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규성, ‘빅리그 득점왕’ 손흥민의 뒤를 잇는다
  • 김경무 스포츠서울 전문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12.09 15:05
  • 호수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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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튀르키예 등 유럽 클럽에서 예의주시
부친 “현재 에이전시가 몇몇 해외 구단과 접촉 중”

이 얼마나 극적인 반전인가. 한국프로축구 2부 리그(K리그2)인 FC안양에서 프로 선수생활을 시작했던 그가 월드컵 무대를 거치면서 일약 유럽의 빅리그를 넘보는 한국 축구 간판 스트라이커로 받돋움했으니 말이다. “어릴 적엔 별 볼일 없는 선수였는데, 세계적인 무대에서 골을 넣다니 믿기지 않는다.” 11월28일(현지시간) 대한민국과 가나의 2022 FIFA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H조 2차전이 끝난 뒤 밝힌 그의 소감이다.

이날 조규성(24·전북 현대)은 0대2로 뒤지던 상황에서 후반 13분과 16분 환상적인 헤더 두 방을 가나 골문에 꽂아넣으며, 지구촌에 한국 축구 특유의 불굴의 의지와 정신력을 각인시켰다. 이날 비록 2대3으로 졌지만 벤투호 기를 살린 것은 캡틴 손흥민(30·토트넘)도, 주전 골잡이 황의조(30·올림피아코스)도, ‘황소’ 황희찬(26·울버햄튼)도 아니었다. 올해 K리그 득점왕(17골)에 올랐지만 해외파들에 밀려 백업 멤버 신세였던 조규성이었다.

우루과이와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주전 스트라이커 황의조가 결정적인 골 기회를 살리지 못하자 파울루 벤투 감독은 조규성을 후반에 교체 투입했고, 그는 보란 듯이 위협적인 왼발 중거리슛을 날리는 등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당시엔 실력보다도 잘생긴 외모가 더 이목을 끌었으나, 2차전에서는 한국 선수 최초로 월드컵 본선 한 경기 멀티골을 기록하며 실력까지 겸비한 스타로 발돋움했다.

조규성은 포르투갈과의 조별리그 3차전에서 한국이 2대1 역전승을 거두고 극적으로 16강에 진출한 뒤, 동료들과 함께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고 적힌 태극기를 들고 환호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혀 화제를 모았다. 그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애초 2만 명에서 어느새 260만 명을 넘어섰다.

ⓒ시사저널 최준필

내년 1월 겨울 이적시장 열리면 유럽 진출 급성사될 가능성

이제 국내 팬들의 관심은 조규성이 내년 시즌 언제쯤 유럽 클럽팀의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를 누빌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선수라면 당연히 세계적인 무대에서 선수들과 부딪치고 싶을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꿈꿔온 일이다.” 조규성은 12월7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열린 축구대표팀 귀국 환영행사에서 해외 진출 여부에 관한 질문에 다시금 이렇게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그의 소속팀 전북 현대도 그를 붙잡지 않고 그의 해외 이적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조규성은 해외팀들로부터 “아직 정확히 들은 건 없다”고 했다. 그의 이적이 가시화하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한 셈이다. 내년 1월 겨울 이적시장이 열리는 만큼, 급성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 선수가 월드컵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유럽 빅리그 진출의 꿈을 이룬 사례는 적지 않다. 2002 한일월드컵 때 4강 신화의 주역 박지성(PSV에인트호번→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영표(PSV에인트호번→토트넘), 이천수(레알 소시에다드) 등이 그랬다. 2010 남아공월드컵 때도 한국 축구의 첫 원정 16강 쾌거를 달성하게 한 주인공은 박주영이었고, 그는 이를 발판으로 프랑스 리그1 AS모나코에서 뛰다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아스널 유니폼까지 입었다.

조규성의 유럽 리그 도전은, 카타르월드컵 방송 해설자로 나선 박지성 전북 현대 테크니컬디렉터의 귀국 이후 본격화할 것 같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박지성이 전북 현대 선수단 구성(이적과 영입)에 관한 중책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전북 현대 홍보담당자는 조규성의 이적과 관련해 “아직 정해진 게 없다. 박지성 디렉터가 돌아와 봐야 안다”고 밝혔다.

 

“오로지 유럽 제안에만 집중할 것”

전북 현대의 10번 스트라이커인 조규성이 벤투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그가 상대 진영에서 제공권이나 몸싸움에 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연계 플레이도 좋고, 상대 진영에서의 전방 압박도 뛰어나다. 신체조건도 188cm, 82kg으로 유럽의 큰 선수들에게 뒤지지 않는다. 이번 월드컵에서 소중한 경험을 쌓은 조규성은 “유럽·남미 선수들과 부딪쳐 보니 뭔가 더 성장하고 싶고, 한 번 더 맞붙어보고 싶은 마음이 더 커진 것 같다”며 “큰 벽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그렇지는 않았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어디든 가면 내가 더 성장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유럽에서 뛰면 속도나 반응 등이 더 좋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도 했다.

전북 현대에 따르면, 조규성은 카타르월드컵 출전 이전부터 해외 클럽으로부터 영입 대상으로 관심을 끌었다. 물론 당장 유럽 빅리그 클럽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 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부터 브라질과의 16강전까지 선발 출장해 공중전에 능한 스트라이커로서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해외 진출의 중요한 교두보를 확보했다고 볼 수 있다.

조규성의 해외 이적 행선지와 관련해 이영표 전 KBS 해설위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알아도 이야기는 못 한다. 디테일하게는 모른다. 에이전트가 잘 알 것이다”면서 “한국 선수들이 많이 해외로 나갔으면 한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그는 “1년 전의 조규성과 K리그 득점왕의 조규성, 그리고 월드컵을 경험한 조규성은 다르다. 그는 1~2년 사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지금보다 내년, 내후년 더 좋아질 것이다. 얼마나 더 좋아질지는 가늠이 안 된다”며 “유럽에 가면 잘할 것 같다”는 큰 기대감을 표했다.

많은 한국 선수의 유럽 클럽 이적을 성사시킨 한 에이전시에 따르면, 조규성은 튀르키예와 독일 클럽에서 일단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제 유럽 빅리그에서도 통하는 센터백으로 성장한 김민재(나폴리)가 전북 현대를 떠나 유럽 첫발을 내디딘 페네르바체(튀르키예)가 유력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김민재는 카타르월드컵 기간 중 “규성이는 튀르키예에 가면 성공할 것 같다. 페네르바체는 좋은 팀이고, 나 역시 그곳에서 배운 점이 많다. 한 시즌을 잘 보내면 또 좋은 팀으로 이적할 수도 있다”고 긍정적으로 얘기한 바 있다. 조규성 측 관계자는 스포츠서울과의 통화에서 “오로지 유럽 제안에 집중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페네르바체 말고도 과거 기성용이 스코틀랜드의 명문 클럽인 셀틱을 거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스완지시티로 이적한 사례도 참고해볼 만하다. 프랑스 리그1의 중위권 팀도 괜찮다.

그러나 해외 클럽들이 전북 현대가 요구하는 이적료 수준을 얼마나 맞춰줄 수 있을지가 이적 협상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 같다는 게 지배적인 전망이다. 조규성이 팀을 떠나면 공격력에 큰 공백이 생기는 만큼, 전북 현대는 내년 시즌에 대비해 새로운 특급 골잡이를 영입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규성을 내놓는 대신 충분한 자금을 확보해야 한다.

조규성의 부친인 조채환씨는 12월6일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현재 에이전시가 몇몇 해외 구단과 접촉 중”이라며 “규성이 생각은 어느 팀이든 가서 자리 잡고 뛸 수 있는 팀을 원하고 있다. 이름이 알려진 구단이 아니라도 자기가 뛸 수만 있다면 어느 구단이라도 가겠다고 지금 이야기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분명한 것은 조규성의 해외 이적 의지가 매우 확고하고, 전북 현대도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며 이를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이라는 것이다. 2021~22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손흥민의 뒤를 이을 한국인 선수의 탄생은 어쩌면 생각보다 빨라질지도 모른다. 조규성은 이번 월드컵을 통해 그런 희망의 불씨를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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