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칙 없애는 데 남녀노소가 따로 있나”
  • 조철 북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12.18 13:05
  • 호수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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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 공정의 기준 탐구한 《그건 부당합니다》

이번 카타르월드컵 조별 예선에서 가나를 상대로 일전을 벌인 우리 국가대표팀 선수들은 경기가 끝난 뒤 주심에게 부당하다고 극렬하게 항의했다. 후반전 추가 시간 종료 직전에 코너킥 찬스를 얻었는데, 주심은 시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경기 종료 휘슬을 불었기 때문이다. 주심이 공정한 심판을 하지 않았다고 문제제기를 한 것인데, 이를 지켜보며 부당하다고 느낀 시청자들 또한 ‘공정’의 문제를 곱씹었을 것이다.

그건 부당합니다│임홍택 지음│와이즈베리 펴냄│372쪽│각 1만7000원
그건 부당합니다│임홍택 지음│와이즈베리 펴냄│372쪽│각 1만7000원

공정의 문제는 지금 우리 사회를 둘러싸고 뜨겁게 논의되고 있는 사안이다. 특히 젊은 세대가 부당하다고 느끼는 사안이 많고 공정하게 해달라고 성토하는 목소리가 크다. 몇 년 전 《90년대생이 온다》로 수백만 독자에게 ‘세대론’이란 생각거리를 제공했던 임홍택씨는 젊은 세대의 목소리를 듣고 지나칠 수 없었다. 임씨는 최근 《그건 부당합니다》를 펴내며 세대 갈등으로 비화하는 공정의 문제를 파고들었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문제나 2019년 인천국제공항 비정규직 문제 등 이슈가 제기될 때마다 미디어는 젊은 세대가 유독 공정에 민감한 것처럼 보도하고, 기성세대는 무엇이 진짜 공정인지를 묻는다. 결국, 젊은 세대를 비난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젊은 세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공정만을 외치는 경우는 없다. 표면적으로는 ‘이건 공정하지 않다’고 외치지만, 그 이면에는 ‘부당함’이 있다. 무엇을 부당함으로 느끼고 요구하고 있는지를 질문해야 한다.”

임씨는 젊은 세대의 커진 목소리를 단순히 ‘관성에서 벗어나려는 청년 특유의 저항 의지’ 정도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그들이 각기 다른 모습으로 사회에 나와 ‘어, 이거 좀 이상하다’며 갸웃거리게 만든 것은 한 가지, 바로 ‘부당함’이다. 생각 이상으로 불공정하게 돌아가고 있는 세상. 공정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이 오히려 불공정하다고 치부되고,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부당한 어떤 사안에 대해 기성세대는 ‘현실적으로 그 정도면 괜찮다’며 넘어가기도 하기 때문이다.

“나는 스포츠 경기에 적용되는 기본적 수준의 ‘공정’을 우리 사회에 접목시키려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 두 가지를 뽑자면, 첫 번째로 ‘반칙 없는 경쟁 과정’을 만들고, 두 번째로는 ‘계속 변화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왜 애초에 공정이 우리 사회의 화두가 됐는지 생각해 보자. 그것은 바로 필드에서 뛰는 당사자들이 ‘반칙 행위’를 신고했기 때문이다. 혹은 문제를 일으킨 특정 행위가 지금 시대에 비춰 옳은지 혹은 옳지 않은지 제대로 규정돼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임씨는 그간 우리가 찝찝해하면서도 그러려니 지나쳐 왔던 수많은 반칙을 되짚어보고, 특정 세대가 아닌 우리 사회 전체의 부당함에 대해 꼬집는다. 그리고 그 많은 문제의 원인이 ‘세대 차이’가 아니라 ‘원칙 차이’였음을 강변한다.

“올림픽 경기에 뛰는 선수들은 출발선에 서서 ‘이 경기가 진짜로 공정하게 진행될까?’와 같은 고민을 하지 않는다. 그들은 단지 정해진 룰을 숙지하고 게임에 참여해 자신의 목표를 향해 내달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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