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완화’ 당근책 불구, ‘反시진핑’ 화약고, 여전히 남아 있다
  • 홍순도 아시아투데이 베이징 특파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12.11 10:05
  • 호수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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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이 장기집권 넘어 종신집권 꿈꾼다는 의심 확산돼
시민들의 불만 정서 편승한 공청단·상하이방 등 경쟁 파벌들도 기회 노릴 듯

10월22일 막을 내린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매 5년마다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시진핑 중국 총서기 겸 국가주석이 3연임에 가볍게 성공할 때만 해도 그의 안정적인 장기집권에는 의심의 여지가 거의 없을 것으로 봤다. 심지어 유고(有故) 시까지 종신집권을 하지 않겠느냐는 전망까지 대두했던 것이 현실이다. 때문에 그의 말이 중국 내에서만큼은 곧 법이요 진리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인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가 20차 전대를 전후해 국부(國父) 위상을 자랑하는 마오쩌둥(毛澤東) 전 주석과 같은 반열인 인민 영수로 불리기 시작한 사실을 상기하면 분명 그랬다고 단언할 수 있다.

11월27일 중국 베이징에서 시민들이 백지를 들고 시위에 나서고 있다.ⓒEPA 연합
11월27일 중국 베이징에서 시민들이 백지를 들고 시위에 나서고 있다. ⓒEPA 연합
11월27일 중국 베이징에서 시민들이 백지를 들고 시위에 나서고 있다.ⓒEPA 연합
11월27일 중국 베이징에서 시민들이 백지를 들고 시위에 나서고 있다. ⓒEPA 연합

전국 대학가 학생들 분위기 심상찮아

하지만 불과 2개월도 채 지나지 않은 지금 분위기는 아주 묘하게 변하고 있다. 절대 깨지지 않을 반석 위에 올라탄 것처럼 보였던 그의 권위가 상당한 상처를 입으면서 장기집권 시나리오 역시 휘청거리고 있는 것이다. 만약 이 분석이 진짜 어느 정도 현실이 될 경우 그는 최장 10∼15년이 될 가능성이 농후한 집권기간을 채우지 못하거나 중도에 불명예 퇴진하지 말라는 법도 없을 듯하다.

이렇게 전망되는 이유는 많다. 가장 결정적인 것은 역시 최근 들어 전국 곳곳에서 시민들이 강력하게 전개하고 있는 시위다. 정부의 코로나19 대책인 ‘둥타이칭링(動態淸零)’, 즉 ‘제로 코로나’ 정책에 반발하면서 최근 확산되고 있는 ‘백지 시위’가 아닐까 싶다. ‘백지 혁명’으로도 불리는 이 시위에서 “시진핑 퇴진하라”는 구호까지 나왔다면 더 이상의 구구한 설명은 필요가 없을 정도다. 지난 10여 년 동안 중국 내 그 누구의 입에서도 이와 비슷한 말이 나올 수 없었던 분위기였다는 점에 비춰볼 때 시 주석에게 현 상황이 상당히 심각한 국면이라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물론 중국 정부가 12월7일 코로나19 방역 대폭 완화를 내용으로 하는 ‘제로 코로나’ 정책 출구전략 발표를 통해 14억 명 중국인을 달래려 한 행보는 얘기가 조금 달라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말해 준다. 정부와 시 주석에 대한 불만이 조금은 잠재워지면서 ‘백지 혁명’ 확산세가 이 정도 선에서 끝날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된다. ‘백지 혁명’이 정치적인 것이라기보다는 고강도 코로나19 방역에 대한 불만으로 초래됐다는 사실을 상기할 경우 이 분석은 나름 타당하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20차 전대 직전에 베이징 하이뎬구 쓰퉁차오 지역의 한 육교 위에서 대낮에 “시진핑 퇴진” 구호가 적힌 플래카드가 발견돼 전격 철거된 사실은 지금의 중국 상황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는 점을 증명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중국 전역에 ‘반(反)시진핑’ 정서나 세력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단언해도 틀리지 않는 것이다. 게다가 전국 대학가 학생들 사이에서는 이 분위기가 ‘백지 혁명’ 이후 점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 10년과는 달리 시 주석의 권위가 흔들리면서 장기집권 시나리오 역시 도전에 직면했다고 봐도 크게 무리가 없는 것이다.

당정 내부에 분명히 존재할 수밖에 없는 반시진핑 정치 파벌의 반발 역시 주목해서 봐야 한다. 중국판 백악관인 중난하이(中南海) 정보에 밝은 베이징 소식통의 최근 전언에 따르면, 중국 정계에는 파벌이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 파벌로 시 주석을 맹주로 하는 ‘시자쥔(習家軍)’을 비롯해 후진타오 전 총서기 겸 국가주석이 사실상의 수장인 ‘공청단파’(공산주의청년단 파벌), ‘상하이방’(상하이시 출신 파벌), ‘태자당’(혁명원로 자녀들 파벌)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러나 시자쥔을 제외한 나머지 파벌은 지난 20차 전대를 통해 외견적으로는 완전히 유명무실해졌다. 7명 정원의 최고 권력기관인 정치국 상무위원회 멤버가 전원 시자쥔으로 채워졌기 때문에 이렇게 단언할 수 있다. 정원이 24명인 정치국 멤버로 범위를 확대해 봐도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당사자들이 공공연하게 내색하지는 않으나 소외된 파벌들에 속한 당정 고위급 인사들의 불만은 당연하다고 봐야 한다. 20차 전대 폐막식에서 공청단파 수장이라고 할 후진타오 전 주석이 자파 멤버들에 대한 인사 홀대를 참지 못하고 분노를 터뜨리다 퇴장당한 사건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향후 이들이 어떤 형태로든 정권에 저항할 가능성은 상존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을 듯하다. 이 점에서는 공청단파와 동병상련 처지인 상하이방과 태자당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고 봐야 한다. 불만을 폭발시키면서 정권에 부담을 줄 경우 시 주석의 위상이 흔들릴 것이라는 사실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국내외 반체제 인사들의 존재도 아킬레스건

국내외 반체제 인사들의 존재 역시 시 주석의 장기집권 시나리오에 아킬레스건이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증명한다. 특히 해외 망명 인사들은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의 지원을 등에 업은 채 활동하는 만큼 시 주석에게 상당한 부담을 줄 수 있다. 이는 지난 2∼3년 사이에만 태자당 출신의 차이샤 전 중앙당교 교수, 중국 축구의 레전드인 하오하이둥, 그의 부인이자 배드민턴 국가대표 출신인 예자오잉 등 유명 인사들이 망명의 길을 선택한 후 시 주석을 비난하고 있다는 사실에서도 잘 읽을 수 있다.

현재 팽팽하게 이어지는 미국과의 신냉전 구도에서 걷잡을 수 없을 만큼 밀리면서 체면을 구길 경우에도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또 코로나19로 몹시 어려워진 경제를 제대로 살리지 못해도 시 주석의 장기집권은 상당한 수준의 도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중국인들이 금세기에 진입한 후 거침없는 기세로 G2로까지 성장한 국가의 혜택을 많이 받으면서 여간해서는 만족을 모를 만큼 눈높이가 엄청나게 높아졌다면 진짜 그럴 수 있다.

시 주석은 서로 브로맨스 관계에 있다고 알려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못지않을 정도로 스트롱맨으로 서방세계에 널리 알려져 있다. 실제로 지난 10년 동안 전임자들인 장쩌민, 후진타오 전 주석보다도 훨씬 더 강력한 리더십을 보이면서 중국을 이끌어오기도 했다. 지금의 중국이 미국이 긴장할 정도로 국력이나 위상이 강해진 것도 그의 공로라고 할 수 있다.

‘제로 코로나’ 정책을 무려 3년 동안 추진해온 뚝심을 보면 시진핑은 앞으로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듯하다. 하지만 최근의 여러 정황을 보면 확실히 권위에는 꽤 큰 상처가 났다고 단언해도 괜찮을 듯하다. 장기집권을 넘어 종신집권 시나리오가 100% 현실로 나타나지 말라는 법도 없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덩샤오핑을 추모하는 중국 국민은 그가 확립한 ‘10년 임기제’ 관례가 시진핑에 의해 무너지는 것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다. 백지 시위에 놀라 한발 후퇴한 시진핑이지만, 중국 내에 화약고는 여전히 도사리고 있다고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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