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욱의 이간계? 민주당 ‘3차 명낙대전’ 발발 조짐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2.12.08 14:0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친명-친낙’ 해묵은 앙금…“이낙연, ‘대장동 리스크’ 고의 쟁점화” 증언에 재발화
이재명 지지층 “이재명을 친 건 이낙연” 반발 속 분당 가능성도 언급

지난 대선 경선과 6.1 지방선거 당시 불거졌던 이른바 ‘명낙대전’(이재명·이낙연 지지층 간의 충돌)’이 다시금 발발하는 모양새다. 이재명 대표를 둘러싼 ‘사법리스크’를 두고 친이재명계와 친이낙연계가 상반된 진단과 해법을 내놓으면서다. 이런 가운데 이낙연 전 대표 측이 ‘대장동 개발 사건’의 쟁점화를 노렸다는 증언이 남욱 변호사로부터 나오자, 친명계와 친낙계 간의 갈등이 더 고조되는 양상이다.

2021년 8월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YTN미디어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 토론회를 앞두고 이재명 후보가 이낙연 후보 옆을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2021년 8월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YTN미디어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 토론회를 앞두고 이재명 후보가 이낙연 후보 옆을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다시 고개 드는 ‘친명-친낙’ 갈등

‘명낙대전’이 처음 발발한 것은 지난 대선 경선에서다. 이른바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이낙연 전 대표 측이 거듭 제기하자, 이재명 대표 측에서 큰 불쾌감을 표했다. 다만 갈등은 곧 봉합됐다. 경선에서 패배한 이낙연 전 대표가 이재명 대선 캠프 총괄선거대책위원장으로 합류하면서다.

그러나 ‘휴전’은 잠시였다. 민주당이 대선 패배 두 달 만에 지방선거에서도 참패하자 친이낙연계를 중심으로 ‘이재명 책임론’이 분출했다. 전국 선거를 챙겼어야 하는 이재명 대표가 ‘김포공항 이전’ 공약과 태도 논란 등으로 위기를 자초, 총괄선대위원장으로서의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이다.

대선에서 이재명 대표를 도왔던 이낙연 전 대표도 작심발언을 쏟아냈다. 이낙연 전 대표는 6월2일 페이스북에 “민주당은 패배를 인정하는 대신에 ‘졌지만 잘 싸웠다’고 자찬하며 패인 평가를 밀쳐두었다. 더 정확히 말하면 그런 과정을 정략적으로 호도하고 왜곡했다”며 “책임자가 책임지지 않고 남을 탓하며 국민 일반의 상식을 행동으로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이원욱, 고민정 의원 등 비명계 의원들도 이낙연 전 대표 주장에 동조했다. 특히 고민정 의원은 6월2일 MBC라디오 《표창원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이재명 의원의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 출마에 대해) 저도 사실은 조금 비판의 목소리를 냈었던 바가 있다”며 “(비판을) 자제해왔었는데, 그게 조금 후회스럽기까지 하다”고 했다.

반면 친명계 의원으로 꼽히는 김남국, 민형배, 정청래, 이재정 의원 등은 ‘이재명 책임론’에 반박하며 역공을 가했다. 김남국 의원은 6월4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당내 일부 의원들이 ‘이재명 책임론’을 기획했다며 “선거가 끝나자마자 마치 ‘작전’하듯 국회의원 10여분이 일제히 SNS에 글을 올리고 일부는 방송에 출연해 일방적 주장을 했다”고 비판했다.

이재명 팬클럽 ‘재명이네 마을’에 올라온 이낙연 전 대표 관련 비판글 ⓒ네이버 캡쳐
이재명 팬클럽 ‘재명이네 마을’에 올라온 이낙연 전 대표 관련 비판글 ⓒ네이버 캡쳐

갈등에 불 붙인 남욱의 ‘한 마디’

민주당의 내분은 이내 또 수습되는 듯 보였다. 이재명 대표가 전당대회에서 77.77%라는 역대 최고 득표율로 당선되면서다. 압도적인 ‘당심’ 앞에 친낙계와 친문계의 반발도 사그라들었다. 여권 일각에서 제기한 ‘이재명 방탄’ 논란에도 민주당 지도부는 일제히 이재명 대표의 입장을 대변하며 정부여당과 맞섰다.

그러나 민주당 내부에서 다시금 ‘3차 명낙대전’이 발발할 조짐이다. 이낙연 전 대표 측이 대장동 개발 사건의 쟁점화를 노렸다는 증언이 남욱 변호사로부터 나온 탓이다. 지난 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 심리로 열린 대장동 개발 배임 사건 공판에서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측은 남 변호사에게 “김만배씨와 정영학씨 간에 2019년 11월 싸움이 있었는데, 이번에 ‘정씨가 이낙연 측 윤영찬 의원을 통해 김씨에게 크게 싸움을 걸었다’고 검찰에서 진술한 것이 맞느냐”고 물었다.

이에 남 변호사는 “정영학 회계사가 말했던 ‘428억’ 천화동인 1호와 관련된 부분, ‘50억 클럽’ 관련된 부분 등을 A변호사(정영학씨 변호인)가 윤영찬 의원한테 녹취록을 포함해서 자료를 넘겼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누구한테 들었느냐’는 질문에는 “(당시) 기자로부터 들었다”고 말했다.

윤영찬 의원은 당일 즉각 “남욱 변호사가 진술한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재명 대표 지지자들은 “이재명을 친 건 이낙연”이라는 문구가 들어간 포스터까지 만들며 반발했다. 민주당 청원게시판에는 ‘반개혁파 이낙연 등을 모두 출당시켜달라’는 내용의 청원글까지 올라왔다. 8일 현재 이재명 대표 팬카페 ‘재명이네 마을’에는 이낙연 전 대표를 비판하는 글이 다수 게시돼있다.

친이낙연계 의원들에게는 ‘문자폭탄’까지 날아들고 있다. 지난 대선 경선 당시 이낙연 전 대표를 도왔던 민주당 한 의원은 “하루 평균 500개 이상의 욕설과 비난이 섞인 문자들이 오고 있다”며 “남욱 변호사의 ‘이간계’ 앞에 민주당 지지층이 갈라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이는 민주당답지 못한 모습”이라고 우려했다.

상황이 악화하면서 정치권 일각에선 민주당의 ‘분당 가능성’까지 언급되고 있다. 데일리안이 여론조사공정㈜에 의뢰해 8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표 사법 리스크로 인한 민주당 분당 가능성에 대한 생각’을 물은 결과, 국민의 44.8%가 “분당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분당 가능성이 없다”는 응답은 44.5%,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10.8%로 집계됐다.

서요한 여론조사공정㈜ 대표는 “전통적 민주당 지지 지역인 호남권에서 42.3%, 40대에서도 35.2%,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22.3%가 분당 가능성 있다고 응답한 것으로 보아 향후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검찰의 수사 진척도에 따라 분당 가능성은 더 커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5~6일 전국 남녀 유권자를 대상으로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무선 100% RDD 방식의 ARS로 진행했다. 전체 응답률은 3.6%로 최종 1000명이 응답했다. 표본은 올해 6월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통계 기준에 따른 성·연령·지역별 가중값 부여(림가중)로 추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