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의종군 끝? 돌아온 ‘윤핵관’ 장제원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2.12.09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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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무한책임’ 강조한 뒤 PK에서 잠행…당무 관련 언급도 삼가
전대 앞두고 당무 관련 공개발언 증가…‘친윤 스피커’ 재부상

“계파활동으로 비춰질 수 있는 모임이나 활동 또한 일절 하지 않겠다.”

지난 8월31일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당의 혼란에 대해 “무한 책임을 느낀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장 의원은 “지역구 의원으로서의 책무와 상임위 활동에만 전념하겠다”라고 했다. 당 일각에서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 퇴진 요구가 나오자 이를 수용한 것이다. 실제 이후 장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인 부산에 머물며 정치 현안에 대한 언급을 삼갔다.

이후 100일, 장 의원의 ‘백의종군’이 끝난 모습이다. 차기 전당대회 등 당내 현안과 관련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다. ‘친윤’ 당권 주자인 김기현 의원, 권성동 의원 등과의 접점도 늘려가고 있다. 반면 주호영 원내대표 등 지도부와는 각을 세우는 양상이다. 여권 일각에선 ‘윤심’(윤 대통령의 의중)을 아는 ‘실세’가 장 의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022년 10월18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2년 10월18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당대회 앞 ‘윤심 메신저’는 장제원?

여권의 화두는 전당대회다. 여당 대표는 정치권의 ‘노른자 자리’로 꼽힌다. 공천권을 손에 쥘 수 있고, 총선 승리까지 이끈다면 차기 대선 주자로 부상할 수 있어서다. 그렇기에 전당대회의 시점과 룰(rule·규칙)은 민감한 사안이다. 전당대회를 언제, 어떤 방식으로 여느냐에 따라 후보들 간의 유불리가 달라질 수 있다. 이에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이나 주호영 원내대표는 관련한 사견도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주 원내대표가 ‘이상적인 당 대표상’에 대해선 의견을 제시했다. 이른바 ‘수도권·MZ(2030세대) 표심을 잡을 대표’가 나와야 한다는 주장을 편 것이다. 그런데 돌연 이 발언에 장제원 의원이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당심’과 배치되는 대표상이라는 게 장 의원의 주장이다. 영남에 기반을 둔 김기현 의원 등도 장 의원 주장에 동조했다.

장 의원은 8일 친윤계 의원모임 ‘국민공감’에 참석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주 원내대표가 말한 ‘수도권·MZ 세대 차기 당 대표 조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어떤 의도, 어떤 생각으로 그런 말씀을 하시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금 원내 관련돼서 얼마나 현안이 많나. 예산 문제도 타결해야 하고 국정조사 문제도 같이 맞물려 있는데 굳이 그렇게 안 해도 될 말씀을 해서 우리 당의 모습만 자꾸 작아지는, 그렇게 한 이유를 모르겠다”며 “성에 차지 않는다는 그런 표현들을, 뭐 윤심이 담겼다고 얘기를 하는데 우리 대통령께서는 전당대회 후보를 두고 성에 차지 않는다는 그런 말씀을 하시지 않을 거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장 의원이 주 원내대표를 비판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8일 국회 운영위의 대통령실 국정감사 현장에서 ‘웃기고 있네’라는 내용의 필담으로 논란을 일으킨 김은혜 홍보수석과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을 주 원내대표가 퇴장시키자, 장 의원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작심 발언했다. 당시 주 원내대표가 장 의원 등 중진들과 만나 오해를 풀었다. 그러나 한달 만에 장 의원이 주 원내대표를 재차 비판하면서 두 사람 간의 ‘불화설’이 다시금 고개를 들고 있다.

이를 두고 여권 일각에서는 장 의원이 ‘윤심’을 당 지도부와 당원들에게 전달하고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장 의원이 ‘당무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윤 대통령을 대신해 전당대회와 관련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 전제가 맞다면 ‘수도권 대표설’에 윤 대통령이 호응하지 않았고, 이 같은 대통령실 분위기를 장 의원이 대신 전달한 셈이다.

비윤석열계로 분류되는 한 국민의힘 의원은 “장 의원이 윤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안철수 의원과) 단일화 협상을 성사시키고 당선인 비서실장을 지낸 이가 바로 장 의원”이라며 “장 의원은 지도부도 아닌데 윤 대통령과 만찬을 했다. 장 의원이 ‘윤심’을 가장 잘 알 수밖에 없는 위치”라고 말했다.

 

2023년 장제원의 존재감은 더 커진다?

장 의원은 정치 현안과 관련해서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기 시작했다. 장 의원은 7일 페이스북에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을 두고 “법원이 현장 책임자마저 사실과 증거가 명백하지 않다고 말하는데 이상민 장관의 책임부터 묻고 탄핵을 운운한다는 것이 가당키나 한 일인가”라고 직격했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은 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으로 장 의원을 확정했다. 행안위는 행정안전부를 감시하는 상임위로, 이상민 장관으로부터 업무 보고를 받는다. 이에 야권에선 사퇴 기로에 선 ‘이상민 지키기’에 장 의원이 앞장설 것이란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온다. 장 의원은 내년 5월까지 행안위원장을 맡은 뒤 과방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장 의원은 ‘친윤 그룹’과의 스킨십도 늘려가는 모습이다. 국민의힘 친윤계 공부모임인 ‘국민공감’에 참석하기 시작했다. 당초 계파활동으로 비칠 활동은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국민공감’은 순수 공부 모임이라는 게 장 의원의 주장이다. 친윤 의원들도 장 의원 행보에 힘을 싣는 모습이다. 장 의원과 불화설이 돌았던 권성동 의원은 7일 ‘국민공감’ 출범식에서 두 사람이 함께 찍힌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리며 “저와 장 의원은 오랜 기간 함께 의정활동을 해왔던 동지”라고 강조했다.

다만 장 의원은 자신의 주장이 ‘윤심’으로 대표되거나, 지도부와의 갈등으로 비춰지는 것에 대해선 부담스러워하는 눈치다. 장 의원은 8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주 원내대표의 발언에 대한 입장에 대해 “그거는 그 정도로 하자. 충분히 내 의사가 전달된 것 같다”라고 답했다. ‘당대표 선거 룰 변경’에 대해서는 “전당대회나 이런 사안에 대해 언론에 가끔씩 얘기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겠다”고 말했다.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지자, 장 의원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정치 현안에 대해 다 물어보면 어떻게 답변해야 되느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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