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간 ‘민생‧소통’ 강화했다는 이재명…여론은 ‘글쎄’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2.12.07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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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 동안 ‘이재명’ 연관어 TOP3에 ‘대장동’
“이재명 사법리스크에 매몰돼 민주당 비전 상실”

“민생제일주의 실천에 매진했다.” “당원이 주인이 되는 민주당 기틀을 마련 중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5일 취임 100일 소회로 밝힌 내용이다. 민생에 집중하고 소통을 강화한 게 ‘이재명 민주당’의 정치적 치적이란 취지다. 

당내 일각에선 이 대표의 자평과는 달리 “100일 동안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 대표를 둘러싼 각종 사법 리스크 논의에 매몰돼 민주당이 비전을 잃었다는 자조에 가깝다. 이 같은 평가는 합당한 지적일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대장동’ 못 벗어난 이재명…취임 100일간 중도 민심 ‘휘청’

7일 한국언론진흥재단 뉴스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 ‘빅카인즈’를 확인한 결과, 이 대표 취임 이후 100일 동안 종합지‧전문지‧방송사 등 54개 언론사에서 ‘이재명’의 연관어로 많이 언급된 단어 3위에 ‘대장동’이 꼽혔다. 이 대표가 치적으로 내세운 민생과 소통 관련 단어는 찾아볼 수 없었다. 같은 기간 ‘민주당’의 연관어 상위 20위권에도 ‘압수수색’과 ‘검찰수사’ ‘대장동’ ‘최측근’ 등이 포함됐다. 이 대표 취임 이후 100일 동안 민주당을 둘러싼 이슈가 ‘이재명 사법리스크’로 쏠린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한국언론재단 뉴스분석 서비스 ‘빅카인즈’를 통해 분석한 취임 이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연관어들
한국언론재단 뉴스분석 서비스 ‘빅카인즈’를 통해 분석한 취임 이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연관어들

그사이 여론에도 유의미한 변동이 감지됐다. 이 대표 취임 첫 주(8월5주차)와 100일 후(12월1주차)의 주요 정당 지지도 조사 결과를 비교해보면, 민주당 지지율은 공통적으로 서울과 30대, 중도에서 큰 낙폭이 관측됐다. 대표적인 캐스팅보터로 여겨지는 계층이기에,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중도층 민심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분석이 나온다.

구체적으로 중도층의 경우 한국갤럽 조사 기준(2일 발표, 11월29일~12월1일 조사, 1000명 대상) 4%포인트, 리얼미터 조사 기준(5일 발표, 11월28일~12월2일 조사, 2507명 대상) 1.5%포인트 빠졌다. 같은 기간 민주당 전체 지지율이 각각 1%포인트, 0.4%포인트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큰 낙폭이다. 또 한국갤럽의 경우 서울에서 4%포인트, 30대에서 13%포인트 빠졌다. 리얼미터에선 서울 4.2%포인트, 30대 6.5%포인트 하락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서울과 30대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하락한 것은 부동산 영향을 빼놓을 수 없다”며 “문재인 정부 때부터 누적된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한 불만이 이 대표를 둘러싼 대장동 의혹에 박탈감을 느끼게 했다. 그 심리가 기저에 깔려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배 소장은 “이 대표는 민생 이슈를 성과로 내세우지만, 중도층은 사법 리스크 대응 말고는 한 게 없다고 느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취임 직후(8월5주차)와 100일 후(12월1주차) 주요 여론조사 중 더불어민주당 지지율 변동 흐름 비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취임 직후(8월5주차)와 100일 후(12월1주차) 주요 여론조사 중 더불어민주당 지지율 변동 흐름 비교

비명계 “이재명 사법리스크 우려 임계점 도달한다”

이 때문에 당내 비명(비이재명)계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이원욱 의원은 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 대표 취임 100일이라는데 국민은 ‘측근들 방탄 빼고 한 게 뭐 있지’ 라고 느끼고 있다. 당내에도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고 했다. 이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우려하는 당내 목소리가 임계점으로 다가오고 있다. 지금 70~80℃까지 올라왔다”고도 했다.

당 안팎에서 “적어도 이 대표가 정치적 책임에 대한 입장 표명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언론과의 인터뷰나 SNS등을 통해 공개적으로 이 대표의 입장 표명을 촉구한 이들은 이 의원을 포함해 원내 박용진‧이상민‧조응천 의원과 원외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 김해영 전 의원 등이다. 이 대표가 각종 사법 리스크와 관련해 법적 책임을 지는 것을 차치하고서라도 정치적 유감 표명을 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요한 요구다.

비명계의 반발 수위는 점차 고조되고 있다. 비명계 일각에선 유감 표명을 넘어 거취 압박을 시사하는 발언까지 나왔다. 박영선 전 장관은 전날 YTN 《뉴스라이브》 인터뷰에서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뛰어넘는 새로운 미래 비전을 민주당이 보여줘야 한다. 당 대표가 공천권을 내려놓는 정당이 되면 투명한 공정성이 확보된다”고 했다. 이 대표는 공천권을 내려놓고, 민주당은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나야한다는 조언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는 모습 ⓒ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는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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