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 노총, 미래노동시장 연구회 권고에 “‘자본천국 노동지옥’…전면 재검토”
  • 박선우 디지털팀 기자 (psw92@sisajournal.com)
  • 승인 2022.12.12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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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총 “노동 시장 전근대 시대로 되돌리는 발상”
민주노총 “임금·노동시간 결정권 사용자에게 내맡기는 개악 권고”
권순원 숙명여자대학교 교수(왼쪽 두 번째)가 12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미래노동시장연구회 권고문을 발표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제공
권순원 숙명여자대학교 교수(왼쪽 두 번째)가 12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미래노동시장 연구회 권고문을 발표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제공

미래노동시장 연구회(연구회)가 노동시간·임금체계 개편에 대한 정부 권고문을 발표한 가운데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양대 노총 모두가 비판 성명을 내며 반발했다.

한국노총은 12일 ‘장시간 노동체제 회귀·노동자 임금삭감안 폐기하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사용자의 업무지시를 거절할 수 없는 현실에서 말 뿐인 노동시간 자율선택권 확대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면서 “사용자의 노동시간 활용 재량권을 넓혀 집중적 장시간 노동은 더욱 심화되고, 고용의 질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국노총은 파건법 개정, 파업시 사업장 점거 금지 등을 거론한 연구회를 겨냥해  “파업시 대체근로 전면 확대,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제도 정비 등 사용자 숙원 과제를 담았다”면서 “노동시장을 자율방임의 전근대 시대로 되돌리는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현행 주요 임금체계인 호봉제를 직무·성과급제로 전환하는 것을 골자로 한 개편 방안과 관련해선 “사용자 단체가 제시해온 임금 삭감 정책에 정부가 맞장구를 쳐준 모양새에 불과하다”면서 “정부가 미리 정해놓은 장시간 노동, 저임금 체계라는 결론에 학자들의 논리를 더해 장식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한국노총은 이번 연구회의 권고안이 노동자의 자율적 선택권보다는 노동시간에 대한 사용자 재량권을 확대시켜 ‘유연 장시간 노동체제’로 귀결되고, 노동자들의 임금을 저하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전면적 재검토를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같은 날 민주노총 또한 입장문에서 연구회 권고문을 겨낭해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결을 위한 노사 자율을 강조하고 있다”면서도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문제 해결엔 일절 언급없이 임금과 노동 시간에 대한 결정권을 사용자에게 내맡기는 개악 권고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안 그래도 사용자 편으로 급격하게 기울어진 한국의 현실에서 이번 권고문이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으로 추진·실현되면 그 기울기는 이제 수직에 가깝게 변화될 것”이라면서 “모든 것을 사용자가 힘의 우위를 갖고 현장에서 밀어붙이며 정부가 제도와 정책으로 이를 뒷받침하려는 결과가 불보듯 뻔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건강권 보장 방안이라고 내놓은 유일한 것이 ‘11시간 연속 최소 휴식 시간제’인데 이는 ‘24시간 내 11시간 휴식제’가 아니어서 장시간 노동이 될 가능성이 여전하다”면서 “휴가·휴식에 대한 언급은 구색 맞추기로 원론적인 언급만 했다”고 평가했다.

민주노총은 “윤석열 정부의 노동 유연화 정책의 골자는 ‘자본천국 노동지옥’”이라면서 “평생 적게 받고 많이 일해 자본의 곳간을 채우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이날 연구회는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권고문을 발표한 바 있다. 근로자와 기업이 자율적으로 근로시간을 선택할 수 있게 연장근로 시간 관리 단위를 현행 ‘주’에서 최대 ‘연’으로 개편하는 안, 호봉제로 대표되는 연공형 임금체계를 직무·성과 중심으로 개편하는 안이 골자다.

근로 시간의 경우 현행 ‘주52시간제’(기본 40시간, 최대 연장 근로 12시간)에서 연장근로시간 관리 단위를 ‘주’에서 ‘월·분기·반기·연’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권고다. 또한 호봉제 등 현행 주요 임금 결정 방식에 대해선 “기업의 신규채용 기회를 제약하고, 중·고령 근로자들의 고용 유지에 부정적이며, 남녀 간 임금 격차를 초래한다”고 진단하고 개편을 권고했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권고문을 검토해 연내 혹은 내년 초쯤 입법 일정 등이 담긴 구체적인 추진 계획을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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