의원과 원외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 김해영 전 의원 등이다. 이 대표가 각종 사법 리스크와 관련해 법적 책임을 지는 것을 차치하고서라도 정치적 유감 표명을 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요한 요구다.
비명계의 반발 수위는 점차 고조되고 있다. 비명계 일각에선 유감 표명을 넘어 거취 압박을 시사하는 발언까지 나왔다. 박영선 전 장관은 전날 YTN 《뉴스라이브》 인터뷰에서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뛰어넘는 새로운 미래 비전을 민주당이 보여줘야 한다. 당 대표가 공천권을 내려놓는 정당이 되면 투명한 공정성이 확보된다”고 했다. 이 대표는 공천권을 내려놓고, 민주당은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나야한다는 조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