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유족 때리는 ‘尹의 남자들’…‘고립의 시간’ 기다리나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2.12.12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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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 울분 뒤로 하고 강경 발언 쏟아낸 원조 윤핵관
12월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민의힘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이 주축이 된 공부 모임 '국민공감' 첫 모임이 열린 가운데 권성동 의원(왼쪽)과 장제원 의원이 악수하고 있다. ⓒ 연합뉴스
12월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민의힘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이 주축이 된 공부 모임 '국민공감' 첫 모임이 열린 가운데 권성동 의원(왼쪽)과 장제원 의원이 악수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유가족이 반정부 세력인가. 하루아침에 가족 잃은 유족들을 왜 갈라치기 하는가. 이것이 정부·여당이 할 말인가."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을 향한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족들의 울분이 커지고 있다. '원조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 인사들이 앞다퉈 유족협의체와 국정조사를 겨냥한 발언을 쏟아내면서 골은 더 깊어지는 양상이다. 국가애도기간 연일 분향소를 찾던 윤 대통령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침묵' 기조를 이어가는 대신 여당 의원들이 전면에 나선 모습이다. 참사 유족을 '갈라치기' 한다는 반발 속 여권 내부에서도 자중론이 고개를 든다.  

 

‘세월호·종북·횡령’ 말 폭탄 쏟아낸 원조 윤핵관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및 시민대책회의가 출범한 지난 10일 "이태원(참사)이 세월호 같은 길을 가서는 안 된다"며 유족 움직임에 대한 '의구심'을 표출했다. 권 의원은 시민대책위에 참여연대나 민주노총이 포함된 것을 언급하며 세월호 참사를 끌어들였다. 

그는 "시민단체가 조직적으로 결합해 정부를 압박하는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며 "세월호처럼 정쟁으로 소비되다가 시민단체의 횡령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일부 시민단체는 세월호 추모사업을 한다며 세금을 받아 놀러 다니고, 종북 교육에 사용했다"며 "이런 횡령이 반복되지 않도록 범정부 차원의 신중 검토가 필요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권 의원이 포문을 연 후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도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를 직격했다. 장 의원은 야당이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이상민 장관 해임건의안을 단독 처리하자 "애초 (국조는) 합의해 줘서는 안될 사안이었다"며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장 의원은 민주당의 이 장관 해임 및 탄핵 시도와 국조를 "대선 불복, 정권 흔들기, 정권 퇴진 운동"이라고 깎아내렸다. 이태원 국조와 이 장관 해임 추진에는 야당의 '정략적 의도'가 짙게 깔려 있다는 것이다. 

윤핵관이 던진 말 폭탄과 동시에 이태원 참사 국조특위 소속 여당 의원 7명은 기다렸다는 듯 전원 사퇴 입장을 밝혔다. 유족들은 여당의 일사분란한 움직임에 반발하며 "여당 의원들의 사퇴는 참사 진상규명을 거부하는 것과 다름 없으며, 유가족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을 저버린 행위"라고 성토했다.     

정치권에서는 차기 당권 구도를 둘러싼 여당 내 지분 싸움이 현실화하면서 야당을 겨냥한 공세 수위가 더 커질 것으로 본다. 권 의원과 장 의원이 앞다퉈 강성 발언을 쏟아내는 것도 당권 구도를 염두에 둔 것이란 분석이다. 화물연대 총파업을 강경 일변도로 대응한 후 윤 대통령 지지율이 상승 전환한 것도 이같은 기류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국정조사와 야당의 이 장관 해임 추진, 유족협의체를 겨냥한 날선 발언이 보수 지지층 결집에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세월호 참사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까지 이어졌다는 점에서 유족 목소리와 국조 영향력을 최소화 해야 한다는 여당의 위기감도 작동한 것으로 풀이된다.  

해외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윤석열 대통령이 11월16일 성남 서울공항에 영접 나온 이상민 행안부 장관과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해외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윤석열 대통령이 11월16일 성남 서울공항에 영접 나온 이상민 행안부 장관과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참사에서 멀어지는 尹 대통령과 이상민 장관

여당이 전면에 나서면서 윤 대통령과 이 장관은 참사에서 점점 멀어지는 양상이다. 희생자 분향소 설치 후 엿새 연속 방문하며 '애도'에 집중했던 윤 대통령은 공식 석상에서 참사 관련 발언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 장관 역시 유족들의 만남 요구에 반응하지 않은 채 '직을 이어가겠다'는 의중만 강하게 내비쳤다.

그러나 친윤계 핵심 인사들의 강경 발언을 둘러싸고 여권에서 조차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유족을 향한 윤 대통령의 '선 긋기'가 여당 의원들의 강경 발언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함께다. 

보수 정치 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유족들이 연일 공개 석상에 나서는 것은 정부에 대한 깊은 불신이 깔려 있기 때문이라며 윤 대통령이 직접 움직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 소장은 최근 MBC라디오 《표창원의 뉴스하이킥》과의 인터뷰에서 "(유가족협의회가) 한 달 전에 (대통령께) 면담요청을 했는데 아직도 만나지 않고 계시다"며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유족들을 만나 대화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가 12월10일 창립선언 기자회견을 하는 가운데 일부 유족들이 울음을 터트리고 있다. ⓒ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가 12월10일 창립선언 기자회견을 하는 가운데 일부 유족들이 울음을 터트리고 있다. ⓒ 연합뉴스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도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여당과 대통령실을 싸잡아 비판하며 "(현 정권은) 사이코패스 정권"이라고 날을 세웠다. 진 교수는 희생자 책임론을 언급한 김성회 전 대통령실 종교다문화비서관의 발언 기사를 링크하면서 "다 큰 자식이 놀러 다니면 죽는 나라가 정상인가. 유가족들을 만날 시간조차 없어도 윤핵관들은 부인까지 저녁밥 챙겨줄 정성은 있나"며 유족에 등 돌린 정부에 일침을 날렸다. 

정부는 유족들의 거듭된 이 장관 해임 및 윤 대통령 사과 및 만남 요구에 대해 '배상 문제'를 거론하며 직접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 장관) 해임 문제는 진상이 명확히 가려진 후에 판단할 문제라는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다"며 "진상 확인과 법적 책임 소재 규명이 가장 중요하다. 국가의 법적 책임 범위가 명확해져야 유족에 대한 국가 배상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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