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과학방역’…빗나간 예측에 속 타는 정부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2.12.14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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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 마스크 해제 움직임 속 거세진 유행에 백신 접종률 ‘저조‘
정부가 이달 말까지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조정하는 로드맵을 내놓을 예정인 가운데 12월11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의 한 매장에 마스크 착용 안내문이 세워져 있다. ⓒ 연합뉴스
정부가 이달 말까지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조정하는 로드맵을 내놓을 예정인 가운데 12월11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의 한 매장에 마스크 착용 안내문이 세워져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마지막 방역'인 실내 마스크 해제 절차에 착수했다. '과학방역' 기조를 천명했던 정부는 실내 마스크 해제를 둘러싸고 고심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논의의 출발점이 '과학적 데이터'에 기반한 판단이 아닌 데다, 유행 정점 예측이 빗나가고 동절기 백신 접종률도 목표치를 한참 밑돌고 있어서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중대본 1차장)은 14일 "이번 달 23일 실내 마스크 착용에 대한 의무 조정 기준을 소상히 설명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오는 15일 1차 토론회를 시작으로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등 방역 정책에 대한 전문가 의견을 수렴한 뒤 로드맵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현재로서는 감염에 취약한 의료·사회복지 등 고위험 시설이나 대중교통 등은 실내 마스크를 유지하는 '조건부 해제'가 유력하다. 해외의 경우에도 실내 마스크 착용을 일률적으로 규제하는 곳이 거의 없고, 시민들의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 된 만큼 일부 해제한다 해도 큰 무리가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그러나 논의 과정이 '과학방역'과는 다소 동떨어진 흐름을 보이면서 정부의 방역 정책을 향한 의구심이 커진 상태다. 

당초 정부는 실내 마스크 해제 요구가 커지자 이번 겨울철 재유행 안정화를 지켜본 뒤 결정하겠다고 했다. 3밀(밀접·밀집·밀폐) 환경에 자주 노출되는 겨울철에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할 경우 유행이 커질 수 있고, 코로나와 독감이 동시 유행하는 '트윈데믹'을 막아야 한다는 취지였다. 

그런데 최근 대전시와 충청남도가 잇달아 '내년 1월부터 자체적으로 실내 마스크 해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기류가 급격히 바뀌었다. 정부는 지자체의 '마스크 정책 독립선언'이 나온 초반까지 신중 또는 보류 입장을 보이다 여론을 지켜본 후 결국 본격 논의에 착수했다. '과학'이 아닌 '여론'에 등떠밀리듯 결정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단일 방역망이 무너질 수 있는 상황에서 방역 당국의 소통과 설명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한덕수 총리는 최근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지난 9월23일 중대본 회의 때 실내에서 (마스크) 벗는 걸 미리미리 검토해놔야 하지 않겠느냐고 지시했었다"며 정부 차원에서 지속 검토해 온 사안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11월24일 서울 종로구보건소를 방문해 코로나19 2가 백신 추가 접종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덕수 국무총리가 11월24일 서울 종로구보건소를 방문해 코로나19 2가 백신 추가 접종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뒤로 밀린 '7차 유행' 정점…지지부진한 백신 접종 

정부가 예상하는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조정 시점은 빠르면 내년 1월, 늦으면 내년 3월이다.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한달 내로 실내 마스크 의무가 해제될 가능성도 있지만 문제는 7차 유행 속도와 지지부진한 백신 접종률이다. 

앞서 정부는 11월 말에서 12월 초를 겨울 유행의 정점으로 내다봤지만, 이 예측은 빗나갔다. 겨울철 확산이 거세지면서 최근 신규 확진자 규모와 재감염 추정 비율은 꾸준히 상승세다. 12월 중순 확진자 규모가 2~4만 명대로 감소할 것이란 예상과 달리 14일 기준 신규 확진자는 이틀 연속 8만 명을 넘어서며 10만 명에 다가서고 있다. 

오미크론 하위 변이인 BN.1 변이 확산이 결정적 변수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BN.1 검출률은 최근 4주간 7.6%에서 17.4%까지 치솟았다. BN.1 검출률이 20%를 넘겨 국내 우세종이 되면 내년 1월 이후 유행 정점을 지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감염재생산지수도 1.04로 8주째 1을 넘기고 있다. 

개량백신인 2가 백신을 활용한 동절기 추가 접종이 정부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는 점도 실내 마스크 해제 결정에 변수다. 이날 0시 기준 60세 이상 동절기 추가 접종률은 26%에 불과하다. 지난 주 사망자 360명 중 92.5%가 60대지만, 백신접종에 대한 관심은 저조하다. 

앞서 정기석 코로나19 특별대응단장 겸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장이 실내 마스크 해제를 위해 제시했던 추가 접종률 목표(60세 이상 50%, 취약시설 거주자와 종사자의 60%)의 절반에 그치는 수준이다. 

정부가 백신 접종을 거듭 독려하면서 동시에 마스크 해제를 들고 나온 것이 '방역 메시지' 혼선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실내 마스크 해제 논의를 언급한 이 날 역시 거듭 "백신 접종에 동참해달라"고 호소했다. 

정재훈 가천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 '해제'가 아닌 '조정'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장기간 시행된 방역 정책 피로도와 국민 의식 수준, 국제 사례를 종합할 때 현 시점에서 의무화 조정 논의가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의무화 해제는 생각보다 까다로운 문제"라며 "준비 없는 급격한 변화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방역 당국과 전문가들이 충분히 향후 계획에 대해 국민이 납득할만한 로드맵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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